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법 발의
약자 위한 정당 포부
변화만이 살 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첫 회의를 주재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비상대책위원회)이 향후 어떤 정책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곧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아침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고 국회에서 1차 비대위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현충원 방명록에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는데 비대위회의에서 “내가 어떠한 특별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한 것 같은데 오늘 일단 비대위를 열어서 비대위원들과 여러 가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메시지는 발표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가 정책 측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적합한 정책 비전을 선보이겠다는 취지에서 “진취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통해서 통합당이 앞으로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굉장한 불안한 심정들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로부터 일단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비교적 성공을 했다고 보지만 이로 인해서 파생된 경제·사회 제반의 여러 가지 사항들이 아주 엄중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하게 코로나 방역이라는데 국한할 것이 아니라 경제·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균형 있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며 “다음 회의에서 저희 당이 앞으로 무엇을 추진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알렸다. 

사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첫 주인 만큼 통합당도 정책과 지향점의 차원에서 여러 메시지를 내놓긴 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다.

①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원회’ 설치해서 포스트 코로나 대책 수립
②‘코로나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 발의
③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④변화 위해 익숙한 것들로부터 탈피 

먼저 ①과 관련 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지시로 경제 정책만 다루는 별도의 조직을 두기로 했다.

②은 통합당이 이날 오전 당론으로 발의한 1호 패키지 법안이다.

그 내용은 △일시적 사업 중단으로 손실이 발생한 의료기관·소상공인·중소기업의 피해 지원 △대학교 등록금 환불 △무상급식 지원 중단시 취약계층에게 푸드쿠폰 지원 △학교 등교 중단에 따른 돌봄 공백 대비를 위한 워킹 부모 지원 △불가피한 계약파기로 인한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무효 △임차 건물에 관한 임대료와 보증금에 대한 감액청구권 보장 △매출액 감소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 지원과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 개선 등 7가지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두 고명으로 친자본 규제완화, 탈원전 폐기,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를 끼워 넣었구만”이라며 비판했지만 통합당은 나름 21대 국회에서 민생 대책에 가장 신경쓸 것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우리 통합당이 정책 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기는 그런 정책을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관련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정강정책 개정 등 파격적 변화를 공언했다고 알려진다. 김종인 비대위가 과거의 낡은 관행을 깨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며 원구성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6월5일 안에 개원 절차를 완료하자고 제안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통합당은 부자와 가진 자를 대변하는 기득권 웰빙 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의미에서 ③이라는 방향성이 어필됐다.

성일종 비대위원(재선)은 “앞으로 저희 당이 변화하고 또 변화해서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서 손잡아주고 응원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며 “저희 비대위원장께서 약자와의 동행을 말씀하셨다. 바로 저희 당에 오셔서 주신 아주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또 국회의원은 늘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선에 실패한 김현아 비대위원도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생각하는 정책은 이제는 위선이다. 우리 스스로가 약자가 되고 우리 스스로가 국민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각자 포부를 밝힌 비대위원들. (사진=연합뉴스)

결국 ④을 해야 한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변화 이면에는 우리 정치 본질의 책임과 진정성이 선행되어야 된다”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또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통합당의 근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젊은 감각과 시각을 조금이나마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제일 먼저 변화의 출발은 국민들께서 싫어하는 눈살 찌푸리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하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며 상식 이하의 막말과 망언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기 고양정에서 낙선한 김현아 비대위원은 “이 자리로 날 불러준 이유가 21대 총선에서 우리가 경험한 수도권의 민심, 국민의 마음의 온도를 고스란히 담아 와서 우리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변화의 방향을 같이 만드는데 그 경험을 같이 공유해달라고 부르신 것 같다”며 “변화, 굉장히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당이 제일 먼저 익숙한 우리의 어제와 이별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그동안 깨달았던 우리만의 성공 방식, 우리가 옳았다고 생각했던 가치, 우리가 모든 것을 누려왔고 또 사용했던 모든 방식으로부터 이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변화는 쉽지 않다”며 “그나마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그 자산을 무거운 짐으로 갖고 있다. 이제는 그 옷을 벗어버리고 국민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천명했다.

비대위원들의 포부를 들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대위원들께서 익숙한 것과 이별을 말씀하셨는데 오늘 첫 비대위회의에 와보니까 벌써 익숙한 것과 많이 이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 우리 당 최고위원회의 구성원들과는 달리 확 젊고 바뀐 이 모습을 보니까 벌써 면모일신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비대위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를 앞장 서서 출범시킨 주 원내대표는 “우리 당 비대위가 늘 실패하지 않았는가. 이런 비대위 무용론을 제기한 분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서 그분들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우리가 확실히 보여드릴 각오가 돼 있다”며 “지금까지 비대위의 실패는 일하지 않고 말만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현장을 중요시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만 하지 않고 일하고 현장 중심으로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그런 비대위가 되도록 하는데 원내대표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여러분들을 돕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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