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산업을 위하여②

 

조정현 칼럼니스트
조정현 칼럼니스트

[칼러니스트 조정현]봄같지 않은 봄이 지나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할 때이겠지만 요즘의 문화 관광업계는 그렇지 못하다. 모든 산업계가 그러하겠으나 코로나 19로 여행, 항공, 크루즈, 숙박, 면세점 등 관광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연휴에만 제주도를 찾은 국내 관광객의 수가 6만 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2017년 중국의 한국관광금지조치(2017.3.15.) 때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국내 관광객이 찾았듯이, 코로나 19로 국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제주로 회귀한 여행객이 증가한 것이다. 크든 작든 그 어떤 관광성 축제도 없었는데 말이다.

제주도에는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관광문화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이미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제주 관광 인프라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내의 타지역에서는 아직도 어렵게만 느끼는 제주의 탁월한 휴가문화 콘텐츠에 있다.

제주도가 국제적 수준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면서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이후부터 본격적인 문화관광 도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도보, 자전거 여행 트렌드는 타지역의 벤치마킹 모델로서 선도하였고 웨딩, 의료, 골프, 크루즈 관광 등의 시대적인 문화콘텐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콜라보하여 질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당시에는 설왕설래했던 콘텐츠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질적인 것들도 이제는 제주도적인 것들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이냐 아니냐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언제라도 꾸준히 일상적으로 오고 가게 할 수 있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방안 절실해진 요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 동안은 코로나 19와 그 변형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소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국내여행이 예전의 해외여행이 가져오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코스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각 지방자치 단체가 그러한 코스를 짜서 여기저기에 홍보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훌륭한 여행 코스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쉽게 짤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주요한 것은 예전에는 없던 뉴-트렌드 문화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각 지역성과 융·복합시키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 지역에 왜 이런 것을(?)이 아니라,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제주같은 섬캉스(섬+바캉스)의 메카가 흔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 브랜드를 구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들이 많다.

옛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이미 커피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경기도 강화는 뉴-콘텐츠 트렌드의 모범으로 손꼽는다. 이 커피 성지를 중심으로 다시 강화도에서 하루 정도 묵어갈 이유가 생긴 것이다. 또 옛 청주 연초 제조창을 리모델링한 국립청주현대미술관은 영국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지역 문화예술산업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인구 70만의 위상을 보여줄 만한 문화예술 도시의 브랜드를 구축한 것이다. 민(民) 주도의 강화와 관(官) 주도의 청주처럼 대비되는 두 방식의 공통점은 시대적 트렌드를 지역에 흡수하는 문화산업 인프라의 체질 개선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조건의 지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뱃길로만 이어졌던 충남의 원산도와 전북의 군산 고군산군도 등은 얼마 전 다리가 놓이면서 육상교통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곳은 천혜의 자연풍광과 함께 마치 일본의 나오시마 국제예술제와 같은 국제적인 설치미술(대지미술)에 있어 둘도 없는 조건을 지닌 곳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욕이 필요한 문화예술콘텐츠 공간에 있어 원석과 같은 섬이다.

우리 관광산업의 체질개선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국내의 문화관광산업은 융・복합 산업으로 국제정세 등 외부요인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몇 년 전 중국의 한국여행금지조치와 이번 코로나 펜데믹을 계기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개선이 주목받을 때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한국형 뉴딜정책에 있어 문화콘텐츠 산업정책은 자칫 대도시 위주의 4차 산업에만 지나치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중소도시 위주의 2차·3차 문화관광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애써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4차 산업으로써 모든 문화예술이 다 견고해지지는 않는다.

(조정현, 문화콘텐츠연구소-뉴NEW 대표,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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