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의 우리은행 체제
DLF와 라임
이재용도 비슷해
연일 홍보 보도자료 뿌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브랜드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음에도 ‘디지털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사회적 상쇄 효과를 노리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함께 컨트롤타워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룹은 행사 당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17일까지 엠바고를 걸어놨다.

손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4
손태승 회장이 작년 1월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회장은 그룹 자회사 사장들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 방안 △모바일플랫폼 체계 구축안 △디지털 혁신 10대 과제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그룹의 전산 자회사인 우리FIS에서 구축하고 있는 공동 클라우드를 시급히 완성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손 회장은 △핀테크 기업 직접 인수 △타업종과의 디지털 협업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추구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 과정에 직원 파견 등을 공언했다.

무엇보다 디지털혁신위가 핵심인데 손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권 행장은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의 총괄장을 맡아 탑다운 리더십을 담당한다. 나아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이 참여해 현장 주도의 바텀업 소통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이런 행보 자체는 손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의도가 명확하다. 이 부회장의 패턴과 유사하다. 이 부회장은 이미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뇌물 혐의와 관련 꽤 무거운 실형 취지의 범죄 사실을 확정받았고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부회장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대법원의 취지와 달리 조건부 집행유예를 선고해줄 것처럼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의 모습. (사진=우리은행 제공) 

손 회장은 2017년 회장직에 올라 실적 지상주의를 표방했고 직원들의 무한 경쟁을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DLF와 라임 등 위험한 금융상품이 무책임하게 판매됐고, 심지어 고객 비밀번호가 무단으로 바뀌는 사태도 야기됐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 함께 제1금융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라임 2000억원 △DLF 약 800억원 등 고객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손 회장과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서 매우 센 징계인 ‘문책 경고’를 확정받았다. 그룹은 주주총회를 열고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손 회장은 금융사 경영진 개인에 부과된 징계 조치에 대해 법원 가처분신청을 냈고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무사히 연임됐다.

겨우 살아남은 만큼 기업의 미래 비전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등 손 회장 개인의 업적을 부각하기 위해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에는 손 회장의 의지로 우리은행 사내 게시판에 ‘우리ONE톡’ 소통 광장을 신설했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소통 채널을 통해 △신사업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시 △자유롭게 토론 △친목 사진 게시 △맛집 정보 공유 △임직원간 공식적인 칭찬과 격려 △익명으로 애로 및 건의사항 신고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손 회장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어필됐다. 

이 부회장이나 손 회장이나 모두 큰 잘못에 따른 사회적 이미지 하락을 상쇄시킬 필요가 있는데 과연 의도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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