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로드맵 마련
모델을 제시해야
자영업자 과세와 사용자 불명확
형평성 고려해야
사용자성과 노동자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민중당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총선 직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전국민 고용보험제 이슈가 어느 순간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되듯이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몇 가지 있다. 

아무래도 전체 일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고용보험 밖에 있었으니 불가피한 일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는 금년 말까지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쳐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지난 3년 문재인 정부를 보면 멋진 의제를 툭 던져놓고 실제로는 조금 이제 허우적대는 이런 식의 의제 정치를 해왔는데 이것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델을 던지는 것”이라며 “담론 체계 내에서 논의할 때 모델을 제시하면 뚜렷한 논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자영업자 과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작년 8월 기준 우리나라의 고용 현황은 아래와 같다.

①전체 취업자 수 2735만8000명
②임금 노동자 2055만9000명(75.1%)
③비임금 노동자 679만9000명(24.9%)
④임금 노동자 중 고용보험 적용 제외 178만1000명(6.5%) 
⑤임금 노동자 중 공용보험 미가입 378만1000명(13.8%)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 전체의 45.2%(③+④+⑤)가 고용보험 밖에 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잃더라도 실업급여를 안겨주는 고용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2가지 쟁점이 있다.

오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말씀한 것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의제는 가져가고 점진적으로 한다고 한다. 핵심은 자영업자의 과세 인프라가 다르고 빈약하기 때문에 서두를 수 없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자영자(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장사를 영위) 바로 위에 있는 프리랜서와 특고까지 연장되는데 고용주가 분명치 않은 경우에 이 제도로 들어오게 되면 지금 고용주가 분담하고 있는 재정 집행은 어떻게 되는가. 굉장히 민감하고 뜨거운 대목”이라고 전제했다.

2018년 기준 국세청에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신고한 인원은 총 3013만명이다. 

⑥노동소득 연말정산자 1858만명
⑦일용 노동소득 신고자 777만명
⑧개인사업자 673만명
⑨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자 613만명 

⑨에는 특수고용노동자(보험설계·음료배달·방문판매·외판원·모집 수당·간병인·대리운전·행사도우미·물품배달업)와 프리랜서(방송·예술·체육계·학원강사 등)가 포함돼 있다.

오 위원장은 “두 논점에서 명확하게 형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관계자를 만나면 자꾸 물어본다. 자영자 소득 파악을 위해 뭘 더 해야 하는가. 지금 자영자 소득세 다 걷고 있지 않은가?”라며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해서 다 내고 있고 재산까지 매기면서. 뭐냐면 제도를 운용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얼마 버는지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요즘 모두 카드 결제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오 위원장은 “자영자의 경우 결정적인 것은 매출이다. 매출이 파악되면 그 다음부터는 행정 책임이다. 자영자의 여러 매출 규모에 따라 법정 공제율이 있는데 그걸 다듬으면 되는 것”이라며 “지금 자영자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사용률이 90%가 넘는 상황이라 이미 매출이 파악돼 있다. 이 체계 안에서 적절한 고용보험 모델을 만들면 된다”고 역설했다. 

재정적인 부분은 사실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

오 위원장은 “재정 부담의 문제인데 전속 사용자가 있으면 사용자를 찾아서 보험료를 부담하게 하고. 지금 방식대로 절반을 부담할 수도 있고 이윤에 부과할 수도 있는데. 자영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은 국가가 딱 똑같이 절반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설득할 수 있고 재정 문제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오 위원장은 “정부가 제기하는 두 난제인 자영자 소득 파악과 재정 부담의 문제는 구실과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이 주최한 전국민 고용보험 토론회. (사진=박효영 기자)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집계된 소득에 일괄적으로 0.8%의 고용보험료를 매기는 모델을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홍민기 선생의 발표 모델에 따라서 보면 결국 소득 기반으로 간다. 고용주가 분명히 있는 곳은 지금 방식으로 매기게 된다”며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은 특고, 프리랜서, 자영자까지는 일단 고용보험 체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고 그냥 소득에다가 0.8% 요율을 매기라는 건데 이렇게 되면 설계도가 심플하긴 하다. 그러나 굉장히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가입자에 직장가입자는 왜 저기는 절반만 내는가. 그리고 저기는 훨씬 더 실업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고용보험 재정 구조를 통합해야 한다고 보는데. 신규로 들어오는 특고와 자영자가 실업급여를 많이 가져갈텐데 보험료를 절반만 내게 된다”며 “한국에서 형평성 논란에 부딪치면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신 오 위원장은 “그냥 반반씩 내게 하는 지금의 구조로 가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조금은 더 수고스럽지만 사용자를 찾아줘야 한다”며 “특고 같은 경우는 분명하게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을 부여하고. 프리랜서 같은 경우도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자 정의에 따르면 급료에 의해 생활하는 자다. 서비스를 제공해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프리랜서도 노동자이고 따라서 플랫폼 관리자든 상대방에게 사용자의 지위와 역할 사회보험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이번 기회에 기존의 노동법으로 특정하지 못 했던 다양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그게 어려우니까 그냥 소득에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방식도 있겠지만 분명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돈을 지급받기 때문에 그들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면 된다.

오 위원장은 “노사관계에서 특고와 프리랜서 등 새로운 불안정 노동계층에 대한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을 정해주는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같이 가야 한다. 자영자는 국가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가면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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