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시장의 VIP 고객으로 부상

액티브 시니어의 인생2막의 왕성한 활동에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액티브 시니어의 인생2막의 왕성한 활동에 향후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후에도 왕성한 체력과 경제력은 물론 문화 활동과 소비 활동을 주도하는 장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액티브 시니어의 인생2막의 왕성한 활동에 사회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3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김미향(가명 63세)씨는 건강한 식습관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꾸준히 요가를 수련하면서 액티브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에도 김씨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영어공부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자랑이다. 코로나사태가 끝나면 홀로 배낭여행이 계획되어 있단다. 어디 그 뿐인가. 배낭여행을 경험으로 책을 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충청도 두메산골의 6남매 정녀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박금례(65세)씨는 배우지 못한 설움에 지난해 성인중학교의 만학에 도전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에 등교개학이 늦어지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 중이지만 중학교에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도전할 계획이다.

또 건강만 허락하면 대학에 도전하고 석·박사도 공부해볼 생각이다. 이에 박씨의 가족들도 적극적인 찬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 돌배기 자녀를 둔 그의 큰 아들 병호(가명)씨는 맞벌이의 환경에서 혹여 어머니 박씨에게 육아 부담을 안기게 될까봐 베이비시스터 도움을 신청했다. 또 최근에는 직장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가 여전한 이민규(가명 59세)씨는 현재 시니어패션모델로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패션모델이 된 계기는 우연히 동대문 의류시장을 방문하면서다. 즉, 동대문 의류매장 사장님의 칭찬을 넘어 은근한 권유에 패션모델 오디션에 용기를 냈던 것이 지금은 팔로워 3만명에 달하는 유명인이 됐다.

최근 시니어 패션모델이 크게 조목을 받고 있다 (사진=시니어 패션모델학회)
최근 시니어 패션모델이 크게 조목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시니어스타협회)

그러니 이씨는 요즘 세상 살맛이 난다고 드러내놓고 즐거운 비명이다. 모델이 되기 전 그는 30년 가까이 자동차 부품 공장의 관리부서에서 일해 왔다. 아침마다 출근이 죽기만큼 싫었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끌려가는 소처럼 마지못해 일을 했다는 이씨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결코 기분 나쁜 것만은 아니다.정년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출발선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나를 죽이고 살아왔지만 인생 2모작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살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내가 도전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도전하면 즐겁게 살 것이다.”라고 눈빛을 반짝인다.

덕순(가명 59세)씨는 자신이 언제부턴가 온라인 쇼핑의 일등 고객이 되었다고 말한다. 무선청소기도 온라인으로 구입했고, 과일이며 야채 등 생필품은 물론 화장품, 운동화, 의류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구입한다고 자랑이다.

온라인 가격이 오프라인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걸 알고부터는 굳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온라인 시장의 상품 가격을 비교하는 안목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여기에는 SNS, 밴드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는 마음 울적하면 곧바로 짐을 챙겨 가까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단다. 보유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내 여행을 떠나지 못할 만큼 빈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취미 활동도 왕성하다.

매주 월 수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에 좋아하는 연예인 팬클럽 회장도 맡고 있다. 이처럼 액티브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덕순씨는“지금이 행복하다. 젊어서는 가정부로만 알고 살았다. 엄혹한 시어른들 시집살이에 아이들 키워내고 남편 뒷바라지로 주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세대가 우리다. 우리세대 대부분이 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제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생활에 길들여져 부엌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하다. 왜 그런 청승을 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는 그만 부엌을 탈퇴하고 밖으로 나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라고 권한다. 

혼자 된 친구에게는 남자친구도 만나보라고도 한다. 우리는 아직 사랑할 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꽃중년이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껏 열심히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게 내 지론이다” 라고 말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시니어들이 달라졌다. 고급스런 소비패턴에서 여가활동에도 적극적이라 시니어를 겨냥한 소비시장도 커졌다. 서울문화재단의 ‘2018년 서울시민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은 연평균 약 12만원의 문화비를 지출하며 6~7회 문화 관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문화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가 50대(남성 77%, 여성 88.5%·연간 문화 활동 관람률)다.

또 50세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 자 중 40% 이상이 유튜브(Youtube)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51억분에 달했다. 이는 10대(76억분), 20대(53억분)의 사용시간보다 적지만 30대(42억분), 40대(38억분)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이에 문화 전문가들은 액티브 시니어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다양한 정보량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과 여기에 따른 경제력, 잠재 구매력이 향후 소비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큰 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액티브 시니어는  본인을 위해 투자하는 성향이 강해 명품과 화장품, 여행을 비롯한 고가격대 콘텐츠 소비량으로 시장에서 큰 손으로 작용하겠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코로나19에 이전 일상으로 소비가 돌아가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도 예상했다.

한편 액티브 시니어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뉴가튼 교수는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젊은 노인(Young Old‧YO)으로 구분했다. 과거의 같은 세대에 비해 훨씬 젊고 건강한 YO세대를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라고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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