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흑역사 쓴 20대 국회 ...21대는 본받지 마시기를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20대 국회의 회기 종료일은 오는 29일 이지만 어제(20일) 본회의를 끝으로 금뱃지 주인들의 유효기간은 끝이났다.

20대 국회의 시작은 어느때보다 화려했지만 마지막은 국민들의 비난과 비판이 이어진 초라한 엔딩으로 끝났다. 입법부의 흑역사를 써온 20대 국회의 시작점인 지난 4년전으로 뒤돌아 가보자.

2016년 6월 13일에 진행된 20대 국회의 개원식을 바라본 기자의 눈에는 20대 국회도 그나물에 그 밥이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오만에 대해 가감없는 회초리를 들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은 냉정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줬다. 먼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에게 국민들의 자비와 동정은 없었다. 국민을 무시하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독주와 최악의 공천파동을 벌인 것에 대한 죄를 물었다.

반면 야당에겐 반쪽 승리로 강력한 견제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1석 차이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완전한 승리를 허락하진 않았다. 호남의 적자(嫡子)라고 믿었던 민주당을 20대 총선에서 호남의 유권자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도록 했다. 오히려. 호남의 서자(庶子)인 안철수의 국민의 당을 선택해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은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다만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정권교체세력으로서의 지위는 허용하지 않았다. 선거는 끝났고 20대 국회는 정세균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선택하고 첫 출발을 내딛었다.

기자는 20대 개원식을 바라보며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20대 국회도 기자의 기대를 저버렸다.야합과 권모(權謀)가 판을 친 오욕(汚辱)의 정치(政治)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20대 국회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되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흔치않은 기록을 남기면서 혼돈의 정치를 예고 했다.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할 많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자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은 하늘을 찌렀다. 새누리당은 선부후빈()의 교훈을 새겨듣지 못하고 그렇게 4년을 보냈다. 이어진 20대 총선에서 때늦은 후회로 읍소를 했지만 마음이 떠난 국민들의 분노는 표를통해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결국 야당인 민주당에게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내주며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고도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뒷 배를 믿고 유유자적(悠悠自適) 했다. 그러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게 되면서 모든 영광은 사라졌다.

진보정당인 민주당이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꿰 차자 새누리당은 급기야 세대주가 실종되고 구심점이 사라졌다. 그리고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고 당은 갈라졌다. 사실 20대 국회의 시작은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였을지는 모르나 그속에는 엄청난 음모들이 존재했다. 국회법 5조에는 총선 후 최초 임시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같은 법 15조는 최초 집회일에 국회의장·부의장 선출은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재적 의원 과반을 득표하면 당선하도록 규정한다고 못 박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에 따라 20대 국회는 2016년 6월 6일에 최초 임시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여야는 의장단 선출을 두고 충돌했다.

122석의 새누리당이 123석 민주당에 의장직을 넘기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개원 전부터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싸움을 벌였던 20대 국회는 그해 6월 9일에서야 의장단 구성을 마쳤다. 그리고 나흘 후인 13일 개원했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2012년 7월 2일 원구성을 마쳤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웃기는 일이다.

국회가 정식 개원하자 제1당으로 국회의장까지 차지한 민주당은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정당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2017년에 들어서면서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분열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24일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새누리당에서 분당을 선언한 30명의 의원들이 개혁보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2월 13일 잔류 세력들을 규합해 당의 명칭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새 출발 하지만 이미 민주당이 쳐놓은 그물망에 모두 걸려들게 된다.

이후 새누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인용했고,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흑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그후는 안봐도 비디오라고 보수의 몰락은 예견됐고 와신상담(臥薪嘗膽)했던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아 올 절호의 기회를 얻게됐다.

2017년 5월 29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압도적으로 꺾고 19대 대통령에 오르며 진보 정권의 시대를 열었다. 뒷배가 든든해진 민주당은 청와대와 함께 장기 집권을 위한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정당간의 국회 보이콧이 반복됐고, 고강도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의원들의 본연의 업무인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일과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일은 아예 뒷전으로 미뤘다.

20대 국회의 4년에 대한 기록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지난 1년간의 행적이 20대 국회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하는 국회는 없었고 정쟁과 협치가 난무하고 꼼수와 비방이 차고 넘친 국회가 20대 국회가 보여준 부끄러운 흔적들이다.

거기에다 여당이된 민주당의 지원을 받고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언급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이말은 좋게 해석하면 한없이 좋은 말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무서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정말 3년이 지난 지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 했을까? 기자인 나는 망설임 없이 예스(Yes)라고 대답하겠다. 정말 이해도 안되고 설명도 안되는 그런 나라를 말이다. 나 혼자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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