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론과 양비론
위안부 운동의 역사적 의의
폄훼 시도 비판
운동의 방식 전환 짧게 언급
회계 문제 개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사태’에 대해 입을 뗐다. 위안부 운동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도 이용수 할머니의 공헌을 부각하는 등 무난하게 양시론적 관점에서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서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내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며 운을 뗐다.

이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후 발언문의 상당 부분을 위안부 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풀어내는 데에 할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기억연대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이 할머니는 30년 위안부 운동의 영역을 독점한 정의연에 대해 가장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칫 문 대통령이 원론적으로 위안부 운동의 의미만 언급하면 이 할머니의 입장을 옹색하게 만들고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을 감싸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며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미국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도 최초로 증언하였고 연세 90의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촉구하는 활동도 벌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오신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치켜세웠다. 

정의연과 이 할머니에 대한 양시론은 곧 양비론으로 넘어왔다. 

문 대통령은 보수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정의연과 위안부 운동 자체를 공격하는 시도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제기된 회계 문제와 운동의 방식 전환에 대해 거론했다.

이를테면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시민운동이 시민의식과 함께 발전해왔다.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서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선의가 바르게 쓰이고 기부 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 시민단체들도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 국민들께서도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결론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당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어떤 방향으로 나오게 될지 뻔한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옹호하고, 미래통합당은 비판을 할 것이다.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의 입장이 궁금해지는데 김종철 정의당 선임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에 대해서 회계 투명성을 요구했고, 정부도 시스템 관리를 잘 하겠다고 얘기했고, 위안부 운동에 대한 폄훼도 안 된다는 것이라 뭐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들을 다 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의연 사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는데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곧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해서 논평을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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