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금융범죄자 이재용
구속 피한 이유
혐의 어느정도 입증되지만
본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퉈봐야
증거인멸은 할 우려가 없어서가 아니라
검찰이 다 확보했기 때문에 없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9일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소식이 타전됐다. 영장실질심사는 8시간 반 동안 열렸고 그만큼 치열했다. 

기각 직후 이 부회장은 귀가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늦게까지 고생하셨다”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사유는 뭘까.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70조 1항 1호~3호와 2항에 따르면 ①주거가 없어서 신변 확보가 어려울 때 ②증거 인멸 가능성 ③도망 가능성 ④범죄의 중대성 ⑤재범의 위험성 ⑥피해자 및 주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⑦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 등 6가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 구속시킬 수 있다. 

통상 ①③ 때문에 구속되는 경우는 드물고 이 부회장처럼 유명 인사는 ⑦을 바탕으로 ②④⑤의 요소가 해당되는지 이 대목이 중요하다.

원 판사의 결정은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집약된다. 이 부회장과 최고위 참모그룹이 ②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서 구속시키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검찰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놨기 때문에 ② 사유가 조각됐다는 의미다. 나아가 ⑦ 역시 어느정도 입증됐지만 검찰이 추가 기소를 통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여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 부회장은 재구속의 위기를 피했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심사에서는 정식 재판 수준으로까지 ⑦을 따져보는 것은 아니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⑦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 했다면 ①~⑥의 우려가 있더라도 영장은 기각되는 것이지만 ⑦이 어느정도 인정된다면 그때부터 ①~⑥의 요소가 충분히 있다는 것으로 판단돼야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최지성 구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구 미전실 전략팀장도 세트로 영장이 기각됐다. 

1년 7개월간 이어져온 소위 삼바 수사(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이복현 부장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에게까지 이관돼왔지만 영장이 기각된 만큼 정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그야말로 스모킹건을 확보한다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의 수사 행태가 적합한지 따져보기 위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에서 혹시라도 불구속 기소로 방침이 정해지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영장심사에는 이 부장검사를 비롯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최재훈 부부장 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대략 1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 부장검사가 내세운 것은 크게 △미전실이 만든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프로젝트 G’ 물증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물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와병으로 몸져눕기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편법 승계 작업 △주가 조작 등 불법행위로 인해 얻게 된 이 부회장의 부당이득이 수조원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워렌 버핏을 직접 만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한 정황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을 통으로 물려받기 위한 상속세 재원 마련이 난항에 부딪친 만큼 재범의 동기가 충분 △구속하지 않으면 오너 지위를 이용해 추가적인 증거인멸이나 증인 입막음을 시도할 우려 등이다.

이 부회장 측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부인 모드로 일관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아침 방송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범죄의 혐의가 소명되어 있고 잘 설명되어 있고 다만 증거인멸 하려고 해봐야 다 가져가서 없고 도주를 하겠느냐 설마. 이러니 그냥 불구속 재판 하자는 건데”라며 “(이 부회장 측이) 부인하고 있다. 나는 그런 적 없다. 나는 보고 받은 적도 없다. 공장 바닥이 왜 뜯어져 있는가. 잘 모른다라고 한다. 증거인멸이라고 하는 건 단순히 종이조각이 아니라 증언을 해준 협조 수사에 협조했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그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느냐. 안 받느냐.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증거인멸이라든지 은폐를 주도했던 사람이 영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 이런 걸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니까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죽어 있던 원칙인 불구속 재판의 원칙 이게 돈 있고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느닷없이 되살아나는 이런 걸 우리가 다시 확인하고 있다”며 “단순 강도다. 그래서 현행범은 아니고 이렇게 수사를 통해서 잡았다. 증거도 있다. 그런데 본인은 그걸 부인한다. 나는 그래서 불구속 재판 상태에서 이걸 따져볼란다. 그렇게 해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강도 용의자가 얼마나 있을까”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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