[진중권의 보수 뼈때리기③] 전향적으로 “흑묘백묘해야” 진짜 보수
[진중권의 보수 뼈때리기③] 전향적으로 “흑묘백묘해야” 진짜 보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5.15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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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적 태도
의제별 전향적으로
보수 정의
남북 문제
PC에 신경써야
공화주의에 주목
20대에 권한 물려줘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의 보수정당은 온국민이 판문점 회담에 열광하는데 왜 위장평화쇼를 말하고,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는데 왜 기업 경영을 걱정해줄까. 보수의 가치가 뭐길래 그런 걸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서 보수정당의 경직성을 꼬집었다. 보수정당이 좀 더 전향적으로 판단해서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일단 필요하면 잡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보수정당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진 전 교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된다. 이제는 뭐가 보수표인지 진보표인지 그런 정책 없다. 여러분들이 잘 한 선거가 2012년 대선이다. 그때 김종인씨 데려다가 뭐 했는가. 경제민주화 얘기했다. 경제민주화는 좌파 정책”이라며 “여러분들 당색도 바꿨다. 빨간색으로. 빨간색은 우리도 못 썼다. 빨갱이 소리 들을까봐. 민주노동당도 주황색 쓰고 보라색 쓰고 그랬다”고 환기했다. 

이어 “그때 뭐냐면 저쪽의 아젠다를 뺏어버리고 선점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제 이런 것도 전향적인 판단을 해야지. 최저임금 올리는 것 이런 걸 아베가 한다. 아베가 기업들에게 임금 올려달라고 말한다”며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흑묘냐 백묘냐 실용주의로만 바라봐야 한다. 보수표 뭐 이런 거 없다.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특정 이념 그 자체가 아니다. 

진 전 교수는 “보수는 태도의 이름이다. 보수란 게 결국 뭐냐면 새로운 것을 하기 보다는 이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쌓아온 집단지성이 옳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니까 천천히 가자는 것”이라며 “반면 진보는 좀 위험하더라도 새롭게 바꾸더라도 그렇게 가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해왔던 걸 단순히 고수하는 게 보수가 아니다.

진 전 교수는 “경제 문제, 정치 문제, 남북관계라든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실제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남북 정상회담 제일 먼저 누가 하려고 했는가. 김영삼 정권이었다. 하다 못 해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론을 얘기했다. 자기네가 하면 로맨스고 저쪽이 하면 빨갱이 이러면 안 되고 일관적이어야 한다”며 “(대중들이 판단했을 때) 이 사람들이 정략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일관적인 남북관계의 입장이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8년 하반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위장평화쇼라고 깎아내릴 때 믿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때 한국당의 다수는 히틀러에 속은 영국 체임벌린 수상의 사례에 천착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당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반면 하 의원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믿어주되 검증하라’는 기조를 밀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한해서 국회 연설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까지 제안했다. 물론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북한에 매달리는 것에 대해 ‘북한 바라기’라고 비판했지만 하 의원은 분명 전향적인 접근을 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내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 전 교수는 미래통합당 정치인들 앞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진 전 교수는 미래통합당 정치인들 앞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당 정치인들의 초청을 받았지만 진 전 교수는 면전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까놓고 얘기한다. 통합당에는 뇌가 없다. 싱크탱크 같은 게 옛날에는 여연(여의도연구원)이 있었고 거기서 보고서를 내는 게 중요했는데 그나마 하나 남았던 게 뭐였냐. 여론조사였다. 어느 순간 여론조사도 틀리더라”며 “저 당이 망가지는구나. 그래서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사회과학적 사고로 무장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이 달라졌다. 정보화 시대가 뭘 의미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원들 입단속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젠더 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는 이른바 PC 이론(Political Correctness) 차원에서다. PC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말로 편견이 섞인 언어적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이다. PC 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의원들에게 이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폴리티컬 코렉트니스의 문제가 있지 않은가. 굉장히 많이 달라졌는데 옛날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문제들이 이제는 문제가 된다”며 “심지어 나도 그렇다. 내가 옛날 아무렇지 않게 했던 발언들이 지금도 비판을 받는다. 이번에 계속 막말이지 않았는가. (그들은 여전히) 옳다고 한다. 그게 왜 잘못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회과학적 인식, 윤리적 의식의 현대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청년들과 소통하겠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한 청년은 ‘쉐임 보수(shame)’란 표현을 사용했다. 기존의 샤이 보수(shy)를 넘어 보수라는 사실 자체를 말하기가 창피하고 수치스럽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보수의 큰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야 된다. 나는 그렇다. 옛날에 정의당을 지지할 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런 당을 지지해서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그런데 보수주의를 얘기하게 되면 그 당을 왜 찍는가. 자랑도 이야기도 없다. 그들로 하여금 보수 정파를 지지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할만한 이야기를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랑스럽기는 커녕 자신이 보수라는 사실을 창피해서 말하지도 못 한다. 쉐임 보수가 아니려면 보수의 새로운 가치부터 정립해야 한다. 이번에 보수 통합을 주도하고 총선에서 통합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보수의 가치로 ‘공화주의’를 주창해왔다.

진 전 교수도 “뭘 권하고 싶냐면 공화주의 이념이다. 공화주의라는 것은 레스퍼블리카(Res publika)다. 공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지금 저들이 무너뜨린 게 레스퍼블리카다. 공적인 것을 이권으로 사적인 사안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옛날 같으면 그냥 잘렸다. 그런데 안 잘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은 물러났지만 조국의 프레임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이미 정의기억연대 논란에서 이 프레임은 또 작동하고 있다”며 “윤미향씨 그분이 뭐라고 했는가. 조국이 자기와 같다고 말한다. 이런 프레임이 계속 반복된다. 이 사람들은 공을 얘기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 레스퍼블리카라는 이념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진 전 교수는 “걱정하지 않는다. (여권이) 권력을 갖고 있지만 견제도 안 되기 때문에 썩는다는 걸 보장을 한다. 여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말 레스퍼블리카인지 공적 의식을 갖고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어야 된다”고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진 전 교수는 공화주의 이념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당이 공들여야 할 대상은 20대다. 맨날 청년 정치를 소환하지만 선거 때마다 이용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진 전 교수는 “20대들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너무나 보수적이다. 심지어는 나같은 태도를 386세대로 보고 상당히 위선적이라고 여긴다. 왜 잔소리하는가. 니들이 뭘 해줬는가. 그래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며 “이들이 방향을 못 잡고 있다. 보수가 이들과 더불어서 성장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쪽도 다 50~60대다. 젊은 사람들 데려왔다가 츄잉껌이다. 선거 때 쓰고 버린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권력을 30대~40대 그 밑에 20대로 넘겨줄 생각을 해야 한다. 당에 권력 잡고 있는 분들이 나이든 분들이지만 그분들이 인정해야 한다. 나도 그렇다. 내 생각이 옳다고 믿지만 젊은 친구들 만나게 되면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나도 물러날 때가 됐구나”라고 밝혔다.

내 시대의 통념을 강요하지 않는 탈꼰대 정신이 중요하다.

진 전 교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식 세대에게 좋은 걸 주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선의를 믿는다. 하지만 그게 자기 시대에 좋은 것이다. 그 시대는 갔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많은 권한과 권력을 넘겨줘야 한다. 왜냐면 이 젊은 세대들이야말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모른다. 소통의 전제조건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딴데 가서 살고 계시고 자기들은 다 성공했기 때문에 아직은 과거 이념에 잡혀 있다. 세계가 그런줄 알고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정리했다.  

물론 그렇다고 기존 보수의 지지층을 버리자는 게 아니다.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한 편 그렇다고 기존의 지지층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 이분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준석씨가 하고 있는 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며 “안 되는 사람은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런 극단적인 세력에 선을 그어야 하고 그들(극우 유튜버 및 태극기 세력)은 정치와 상관없이 돈벌이 하는 것이다. 그들은 안다. 그들에게 당이 휘둘리면 안 된다. 끊어내고 설득하는 과정이 굉장히 지난하다. 왜냐면 선동됐고 세뇌됐기 때문에 생각 바꿔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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