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와 작은 단위에서의 성과
전국민 고용보험제
진보정당 전체의 파이
연합정당과 정의당 비판
곧 3기 지도부 선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원내외 진보정당 파이에서 민중당은 정의당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당원수로만 따져보면 정의당(5만2000명<6만5000명)을 넘어섰다. 그런 민중당은 20대 국회에서 2석(윤종오·김종훈)을 보유한 원내정당이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원외정당이 됐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당원들은 지금 사기가 떨어져있거나 낙담하거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원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오! 해볼만한데? 다음에는 뭔가 되겠다는 이런 게 훨씬 더 크다”며 “지금 분위기는 해도 안 되더라. 결과가 이럴 수가 있을까. 원외정당이 됐네. 큰 일 났다. 이런 게 아니라 해보니까 된다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상규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민중당 당원들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중당은 총선에서 전국 정당득표율 1.05%(29만5612표)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정 기초단체와 작은 단위로 내려가보면 최소 5배 이상에서 20배 가량 득표율이 높게 나왔다. 

이 대표는 “29만표 중에서도 놀라운 게 기초단위 시군구를 놓고 보면 제일 많이 나온 데가 울산 동구(9.44% 8430표)이고 그 다음이 전남 영광(7.36% 2222표)과 장흥(6.69% 1660표)”이라며 “이 3곳이 그냥 많이 나온 게 아니라 당 조직이 제대로 활동한만큼 표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울산 동구에 대해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2만1642표 24.53%로 3위)를 찍었던 사람들은 정당 투표에서 우리 당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유권자들은 부채 의식과 죄의식이 클 수밖에 없다”며 “원래는 김종훈 의원이 더 많이 득표(2만9889표 33.88% 2위)했어야 했는데 울산 동구에서는 민주당이 거의 가진 자의 횡포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니까 그 의석을 자기들이 갖고 간 게 아니고 출마를 강행함으로써 미래통합당에 1석을 보태주는 정말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울산 동구에서 정당득표율이 많이 나온 것은 김종훈 의원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남 영광군에 대해서는 “(민중당 주요 정치인으로 열심히 활동한) 손솔 비례대표 후보와 민주노련(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영찬 대표의 고향이다. 이분들의 지인들이 영광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전통적으로 이쪽이 진보 지지층이 두터웠다”고 진단했고 장흥군에 대해서는 “농민수당 운동의 주역이었던 전 전농(전국농민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이 활동하고 사는 곳”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에서 더 내려가 면 단위로 가면 민중당이 열심히 활동해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면 단위로 가보면 더 놀라운 일이 있다. 면 단위에서는 지지율이 제일 높은 곳이 영광군 대마면(20.89% 205표)이다. 무려 20%다.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이 정도 나왔다는 것은 동네 다니면 사람들이 민중당을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속적으로 농민수당 운동을 했던 것이 명확하게 표로 증명됐다. 이 지역 활동 당원들은 그 전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가 안 나왔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뛴 것의 10배~20배 정도 성과가 나오니까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격차가 있다. 당원 수가 별로 없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지 못 한 곳에서는 굉장히 갑갑하게 느꼈을 것이다. 득표율이 워낙 저조하니까. 근데 되는 곳에서는 뻗어나가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당이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확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농촌 지역을 필두로 해서 당 조직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에서는 당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일반 유권자들에게까지 당세가 확장됐다. 그래서 해볼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시골마을의 인구가 총량 1000표 밖에 안 되는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이런 결과는 민중당 입장에서 의미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견고한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 아니면 정의당 정도만 알고 있고 오피니언층이 아니라면 그밖의 정당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마을에서 소수 정당에 20%의 표를 줬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살펴서 좋은 사례로 분석해볼만 하다.

인터뷰에 동석한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서울시 노원구에서의 선거운동에 대해 들려줬다.

이 대변인은 “총선 이전에 (민중당 노원구위원회를) 창당하고 내가 그쪽으로 이사간 게 거의 1년 전인데 그때부터 당 활동이 활발했다. 꾸준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이런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많이 했다”며 “특히 국민소환제 운동을 줄기차게 해서 또 그때가 패스트트랙으로 깽판치던 그때라 너무 분노심이 높을 때라 되게 많이 해줬다. 국민소환제, 국회특권폐지법으로 해서 노원에서만 거의 1만3000명이 서명을 해주셨다. 그래서 민중당 주황색 옷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젊은 사람들이라는 이런 인식이 좀 있었다”고 풀어냈다.

그럼에도 “사표심리가 컸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미래통합당이 당선되면 어쩌나. 그런 통합당 심판 정서가 정말 크긴 컸다”고 털어놨다.

원래 민주당이 잘 나가면 진보정당이 어려운 법인데 이 대변인은 “맨날 찍기 싫은데 억지로 찍는 그게 사표이고 만약 민중당을 찍으면 기성 정치권 위성정당 만들고 맨날 찌그락 빠그락 싸우는 기성 양당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유의미한 것이 된다”며 “이번에는 민중당을 찍고 기성정치에 대해 경고하고 노원에서 진보 정치와 새로운 세력을 키워야 된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와 이은혜 대변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전체 총선 결과로 봐도 진보정당이 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진보정당이 거의 폭망한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진보정당이 받은 정의당의 9.56%(269만7956표), 저희 1.05%, 노동당이나 녹색당 등등 다 합하면 12%(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여성의당 = 11.93% 347만4779표) 가까이 된다”며 “정의당 의석만 있게 됐지만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때 우리가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을 때 13%(통합진보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녹색당+청년당 = 12.68% 270만9935표)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이어 “오히려 양강 구도가 더 강화된 이번 총선에서도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층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왔다. 이게 참패와 폭망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의석이 반영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연동형으로 치렀다고 볼 수 없다. 반연동형의 체제로 치러졌다”며 “민중당에게는 숙제다. 진보정당의 대표성이 정의당에게만 있는 게 아닌데 그렇게 포장이 되어버려서 고민되는 민중당의 숙제가 됐다”고 밝혔다.

거듭해서 이 대표는 “우리가 사법적폐 투쟁, 비정규직 투쟁, 방위비분담금 투쟁, 농민 투쟁 되게 열심히 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우리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그 대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향후 우리의 과제가 됐다”고 환기했다. 

총선 일주일 전 4월8일 민중당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지지 연설에서는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눈에 들어왔고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이 대표는 “원래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우리가 1년 전부터 준비했고 전국 순회를 했다. 사실 우리도 전국민 고용보험제 딱 찍어서 이것만 부각하지 않았었다. 노동법 사각지대,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고 전태일법이라고도 명명하는 등 그런 것들 중에 N분의 1로 들어갔는데”라며 “역시 이정희 대표는 다르더라. 이정희라는 인물의 스피커가 있으니까 딱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고용보험 개선이라고 말하지 않고 전국민 건강보험인 것처럼 직장 가입이든 지역 가입이든 그렇게 고용보험도 노동자만 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전국민 건강보험과 전국민 고용보험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니까 확 들어왔다”며 “조만간 (당 차원의) 운동본부를 만들 것이고 밑에서부터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방향과 관련 이 대표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굉장히 많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정규직 85%, 비정규직 50% 미만이다. 비정규직을 전혀 안 해주는 것은 아니고 5인 이상 사업자가 되면 절반 정도는 가입이 된다. 문제는 비정규직으로도 불리지 않는 분들은 전혀 안 된다”며 “(여권이 나서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번에 왕창 설계도 자체를 바꿔서 일을 하면 자동적으로 가입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고용 계약을 맺고 사용주로부터 급여를 받아야만 하는데 이걸 깨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알바 전부 다 노동자가 되게끔 이걸 바꿔줘야 한다”며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로 일을 하든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가게 사장으로 일을 하든 일을 하기만 하면 다 포함돼야 한다. 그렇게 가다 보면 농민과 노점상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재정 문제로 보수진영에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평범한 시민들도 돈 걱정을 한다.

이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재정 걱정 많이 하는데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업 급여를 다 줘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 근데 그걸 왜 자기가 걱정하는가?”라며 “가입자가 많아지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기 때문에 재정이 더 풍부해진다. 다만 한계에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낼 수 없으니 국가가 상당 정도 필요시 지원해야 된다. 원래의 보험 개념이 아니라 실업 부조의 방향으로 그러니까 낸 사람만 받는 게 아니라 다 가입하게 하고 많이 안 냈어도 다 혜택을 보도록 그걸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중간에 연합정당론이 부상하고 그게 위성정당화로 굳어졌을 때 민중당에도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 대표는 “(민중당이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민중당은 이념 정당이라서 안 되고 녹색당은 성소수자 때문에 안 된다고 그랬는데 완전 진보적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자기는 평양에 가고 백두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 붙잡고 했는데 종북은 안 된다는 것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속 다르고 겉 다른 것이었고 처음부터 자기들 주도로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연동형제로 바뀌었는데 반 연동형으로 되어버린 이 상황의 책임은 민주당과 통합당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도 1차적으로 있다”며 “왜냐면 자기 욕심을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꼴이 벌어졌다. 비례 의석을 늘려서 연동형으로 해도 모자랄 판에 1석도 못 늘려서 합의를 했다”고 꼬집었다. 

민중당은 곧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 대표는 “곧 당 지도부 3기 체제가 들어서면 그 지도부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가야 한다. 지금 2기 물러나는 지도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수는 없고 일단 선거는 6월에 한다(6월1일 후보자 등록 →16일~20일 전당원 온오프라인 투표 →21일 결과 발표)”며 “원래 내 임기도 8월까진데 결단을 해서 조기 당직 선거를 하기로 했다. 일단 김종훈 의원이 당선되면 상임대표로서 가장 좋은 구상이긴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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