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소규모 추도식
노무현과 유시민의 이야기
주호영 참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09년 5월23일 故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고 11년이 지났다. 

23일 오전 11시 경북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소 규모로 진행됐고 사전에 비표를 받지 못 한 일반 조문객은 행사장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를 할테니 너무 많이 현장에 찾아오기 보다는 랜선으로 추도식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추도식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씨, 딸 노정연씨, 사위 곽상언씨가 합동으로 헌화를 했다.

진행을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당신없이 맞는 11번째 5월”이라고 표현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마동창작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비.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 대통령의 가장 오래된 정치적 동반자인 이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대통령께서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이 됐다.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 끝이 없습니다. 참말로 징하다”고 발언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정적인 스캔들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노 대통령처럼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도 동급으로 가져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색을 하고 미리 초를 치는 것을 보니 노무현재단 관련해 곧 뭔가 터져나올 듯하다. 유시민은 작년부터 그런 얘기를 해왔고 이번에는 이해찬까지 그 얘기를 한다. 뭘까? 변죽 그만 울리고 빨리 개봉해라. 우리도 좀 알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노무현 없는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열었다. 깨어있는 시민은 촛불혁명으로 적폐 대통령을 탄핵했다. 제3기 민주정부 사람이 먼저인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고 지방선거 압승으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허물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상 유례없는 성원을 보내주셨다”고 정리했다.

허나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 전 민주당이 노 대통령 필생의 소망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무력화에 가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 경고했었다. 그때 콧방귀도 안 뀌던 민주당 인사들이 앞다퉈 봉하를 찾아 노무현 정신을 받들겠다고 다짐한다.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 등 참석 내빈이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씨, 딸 노정연, 사위 곽상언씨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유시민 이사장,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노정연씨, 곽상언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코로나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이렇게 랜선 추도식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 대통령을 자임했던 말씀에 가장 어울리는 추도식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가 무엇인지 모르시지 않은가. 대통령께서 성공적으로 대처하셨던 사스보다 더욱 고약한 감염병 바이러스”라며 “우리는 그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다. 겪어보지 못 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온 국민의 높은 공동체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 그리고 문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정부의 원숙한 대처가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감사 인사를 통해 “아시는 것처럼 이 묘역은 대통령께서 잠들어 계신 곳이기도 하지만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서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만들어준 박석이 깔려있다. 이 돌에 쓰여있는 글을 읽다보면 아이들 이야기가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된다”며 “노 대통령과 함께 꿈꿨던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소망이 거기에 새겨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 심상정 정의당 대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께서 와주셨다”며 “생전 노 대통령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강물 같은 분이었다. 어떤 강물도 마다하지 않는 바다가 되셨다. 모두가 생각과 이념과 삶의 양식은 다를지라도 대한민국이란 바다에서 하나로 얽혀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런 내일이 오기를 기대해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노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면서 노래 ‘상록수’를 부르는 장면과 시민들이 부르는 것이 조화를 이룬 영상이 상영됐다. 추도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그룹을 지어 헌화를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대화를 하면서 권양숙 여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권양숙 여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주 원내대표는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방문한 이후 4년만에 봉하마을을 찾았다.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 대통령은) 새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가 되고 말았다. 낡은 정치 관행에 짓눌려 운명을 달리했다. 노 대통령의 불행은 우리 시대의 아픔”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가 현재 진행형이다. 대통령마다 예외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두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 통합을 얘기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에 성큼 나서달라”며 사면권 행사를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위해서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많은 말을 듣고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FTA 체결 등 결단을 내린 리더십이 지금도 존경받고 이 시대에도 필요한 것 같다”며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말에 다 들어있지만 노 대통령의 따듯했던 인간미와 소탈한 인품, 열린 생각 이런 것들을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