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의 “선의”란? 
이해찬 대표의 “선의”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02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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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독식할게의 다른 말
통합당이 바뀐 현실 순응하라는 것
법사위와 예결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협상과 관련 “선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유일한 교섭단체 파트너인 미래통합당에 대해 국회법에 명시된 국회 개원 데드라인을 지키라는 것이 명분상의 의미지만 사실상 18개 상임위원장 그 어느 것도 내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2일 오후 국회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두 달에 한 번꼴)를 열고 국회 개원 날짜와 상임위원장 선출 규정이 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통합당이) 그런 걸 자꾸 협상 대상으로 끌어들여서 시간을 끌면 그게 전형적인 발목잡기다. 그럴 경우 우리도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다. 20대 국회처럼 그렇게(강경 대치)만 갈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서로 선의로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서로 간의 그 나라의 전통과 그런 것에 따라서 서로 간의 양보하고 배려해주는 경우는 많이 있다. 서로 간의 선의로 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좋지 20대 국회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원구성협상과 관련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주요 선진국들 중에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많지 않다면서도 미국의 상임위 몰빵 사례를 환기했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1석이라도 더 많은 다수당이 의사규칙에 따라 하원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한다. 

그야말로 권력을 몰아주는 양당제 중심의 대통령제인데 이 대표는 그런 지점을 거론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합의로 좋게 해줄 수도 있으니 통합당 보고 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하라는 메시지를 재차 던졌다.  

선의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이 대표는 “특별한 게 없다. 법 절차에 따라서 법대로 해서 법이라는 게 그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법이 있으니까 그것대로 실시하면 된다는 그런 뜻”이라며 “특별히 정치에서 선의라고 하는 것은 공공성을 말한다. 그에 따라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의로 하겠다는 것은 법을 안 지키려는 것을 하지 말라는 이런 뜻이다. 그분들 보고 과도하게 법을 지키라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법을 지키라는 것이 서로 간의 선의라는 그런 뜻에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풀어보면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는 △법대로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하지 않고 △여야가 상임위 배분을 협상으로 완료하기 전까지 개원 데드라인을 훌쩍 넘겨왔는데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77석을 확보했으니 이제부터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의 파워를 인정하라는 것이 곧 법을 지키는 태도로 치환됐고 그게 선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의 원구성협상 관행에 대해 “잘못된 구태와 악습”이라고 규정했고 “청산하고 새로운 국회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절차 효율화를 의미하는 ‘일하는 국회’를 추진하고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원구성협상을 해야만 하는 명분은 이를테면 이런 거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의 당면한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개혁 입법이다. 방역 시스템 재구축과 비상 경제대책, 비대면 산업과 여러 가지 경제대책, 사회안전망 확충 등 코로나 국난 극복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을 정부와 당이 함께 해야 될 것”이라며 “정치 일정상 내년 하반기(2021년)와 내후년 상반기(2022년)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1대 국회의 양대 과제인 코로나 국난 극복과 개혁 입법은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된다”고 공언했다.

당장 21대 국회는 정부가 내놓을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심사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신속히 개원해서 3차 추경을 통과시키고 비상경제 대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이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지지부진한 협상을 하는 국회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①기존처럼 원구성협상으로 상임위 배분을 완료한 뒤에 국회 개원을 할 수 있고 ②법정시한을 지키도록 노력하되 ③원구성협상 완료 전에 개원해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해버리면 강제 상임위 배분의 리스크가 있어서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특히 ②이 이뤄지기 위해 민주당 ‘11개’ 대 통합당 ‘7개’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고 웬만하면 ④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야당이 갖는 것이 국회의 정부 견제 취지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총선 결과 177석 대 103석인 상황이 됐고 국민들이 통합당의 무리한 보이콧 정치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 주 원내대표의 구상은 그저 협상용 구호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임기 3개월을 남겨 두고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각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원구성협상 태도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권력에 취한 정권을 언제까지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이건 2009년 노영민 당시 야당 비서실장(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말을 다시 새겨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체 국회법 검토 결과) 민주당이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교섭단체 간 합의없이 의장단을 뽑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지적된 보이콧 카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5일 단독 국회 개원을 밀어붙이면) 상황을 봐가면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거듭되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원구성협상이란 게 법적으로 정해진 게 있고 협상을 해야 할 게 있고 경우마다 다 다른데 개원 일자나 상임위원장 선출 일자라든가 이런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라며 법대로 밀고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임기가 3개월 밖에 안 남았지만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그런 걸 협상 대상으로 하지 말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오늘도 했다. (민주당 177석대로 계산하면) 18개 모든 상임위에서 (상임위원 배치 현황이) 과반 (이상) 다수”라며 “기본 원칙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본회의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가령 상임위원장 선거할 적에 어떤 사람은 자기 이름 써넣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무효표로 하지 않고 1표로 계산한다. 그 얘기는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는 것이지 협상을 통해 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몇대 몇으로 나눈다거나 어디를 맡는다거나 이런 건 원구성을 해놓고 얘기해보는 것은 또 몰라도 원구성도 안 하고 그런 걸 가지고 협상을 해서 안 되면 원구성도 협조할 수 없다. 이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대표는 일하는 국회의 대표 과제로 설정된 법사위의 상원 갑질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국회 경험을 예로 들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사위가 타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심사권을 빌미로 잡아두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13대 국회 때는 모든 상임위에 전문위원이라고 해서 정부에서 파견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입법조사관과 전문위원이 하나씩 파견나와서 정부 사람들이 다 나와서 법 절차에 다 관여를 했다. 전문위원의 비중이 그 당시에는 컸다”며 “내가 노동위에 가서 한 번 보니까 그때는 노조가 활발하지 않고 노동법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을 때인데 그 전문위원들조차도 노동법에 대한 이해도가 그 당시에 故 노무현 의원이나 이상수 의원이나 이인제 의원이나 법률 전문가들보다 낮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근데 법사위에 가보니까 법사위원들은 아예 개념조차도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이 뭐 자구와 체계를 수정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개념도 안 돼 있다”며 “국회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입법 고시를 통한 전문가들을 선발하고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전문위원으로 들어왔고 입법조사처도 만들어졌다. 의원들도 전문 역량을 많이 갖추고 사실 법사위에서 그런 체계와 자구 수정을 한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예결위도 법적 시한이 있기 때문에 (본예산을) 12월2일까지 통과시켜야 되지 않은가. 옛날에는 법적 시한이 없어서 연말 하루 전까지 가다 보니 결국 여야 합의로 12월2일에 통과시키자고 (입법을) 했는데 그때 그 법을 만들 때 소홀했던 게 추경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본예산만 돼 있지”라며 “본예산은 날짜가 정해져있고 추경은 본예산보다 더 시급한 것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동안 추경 관한 부분은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예결위든 법사위든 민주당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고 안건을 속도감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일하는 국회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궁극적으로 이 대표의 선의는 총선 이후 달라진 현실에 대해 통합당이 순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법대로 밀고 갈테니 군말 말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기들 편한 것만 내세워 개원은 법대로 지키자고 하는데 법대로를 외치지 않은 독재 정권이 없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며 독재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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