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과거사법’에 기권표 던진 이유
이재정 ‘과거사법’에 기권표 던진 이유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5.2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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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 농성장 해단식
2년 반만에
방해에 총력 쏟은 미래통합당
이재정 의원이 살인자라고 쏟아낸 이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 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 둘러 앉았다. 햇볕이 유독 뜨거운 초여름의 대낮이었다. 

전날(20일) 17시25분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사법(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통과됐고 (국회 청사 출입금지 6개월 징계로) 본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가 있는 본청 정문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중진의 힘을 발휘한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과 진선미·홍익표 민주당 의원 등이 최씨와 만나 벅찬 마음을 나눴지만 이 의원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이 의원은 21일 14시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과거사법 처리 촉구 농성장 옆에서 열린 농성 해단식에 참석해 “어제 실은 본회의장 밖에 나와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도 나와보지 못 했다”며 “기쁜 날이긴 하지만 아직 너무 부족하고 여러분들의 말씀을 모두 담지 못 한 법이라서 송구한 말씀이지만 이재정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는 정족수를 확인하고 기권표를 던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기권표를 던졌지만 그것은 이재정 의원이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을 채우겠다는 또 다른 약속을 드리는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달라”면서 “부족하지만 여러분의 기대를 안고 저희는 이제부터 시작하겠다. 정말 축하한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이재정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최씨와 한종선씨는 2008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2017년 11월8일부터는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독재 정권이 자행한 국가 폭력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간결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927일 2년 반이 걸릴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만큼 간절했고 더 이상 버티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다. 

진 의원이 발의한 별도의 형제복지원특별법은 차치하고 노무현 정부 때 출범했다가 종료된 1기 진화위(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해서 2기 진화위를 시작하게 해달라는 법만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뒤로 물러났다. 너무나 많이 양보했고 차와 포를 다 뗐다.

해단식의 진행을 맡은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많은 것을 양보했고 통합당이 요구하는 것을 수용했다”며 “(작년 11월 최씨의 1차 고공 단식농성 기간에) 이 의원, 홍 의원과 여러 유족들과 함께 본회의장 앞에 가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께 절규를 했지만 그들은 안하무인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작년 12월29일 이후로 수많은 법이 통과되는 것을 봤다. 2020년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 데이터 3법, 유치원 3법이 통과됐지만 과거사법은 언제든지 뒷전이었다”고 꼬집었다. 

결국 총선 끝나고 최씨가 5월5일 어린이날 국회 의원회관 입구 지붕에 올라 2차 고공 단식농성을 감행했다. 지나가던 김무성 의원이 이를 발견하고 최씨에게 법안 통과를 약속하며 최씨에게 내려와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여야 합의가 성사됐다. 

그러나 통합당은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에도 끝까지 집요했다. 

안 국장은 “저들은 또 다시 그 약속을 번복하고 마치 과거사법이 통과되면 1년에 4조7000억원씩 국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하기 시작했다”며 “국가 배상은 이 과거사법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36조에 배상과 보상을 강구한다는 것은 선언적 의미이고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그런 상징적인 의미로 넣으려고 했다. 결국 그 문구를 삭제해서 여야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해단식에 유일하게 참여한 현직 의원 신분의 이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배보상 뿐만이 아니었다.

통합당은 한국당 시절부터 △배보상 △진상조사 대상 사건의 역사적 시기와 요건 △공론화 미흡 △조사 기간 △진화위 위원 구성 △위원 추천권 배분 △2019년 10월 민주당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일방 처리 등등 온갖 명분을 하나씩 내세워가며 법안 처리를 방해해왔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이 의원은 작년 11월29일 본청 로텐더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이동 중인 나 전 원내대표를 쫓아다니며 “나경원 대표님 사람 죽이지 말고 살리자. 사람을 죽이지 말고 살리자. 당신 때문에 사람이 죽고 있다. 웃는가? 웃기는가? 이 법 통과시키지 않으면 살인자”라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 전 원내대표가 “이재정 의원 말 함부로 하지마”라고 응수하자 이 의원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웃는가? 웃음이 나오는가? 이 법 통과시키지 않으면 우리 모두 살인자”라고 토해냈다.

그때 동행했던 한씨도 “의원님 제발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는가”라고 애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에게 감사의 꽃을 전달하는 최승우씨.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것이다.

이날 해단식에는 △민주당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들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가들 △국가 폭력 유족 대표자들 등 의미있는 사람들이 일일이 호명되어 발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만큼 모두가 노력했다.

특히 유족 대표자들이 그동안 감내해왔던 아픔을 절절하게 토로했을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6.25 전쟁 피해자(김하종) △6.25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김복영) △민주화운동 피해자(최종순) △선감학원 피해자(김영배)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정영철) 등이 차례대로 가슴 속 이야기를 꺼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입장문을 냈고 해단식에서 대독됐다. 

문 대통령은 “역사의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다. 왜곡된 역사나 은폐된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어제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되며 진실화해위원회가 10년 만에 다시 문을 열고 2기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 감회가 깊다. 이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1987년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진상조사 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 시설이 폐쇄된 뒤여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 했던 것에 항상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서는 진실이 꼭 밝혀지길 고대한다. 진실만이 아픔을 위로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과거사 정리는 과거의 일에 매달려 분열을 일으키거나 국력을 낭비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수 십년간 경험했듯이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정의가 바로 서고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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