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사퇴와 정의연 해체 주장
정의연이 독점한 위안부 운동
안 따라오면 지워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일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유가족들의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철퇴를 내렸다. 

유족회는 1일 14시 인천 강화군 선원면의 모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악용한 윤미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연을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대협(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윤미향은 수십 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웠다”고 규탄했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5월7일 이런 취지로 정의연을 고발하기 전에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故 심미자 할머니와 33명의 피해 당사자들이 결성한 세계평화무궁화회는 2004년 성명을 내고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 비판했다.

양순임 회장은 윤미향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연이 30년 동안 위안부 운동의 상징 자본을 독점하고 그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 할머니까지도 배제해왔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대협은 2008년에 작고한 심 할머니를 ‘기억의 터’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서 배제했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기억의 터에 가보면 조형물 ‘대지의 눈’이 있고 거기에는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해당 장소는 1910년 8월29일 한일 강제병합조약(경술국치)이 체결된 통감관저다. 기억의 터는 정의연 주도로 국민 성금을 통해 조성됐고 역사적 상징을 담은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 추모 공간이다. 심 할머니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실을 최초로 인정받은 명백한 피해자지만 그 당시 정대협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제된 것이다.

양순임 유족회 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에 정대협과 윤미향을 무서워했다. 정부가 더는 이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보내선 안 된다”면서 이 할머니의 고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윤미향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냥 관망하려고 했는데 윤 의원이 5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말로 일관했기 때문에 참고 넘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유족회는 1973년부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 활동을 해왔고 50여명을 보건복지부에 등록시켰지만 한 푼도 지원 받지 못 했고 정대협이 (지원을) 독차지했다. 정대협은 30년간 할머니를 위한 운동을 했다고 눈물로 퉁치지 말라. 무슨 성과를 거뒀는가”라며 “유족회가 추진해 온 역사와 기회를 중간에서 가로챘다. 해체 외에는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 다 맞다. 윤미향이 거짓말만 안 했다면 지켜보려고 했는데 거짓말을 하니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며 “기자회견을 서울에서 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특히 국회에서 장소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협조를 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

무궁화회도 그렇고 유족회도 그렇고 결국 위안부 운동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정의연의 방침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밀려났다.

양 회장은 “(유족회는) 13년간 일본 내 법정 투쟁도 했다. 우리는 일본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무조건 친일로 몰아부쳤다. 도대체 뭐가 친일인지 모르겠다. 일본이 고노 담화 이후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 보상안을 제시했을 때 할머니들 일부는 이 도움을 받기를 원했다”며 “그러나 정대협은 이를 받으려는 할머니들은 전부 매춘이나 공창이라는 말로 매도했다. 일부 할머니들이 위로 보상금을 받았는데 이후 해당 할머니들 이름을 남산 기림터 위안부 명단에서 떼는 천인공노할 비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공식 사과인지 모르겠다. 일본은 관방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담화를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정의연은 1996년 ‘아시아여성국민기금’ 때도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서 △역사적 사실 인정 △진실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역사 교과서 수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등 엄격한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상당수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이 정의연과 부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고 정의연은 그들의 목소리를 운동의 영역에서 지웠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정의연 차원에서 할머니들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1억원을 받는 것은 할머니들의 자유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수요시위에서 시간만 되면 비록 할머니들이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할머니들에게 탓을 돌리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항변했으나 정의연이 강경한 방침을 채택하면서 그 외에 다른 할머니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에 소홀했다.

그런 윤 의원에 대해 양 회장은 “정부가 더는 이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보내선 안 된다. (윤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한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이 국회 들어가서 뭘 하겠나? 지금까지도 일본 관련해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사퇴해야 한다”면서 “2009년 작고한 故 강순애 할머니가 생전에 언니들이 묻혀 있는 국립 망향의 동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당시 정대협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납골당에 안치했다”고 주장했다.

남산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에 없는 것으로 드러나 새로운 논란이 됐다.사진은 19일 서울 중구 기억의 터에 세워진 '대지의 눈' 조형물.
서울 중구 남산에 위치한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 김양엽 할머니의 딸 김성자씨도 “분하고 억울하다. (윤 의원이) 혼자 욕심 챙기더니 (민주당이) 결국 국회의원 만들어 놓았다. 나도 민주당 지지자다. 근데 윤미향이 거기 앉아 있는 건 싫다. 그렇게 수십억씩 마음대로 쓰고. 직접 피해 당한 우리는 못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정의연의 운동 방식에 대해 △근로정신대와 위안부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일본과의 적대감만 심화시키고 △미래 세대 교육과 한일 청소년들의 교류에 무심하고 △당사자를 피해자의 위치로 주변화시킨다며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무궁화회와 유족회의 항의는 이런 이 할머니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던 나연준 제3의길 편집위원은 5월27일 출고된 신동아 칼럼을 통해 “정의연은 타인이 겪은 비극을 자의적 서사로 가공하고 독점해 상징 자본을 만들고 이를 다시 자신의 부과 권력으로 환전했던 것이다. 그렇게 조직을 살찌울 때 위안부 당사자는 어떠했나”라며 “소녀상이 목도리와 우비를 둘렀을 때 살아있는 위안부는 온수매트 한 장이 없었다. 위안부를 모시기 위해 구매했다는 쉼터를 당사자는 언론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정의연의 존재와 운동이 한국 사회에 합당한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정의연은 금기에 도전하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스스로 금기가 되었다. 정의연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이용하다 쓸모없으면 내다버렸다”며 “정의연은 당사자 운동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사자가 거부하는 운동을 지속했다.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해결만이 조직의 생존을 보증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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