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6월5일 안에 개원
18개 독식
법사위와 예결위
통합당 강하게 반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구성협상 관련 냉수마찰을 맞고 연일 미래통합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6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나 사실상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 ‘11대 7’로 가이드라인을 세웠지만 바로 다음날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을 비롯 박주민·박광온 최고위원 등이 원구성협상 강공 드라이브를 주문하자 그 기조에 따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6월5일 개원해 의장단을 선출하겠다. 통합당은 최소한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협조해달라”며 “6월5일 개원까지 다른 사안과 연계해 합의하지 못 하겠다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원구성협상 관련 미래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엇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는 걸까.

앞서 28일 청와대에서 3자 회동(문재인 대통령+양당 원내대표)이 열렸고 그 직후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구성은 국회의장단을 뽑고 상임위를 배정하고 표결하는 그런 과정인데. 국회의장을 뽑으면 그 다음 단계가 상임위 배정이 안 되면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야당으로서는 협상력이 떨어져서 국회의장을 못 뽑는 사정이 있다”고 발언했다.

국회법상 임기 시작일(5월30일)로부터 일주일 내(6월5일)에 국회의장단 선출을 마쳐야 하고 10일 안(6월8일)에 상임위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즉 원구성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국회법에 따라 개원을 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의장이 맘대로 상임위 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당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일주일 데드라인’을 걸어놓고 무조건 그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하고 타결이 안 되면 통합당과 합의없이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남아있으니 최선을 다해 야당과 협상하고 합의해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과거에) 특정 정당이 과반을 넘지 못 하거나 과반을 겨우 넘는 상황과 168석(민주당 177석)을 넘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통합당이 분명히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168석 이상 확보’라는 것에 대해 18개 상임위에서 전부 과반 이상의 상임위원을 배치할 수 있는 기준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국회법대로 하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게 원구성협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카드로 제시해서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표결로 독식하는 것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과거 여야 협상으로 상임위를 나누던 관행보다는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서 협상을 해달라고 김 원내대표에게 공식 주문서를 넣은 상태다. 

좀 세게 말하면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이고 최소한으로는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개별 상임위에서 안건을 처리해서 올렸을 때 한 번 더 의결할 수 있는 권능을 보유한 곳이다. 그동안 법사위와 예결위는 제1야당 몫으로 배분됐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입법 절차 효율화를 뜻하는 ‘일하는 국회’를 천명해왔고 총선 이후 당선된 김 원내대표는 공식 자리가 있을 때마다 일하는 국회를 거론했다. 민주당은 △총선 대승으로 드러난 민심의 요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신속히 대응 등 2가지 명분을 들어 야당의 견제 기능을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일하는 국회 입법에 합의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개원과 함께 곧바로 국난 극복을 위한 책임 국회를 선포해야 한다”면서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6월 통과 △질병관리본부 승격(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코로나 방역 관련 법안 통과 등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김 원내대표의 엄포에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일요일에 야당을 기습 공격했다”며 “국민은 국회에게 일하라고 하셨지 여당 혼자 다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177석의 기고만장한 여당에 대해 국민의 충고를 전한다. 국회는 삼권분립 헌법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는 여야의 공동체이자 영원한 여당도 영원한 야당도 없다”며 “오만한 다수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의석수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표심”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21대 총선 지역구 총 득표율의 양당 격차가 8%(49%-41%) 밖에 안 나는 점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통합당이 오히려 앞서는 점(33.84%) △2008년 18대 국회에서 153석의 한나라당이 81석의 통합민주당과 원구성협상을 두 달 넘게 진행한 점 등을 환기하면서 “(그때 한나라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야당과 함께 새 국회를 시작하려 노력했다”고 강변했다.

결론적으로 최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독식론은)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 국회의 협치 전통을 일거에 짓밟겠다는 것”이라며 “무소불위의 여당이 지금과 같은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우리 당은 의회 독재로부터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비상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다음주 화요일(6월2일) 의원총회를 열고 원구성협상 관련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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