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수 늘리면 국민 싫어한다? “정체불명 이데올로기” 
의원수 늘리면 국민 싫어한다? “정체불명 이데올로기”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5.2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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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정수 왜 늘려야 하는가
미국과 프랑스 사례
선거법은 헌법적 논의와 오래 고민해야
위장정당 막을 수 있었다
미래통합당의 바보짓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인의 정치 혐오는 심각하다. 국회의원에 대한 증오심도 크다. 그래서 의원정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수를 못 늘리기 때문에 무능한 국회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박동천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위성정당의 헌법적 문제점과 바람직한 선거제도 개혁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정수를 무조건 늘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박 교수는 “의석수를 늘리든가 지역구를 줄이든가인데.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데올로기가 있다. 정체불명의 이데올로기가 있다”면서 “의원수를 늘리면 국민이 싫어한다? 근데 지역구는 못 줄인다?”고 강조했다.

300석 정수 중에 253석이 지역구 의원인데 그들이 동의해야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천 교수는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교수는 40년간 정치학을 연구한 선거제도 권위자다.

박 교수는 “더 나은 방법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면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 비례성을 높이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든지 지역구를 줄여야 한다. 근데 지역구 못 줄인다. 253명이 지역구 출신”이기 때문에 결국 정수 증원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지역구를 가만 놔두고 그만큼 비례대표로 뽑아서 500석이면 딱 맞는다. 그러면 본회의장이 지금 크기로 400명이 들어간다. 근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자리가 무지하게 크다. 영국 의회(의 간격으)로 치면 1000명도 넘게 들어간다. 500명이 못 들어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253대 247로 정수 500명을 맞춘다면 인구 대비 지나친 것은 아닐까.

박 교수는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국에 인구가 3억3100만명인데 연방의회가 상하원 합해서 535명 밖에 안 된다. 한국은 거기에 비해 훨씬 의석이 많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진짜 무식한 소리”라며 “미국은 연방제를 하는 나라다. 선거로 뽑는 정부기관이 8만5000개다. 총 인원은 60만명이다. 선거로 뽑히는 공직자의 수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방의원 전부 합해서 4000명이다. 그래서 이건 비교가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프랑스도 유럽에서 상당히 중앙집권적 나라지만 코뮌(commune)이 3만6000개다. 우리나라의 동 수준이다. 3만6000개 중 아무리 인구가 적어도 코뮌 의회에 7명이 있다. 3만6000개의 코뮌들 중에 최소한 7명 이상이 선거로 뽑힌다.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5년 전 국회에서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있었고 정수 증원론이 화두였다.

박 교수는 “그때 원유철(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심상정(19대 국회 정개특위 위원)이 논의하다가 그때 이종걸은 390석으로 늘리자고 했다. 심상정은 360석으로 늘리자고 했다. 그거 다 날라갔고 당시 원유철이 강력하게 새누리당 과반수였는데 모든 얘기를 다 차단하니까 246대 54석이었는데 비례대표가 1석 줄어드는 것으로 낙찰됐다”고 복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21대 총선 이후 한 달만에 다시 열린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 (사진=박효영 기자)

그때처럼 21대 총선을 앞둔 2018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박 교수는 “그것과 흡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253대 47로 하고 연동률 100%만 해도 괜찮은 것이었다. 나는 아는 분에게 연락해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했는데 47석의 연동률을 100%로 하는 것도 괜찮은 거고 그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노선이 아니고 그 뒤로 한참 더 물러났다”고 말했다.

실제 아래와 같은 선거법 모델의 변천사가 있었다. 

①2015년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대 100 모델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고
②2019년 4월말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으로 지정된 225대 75 모델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원안 
③2019년 11월에 도출된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에서의 250대 50 모델 
④2019년 12월 250대 50에서 비례대표 30석에 한정해서만 캡을 씌워 연동형 적용
⑤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에 들어간 석패율제 삭제 
⑥비례대표 의석 현행대로 47석 유지
 
구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고 거대 정당 민주당은 ①→②→③→④→⑤→⑥으로 끝없이 후퇴시켰다. 

박 교수는 ②부터 스텝이 꼬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15년에) 200대 100을 하라고 선관위가 권고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역구를 53석 없애야 해서 이건 너무 어렵다. 225대 75로 하려면 지역구가 28석이 없어져야 한다”며 “53석은 안 되고 28석도 싫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민주당은 그렇다고 치고 당연히 그렇겠지만 정의당 원내대표실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지만 정의당조차도 자기 기만에 빠졌던 것이다. (200대 100에서) 225대 75로 간다는 것은 225대 75로 안 한다는 뜻이다. 그럼 결국 어떻게 갔는가. 253대 47 그대로 갔다”고 강조했다.

물론 2016년에 비해 나아진 게 없지만 그렇다고 후퇴된 것도 없다. 딱 그대로다.

박 교수는 “이 선거법이 개선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개악한 것도 아니다.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법에다 뭐라고 썼는지 상관없이 그걸 (거대 양당이 위장정당으로) 무산시키고 그대로 치렀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이 제도에 대해 욕만 할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교수는 헌법적 사안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 선거제도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제도는 헌법에 버금갈 만큼 매우 중대한 문제다. 
 
박 교수는 “선거제도와 관련된 조치는 민주주의에서 거의 헌법에 해당하는 중요성을 가진다”며 “헌법에다가 선거제도의 세밀한 사항을 시시콜콜하게 적어놓는 나라는 없지만 선거제도 관련 규칙은 굉장히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공론의 치열한 논의를 거친 다음에 그걸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이 잘 안 된 국가들도 있다. 알바니아, 이탈리아, 베네수엘라가 있다. 잘 된 국가는 대표적으로 독일과 뉴질랜드가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는데 영국도 스코틀랜드 의회나 런던 의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다. 독일의 모든 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성공 케이스들은 한결 같이 잘 안 된 국가들과 대조를 해보면 헌정적 합의를 바탕으로 깔고 시작했다”고 부각했다.  

박 교수는 “1등 당선제”의 뉴질랜드가 연동형을 채택하게 되는 과정을 풀어냈다. 

정리하면 △1986년 왕립위원회의 선거법 개정 국민 투표 제안 △1988년 선거법 보고서 발간 △1992년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 투표 실시 △1993년 공식 국민 투표 실시 결과 연동형 도입 △기성 정당 중심으로 과거 1등 당선제로의 회귀 분위기 △다시 원상복구 하기 위한 2011년 두 번째 국민 투표 실시 결과 부결돼 그대로 연동형 유지 등이다.

박 교수는 “30년간 이런 과정을 거쳐왔는데 아직도 논의 중”이라며 인류사에서 선거제도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선거제도가 역사적으로 200년 좀 넘었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 이후에 정치적으로 시작됐다. 인류 역사 4000년에 굉장히 신선하고 젊은 제도”라며 “계속 성장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과장 섞어서 얘기하면 지구상 어디에선가 새로운 선거제도를 고안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건 장기 과제인데 대신 전문가들이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운동을 해줬으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오랜 담론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했어야 했지만 한국 정치에서는 그러지 못 했다. 

박 교수는 “작년 선거제 개혁 과정이 엉성하기 짝이 없었고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또 무책임한 그런 형태였다”면서 그 과정을 읊었다. 

2018년 연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단식을 결단해서 5당 합의문(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을 쟁취해낸 뒤 ②에서 ⑥으로 가는 스케줄이 있었다. 

박 교수는 “2019년 4월에 패스트트랙을 지정했고 2019년 12월27일 본회의 통과를 했다. 단식 풀 때부터 1년, 패스트트랙 이후 8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근데 논의 안 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했고 논의 자체를 거부했는데 소위 4당 논의체와 4+1이 논의를 안 했다”고 환기했다.

심지어는 위장정당 방지 조항을 만들지도 않았다. 

박 교수는 “12월23일이란 날짜는 심재철(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이 위장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날이다. 위장정당을 방지할 장치를 법에다가 넣을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1년 이상을 허비하고 막판에 그 법안 조물락 조물락해서 만든 사람들인데 왜 그걸 못 넣는가. 한 줄 넣으면 된다”며 “세상이 다 똑같은 정당이란 걸 아는데. 재밌는 일이 2월에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나중에 더불어시민당이 생겼다. 선거까지 두 달 사이에 모든 언론이 이 당들이 똑같은 당이라고 말을 했다. 선관위가 단 한 번도 똑같은 당이 아니라고 다른 당이라고 반론한 적이 없다. 근데 선관위가 등록을 해줄 때는 다른 정당이라고 등록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눈 가리고 아웅했는데 선관위의 잘못만을 물을 일은 아니”라며 “왜냐면 헌법적 합의가 없었고 한쪽에서 자유한국당은 깽판치고 있었고 만약 선관위가 안 받아준다면 선관위가 그 선봉장이 되어서 통합당과 싸워야 된다. 그러면 공신력이 떨어진다. 선관위에 그런 역할을 맡길 것이었으면 법에다가 명시적으로 못 하게 어떤 조항을 만들어서 넣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교수는 오히려 현 1등 당선제의 선거제도가 미래통합당에 불히다고 설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기서 통합당의 어리석음을 짚어야 한다.

박 교수는 “줄곧 현재의 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2당이었는데 2당도 지역구 선거에서 피해를 본다. 자기들보다 더 작은 정당에 비하면 낫지만 결국 빌붙어서 초가삼간 하나 챙기는 것밖에 안 되고 집권 가능성이란 게 없는 수준이 된다”면서도 “이번에 역전돼서 자기들이 혜택을 다 누렸다. 역으로 통합당은 이런 걸 세세하게 알고 그랬을리 없는데 습관적으로 이 선거제도가 자기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결과도 그렇고 이번 총선도 그렇고 1등 당선제가 통합당에 되려 불리했다. 박 교수가 도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위장정당을 만들어서 통합당이 더 손해를 봤다. 양당이 위장정당을 안 만들었다면 민주당은 실제 결과보다 13석(183-13=170)을 덜 얻는다. 반면 통합당은 2석(103-2=101)만 손해를 본다. 결과적으로 미래한국당을 만들어서 2석 더 얻고 민주당에 13석을 갖다바친 셈이다. 정의당은 9석(6+9=15)을 더 얻고, 국민의당은 6석(3+6=9)을 더 얻는다.

물론 박 교수는 열린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하나의 당으로 합해서 계산했고 그 결과 정당득표율 38.77%(5.42+33.35)로 가정했다. 

박 교수는 “아니나 다를까 70년 중에 60년은 줄곧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였다. 이런 처지로 전락할지 꿈에도 모르고 그냥 선거제도 개혁 자체를 거부하다가 반대 의사를 확실히 표하기 위해 깽판친다고 위장정당을 만들었는데 결과는 자기들이 2석 챙기는 대신 민주당에 13석을 갖다 바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정의당 15석에 국민의당 9석이면 국민의당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을 할 것 아닌가. 정의당은 모르겠다. 계속 2중대 소리 들으면서 협조할 것인지. 그것은 이제 민주당과 어떤 사이일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변수가 많다”며 “통합당한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할리가 없다. 정의당이 15석을 가지는 것이 9석을 민주당이 가지는 것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300석 전체를 연동형으로 배분했다고 가정해보면 통합당이 지금보다 11석(103+11=114)을 더 확보하는 결과로 나왔다. 민주당은 무려 52석(183-52=131)이 줄어든다. 

박 교수는 “300석을 전부 비례대표로 분배하면 지역구 없이 계산하면 통합당이 지금보다 11석을 더 얻는다. 다시 말하지만 통합당이 과거의 영화에 취해서 이 선거제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단 생각만 하지 제2당도 피눈물이 난다. 3당과 4당은 어떡하겠는가”라며 “이게 보도가 잘 안 되는데 통합당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비례성을 더 높였더라면 민주당이 131석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향후 선거법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박 교수는 “2024년 총선 전까지 선거법 개정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더 나은 방향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국회는 선거제도에 별 관심 없다. 당선자들이 지금 제도로 당선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이거 고치자고 앞장서겠는가. 빨라야 2023년 후반 돼서 22대 총선 앞두고 부랴부랴 날짜 지킨다고 하는 척 하다가 만약 변화가 있다면 종전 선거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할 거다. 그렇게 예상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박 교수는 “비례대표제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500명이 무방하다고 보고 그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모든 얘기가 2024년 전에는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형태의 개혁은 굉장히 래디컬한 개혁인데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10년 내지 20년을 굉장히 뛰어난 전문가들이 그러니까 지성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갖춘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해야 나올 결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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