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상당기간 오래 갈 것이라는 질병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대외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생활 풍속도 역시 많이 바뀌고 있다.

직장에서의 회식이 사라지고 사회 단체간의 모임도 취소되는 등 문화 예술과 스포츠를 비롯한 대중들이 모이는 곳이 사실상 폐쇄되거나 일부 허용은 하고 있지만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특히 젊은층들이 즐겨찾았던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많은 감염자들이 나오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감염자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클럽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은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이는 게기가 됐다.

술을 즐겨마시는 젊은 이들에게 클럽이 위험한 장소로 분류되자 이제는 혼술을 즐기는 젊은 혼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술을 즐기는 혼족들은 다양한 종류의 술들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통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출시되는 전통주들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화를 주면서 젊은층 고객 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전통주가 단순히 전통만 고집하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앙뉴스>는 윤경옥 소물리에(Sommelier)가알려주는 '와인'이야기에 이어 윤경옥의 전통주이야기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먼저 첫 편으로 "홈술과 혼술"을 위한 봄내음가득한 꽃술 '진달래'편이다.

윤경옥 소물리에(Sommelier)
윤경옥 소물리에(Sommelier)

코로나 영향으로 이번 2020년도 봄을 느껴보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너무 슬퍼요.여러분은 어떤때 봄을 느끼세요? 저는 길목에 펴있는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펴있는 모습을 보면 '겨울이 끝이 났구나'하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면서 봄에는 할머니가 해주신 진달래꽃 화전이 참 따뜻하고 쫄깃하고 무엇보다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웠던 기억이 있어요. 봄꽃을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진달래를 넣어서 만드는 면천두견주를 꺼내서 한잔 마셔보았어요.

진한 질감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꽃내음이 매우 매력적인 우리의 전통주입니다.

 →오늘은 '면천두견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인식되었던 전통주인데요, 이후에 한동안은 면천두견주의 인기가 상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면천두견주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86-2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찹쌀과 누룩, 진달래꽃, 물로만 만들어지며 우리나라의 3대 민속주(면천두견주, 분배주, 교동법주) 중에 하나입니다.

1000년 전 고려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인 복지겸 장군이 면천지역으로 낙향하던 중 고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을 때 복지겸의 달인 영량이 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립니다.

100일째 기도를 드리던 도중 잠에 빠져들게 되고, 면천의 아미산에서 자라는 진달래꽃과 안샘물로 두견주를 빚어서 100일 후에 아비에게 먹게 하고 앞뜰에 은행나무 2그루를 심어 정성을 들이라는 계시와 같은 꿈을 꾸게 되었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여 복지겹의 병을 낫게 했다는 신비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설뿐만 아니라 산림경제(1674-1720), 동국세시기(1849), 규합총서(1759-1824)등에 가양주로 빚어졌다는 기록들이 남아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면천두견주는 '가양주家釀酒'이면서 '가향주加香酒'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 하면 집집마다 가문의 레시피대로 만들어지던 술이면서 동시에 향기가 가미되어 있는 술인 것입니다. 찹쌀로만 2번 반복해서 빚는 '이양주'이기 때문에 진한 당분을 느낄 수 있고, 밑술을 빚기 시작해서 발효와 숙성, 저장을 통해 술이 완성되기까지 100일간의 긴 시간이 필요하게 때문에 일반 곡주와 다르게 신맛과 누룩치가 강하지 않고 은은한 진달래 꽃향이 가득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면천두견주는 이렇게 향기로운 향, 달콤한 풍미, 금빛의 아름다운 빛깔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경북대학교에서 면천두견주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기침을 없애주고, 신경통, 냉증, 류마티즘등 성인병에 효과가 있으며, 진달래꽃에 함유된 '아지라인'성분은 항산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했어요.

진한 맛의 갈비찜 등 음식과 함께 곁들여 마시면 음식과 술 모두 서로의 맛을 잘 살려주는 상승효과를 줄 수 있고, 향신료가 가미된 음식이나, 쌉싸름한 산나물이나 뿌리채소들과 함께 마셔도 너무 좋아요.

1~2년 정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프리미엄 전통주를 기반으로 우리 술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단순히 술 자체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주 칵테일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진달래로 전통을 더하다...JMT칵테일 BAR_deloft Making by 국가대표바텐더 유종윤Owen
진달래로 전통을 더하다...JMT칵테일 BAR_deloft Making by 국가대표바텐더 유종윤Owen

가향주인 면천두견주는 칵테일의 베이스나 첨가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단순히 지역의 술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접근으로 우리술이 점점 더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문화로써 우리 술이 긍정적으로 소개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요. 밖으로 뛰어나가 소풍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여의치가 않아요. 봄이 오는 풍경을 느끼기 어렵다면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봄내음 가득한 면천두견주 한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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