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지키는 방법
기업 경제가 먼저냐 해고 금지가 먼저냐
사회적 대타협의 방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모두 불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노사정이 힘을 합쳤다. 제1의 전국 노조가 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타협 테이블에 보이콧했었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다른 코로나 불황용 별도의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성사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14시20분부터 15시45분까지 진행됐다.

회의에는 △김명환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김용기 일자리위원회(대통령 직속)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22년 만이다. 오른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 총리,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왼쪽부터 김동명 위원장, 김명환 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손경식 회장, 박용만 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한 완전체의 노사정 테이블은 1998년 이후 무려 22년만이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반노동의 규제완화를 밀어붙인다는 이유로 경사노위에 불참해왔다. 그나마 김명환 위원장 지도부는 경사노위에 전략적인 참여를 천명하고 전체 민주노총 대의원들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코로나를 계기로 원포인트 노사정 카드를 던진 것인데 노동당 등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이마저도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정 총리는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 노사정 모두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과거 1998년과 2009년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로 논의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노사정은 2가지에 공감대를 이뤘다.

①이번주 안에 실무협의 기구 구성을 통한 의제 조율 
②6월 안으로 합의문 도출 

①은 권기섭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비롯 노사 정책담당자, 국무조정실 국장, 기재부 국장, 노동부 국장 등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핵심 의제는 △고용 △기업 경제 △사회안전망 등인데 노사가 각각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정부는 지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 만약 ①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각 주체들의 대표급이 탑다운으로 빅딜을 할 수 있는 길도 마련됐다. 

노동계는 △정리해고 금지 또는 최소화 △전국민 고용보험제 실시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측은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노동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 총리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낼 총 책임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사는 ‘일자리 지키기’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할지 선후관계의 관점에서 확연히 입장차가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정리해고 금지와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현 시기의 사회적 책무이자 기초적인 정책 지표로 교섭 공간에서의 주고받기식 성격이 아님을 밝힌다”고 공언했다. 

반면 손 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다. 노사도 임금과 고용간 대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측은 노사가 각각 자기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자리 수호라는 공동 목표로 수렴할 것이라며 중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의 방법론이 중요하다. 관련해서 노회찬재단은 2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19와 사회연대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발제자로 참석해서 “이탈리아 노총(CGIL)은 사업장에서 감염 확산을 막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 고용생계 대책을 만들고 경제위기 장기화를 대비한 거시 경제정책에 개입했다”면서 노동계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조돈문 이사장은 스웨덴 모델을 소개했다. (사진=노회찬재단)

스웨덴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스웨덴은 노사 공동대응 전략으로 2008~2009년의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노사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대립한다. 이로 인해 제대로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기 어렵게 되고 사회적 타협은 노사 자율이 아니라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정부에 의해 주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웨덴은 노사가 정부 지원없이도 자율적으로 상호 양보를 전제한 위기협약을 체결했다”며 “공동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것은 노조가 사업체의 재정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필요한 인력조정을 수용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조의 정보 공유와 (노사) 공동결정제의 실천 경험을 통해 상호신뢰가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기상황에서 노사의 사회적 대화와 자율적 공동대응을 위해서는 노사 간 상호신뢰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일의 방식이 바뀌며 불안정 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와 노동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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