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시대전환④] 복지 정책의 방향성? 홍남기 부총리 ‘권한 밖’
[월간 시대전환④] 복지 정책의 방향성? 홍남기 부총리 ‘권한 밖’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1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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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당신들 뭔데?” 기본소득은 대통령 결정 
홍남기 부총리는 관료적 역할
선출 권력인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권
‘재난’ 기본소득인 이유
비대위 체제 곧 새로운 지도부 구성
이원재 전 대표
플랫폼 의제 정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총선 직후부터 4월말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될 때까지 2주간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의 기싸움이 치열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할지 전국민에게 지급할지를 놓고 줄다리기가 지속됐는데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강력한 반대는 없었다. 하지만 177석의 더불어민주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선별 지급론에 사실상 끌려다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원내대표)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복지 예산이 얼마가 됐든 그걸 보편적 복지에 사용하든 기본소득으로 사용하든 그 부분에 대한 결정은 홍 부총리의 관할 영역이 아니다. 근데 우리가 자꾸 헷갈려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은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재원 추계의 기능적인 부분으로 범위를 설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4월22일 민주당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타협에 따라 100% 지급 방침으로 공식화됐음에도 홍 부총리는 인정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불수용하는 스탠스가 기재부 내부 목소리로 보도되자 정 총리가 다음날(4월23일)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홍 부총리 대신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에게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꾸짖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해본 평범한 국민들은 ‘국가가 살아있음을 느꼈다’며 다양한 효능감을 표현했고,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1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정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 재정 당국을 맡은 입장에서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보편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철학 자체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신 취약계층에 타겟팅된 각종 선별 수당만 강조했다.

조 의원은 “어제(1일) 홍 부총리의 태도는 옳지 않았다”며 “(기재부 수장으로서)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하면 될 문제지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 즉 기본소득으로 갈 것이냐, 보편적 복지로 갈 것이냐, 선별적 복지로 갈 것이냐는 경제부총리의 영역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부총리의 태도만 봐도) 한국이 관료 국가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건데. 국민과 언론이 좀 문제가 있다. 네가 뭔데? 이런 반응이 있어야 한다. 당신(홍 부총리)은 이런 복지 정책을 펼치면 곳간이 몇 년안에 몇 퍼센트 소요된다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런 관점에서의 대책은 있어야 한다”면서도 “복지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홍 부총리가 뭐라고 언급할 게 아니라 선출직 책임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가재정법 11조1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은 “예산과 결산 및 기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나아가 각 부처 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이 얼마 이상의 재정 지출이 들어가는 공공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재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를 해야 하고 협의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지만 숨은 실세는 부총리라는 말이 있다.

조 의원은 “예산권을 청와대로 가져오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최고 선출 권력이고 임명된 권력은 선출 권력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 그게 민주주의”라며 “지금의 체계에서 예산권이 좀 더 선출 권력으로 가야 한다. 왜냐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처음부터 예산권을 백악관이 쥐고 있지 않았다. 관료 집단이 대통령의 뜻에 맞지 않게 너무 저항하니까 하루 아침에 백악관으로 갖고 왔는데 다들 미국 망한다고 했다. 미국 안 망했다. 의회주의와 중앙은행이 버티고 조정자 역할을 한다”고 제언했다.

조 의원이 봤을 때 홍 부총리의 역할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서를 올리고, 조언을 하고, 집행을 하는 역할에 국한돼야 한다.

조 의원은 “재정 분야는 전문 영역이라고 본다. 재정이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받고 더블? 이런 건 안 된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라면 선출된 권력에 최종 권한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들도 자신의 투표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 가운데 관료는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인 거고 정책 입안에 어드바이스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게 민주주의의 구조이자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가 예산권에 대한 비토권을 쥐고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가의 복지 정책 근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며 “물론 그렇다고 경제부총리 자리에 허수아비를 세울 수는 없다. 홍 부총리도 기재부에서 보낸 시간이 수 십년(경제관료 경력 35년)이고 그걸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역할은 실행과 조언”이라고 역설했다.

시대전환은 창당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일자리 소득만으로는 국가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홍 부총리가 재원을 근거로 기본소득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지만 시대전환 입장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피하다.

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은 된다 안 된다 차원이 아니다. 이미 법안들이 발의됐고 치열한 입법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미래통합당)이 거론했다면 이건 되는 것”이라며 “세상에서 처음으로 유일한 기본소득 실현 국가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2009년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결성되는 등 학계와 시민사회 채널에서 꾸준히 논의돼왔다. 2019년 초 노동당 내부의 사회당계 세력이 정당 운동으로서 기본소득 의제를 내세운 뒤 올초 집단 탈당해서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시대전환도 기본소득당, 녹색당,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함께 기본소득을 밀고 있다. 

학계에서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것과 그걸 정치로 푸는 것은 별개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과 정당은 연구소가 아니다. 아무리 발의를 하고 연구를 해도 실현이 안 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법을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법이 통과됐을 때 사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를 예측해야 한다. 예측하지 못 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에도 그 정책 입안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재난 기본소득을 예로 보면 이건 정책과 주장으로 시작해서 정치로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을 실현하고 싶은데 코로나가 터졌고 이걸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했다. 그냥 일관적으로 기본소득의 원칙만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담론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우리가 일회성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약간 뒤섞은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이 이건 (정기적이지 않고 일시적이라서)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한다. 관계없다. 학자들이 하는 말이 맞다. 근데 정치의 영역은 그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4일 박주현 전 의원과 시대전환·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시적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마침 2월 중후반부터 대구경북 신천지발 코로나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시됐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부각되던 때 이재웅 쏘카 대표, 김민아 경향신문 선임기자, 랩2050 등에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조 의원은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떠오르고 정치권이 받아들이자) 국민들이 기본소득이란 단어가 있네? 국가가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돈을 주네? 이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이게 정치와 정책의 영역이 섞인 사례다. 이것까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연구원이고 학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전환의 1호 법안을 만들 때에도 법안이 가야 할 중장기적 목표는 설정했지만 이것의 트리거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무턱대고 이게 필요하다고 하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진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의원은 '재난' 기본소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시대전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옛 더불어시민당 연합정당 테이블에 참여하기 위해 조 의원과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탈당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둘 다 복당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대전환은 비대위로 전환했고 현재 홍석빈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고 있다.  

조 의원은 “비대위 회의가 매주 한 번씩 열리고 있다. 나도 비대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가을이 되기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서 정식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의 비전과 정치적으로 어떤 정당이 될 것인지에 대한 모델을 수립할 것”이라며 “지금 가안이 나오고 있다. 그걸 한 두명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 우리도 공당이니까 비대위가 입장을 정할텐데 전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사실 시대전환이라고 하면 조 의원도 있지만 이 전 대표가 간판 인물이었다. 하지만 연합정당 국면에서 조 의원만 비례대표 순번을 받게 됐고 이 전 대표는 그러지 못 하게 되면서 연구기관(LAB2050) 대표의 타이틀로만 언론 노출이 잦았지 시대전환과는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조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시대전환으로 복당했다. 우선 랩2050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비대위에 종종 나오셔서 자기 근황을 들려주신다”며 “이 전 대표의 확실한 아젠다가 기본소득인데 국회의원을 포함해서 기본소득 연구 모임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천이나 출마 좌절을 겪고 나면 다시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나도 정치를 하기로 결심하고 잘 안 된 뒤(2016년 총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인사였지만 공천 불발)에 회복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이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풀어냈다.

이어 “언젠가는 다시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실 것이고 어차피 목표가 같고 지향점이 일치하니까 함께 갈 것”이라며 “나와는 대학(연세대 경제학과)도 같이 나왔고 동갑(1972년생)이다. 정책가로서 계속 활동하실 거고 어떻게 보면 총선 때까지 정치적 에너지가 확 올라갔다가 지금은 좀 내려온 것일 뿐이다. 우리도 다시 시대전환의 주요 정치인으로 어떻게 활동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알렸다.

시대전환이 내세우는 구호는 ‘플랫폼 의제 정당’이다. 어떤 함의가 있을까.

조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의 변화도 크다. 핵심은 직접 민주주의다. 직접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비대면이 강화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버츄얼 소사이어티(가상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여러 기술들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시대전환은 현재 (온라인 정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와글, 빠띠, 포데모스, 루미오 등 모든 곳들과 다 직접 연락하고 제안서를 주고 받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플랫폼 정당을 지향함으로써 아젠다를 발굴하고 그 과정을 집단지성에 의지하고 싶다. 1~2명의 엘리트가 정책을 발굴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민들이 자기 삶에서 느낀 생활 속 불편함 같은 것들이 있다”며 “일반 국민들은 이런 불편함들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자기 생활과 업이 있으니까. 이걸 국회나 정치 집단이 한 번 걸러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을 실질적으로 해볼 수 있다. 플랫폼 정당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들을 얻어내면 저희가 어떻게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서 무조건 발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대전환은 누구나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의제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내가 숙주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조정훈 의원실은 플랫폼 정당의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며 “이게 직접 민주주의로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본다. 시대전환은 한 두명의 엘리트가 아니라 집단지성으로 운영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플랫폼 의제 정당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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