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심각'수준
계부, 프라이팬에 지지고, 계모, 7시간 넘게 가방에 가둬
아동학대 가해자 82.1% ‘부모’
아동학대 발생 장소 86.1%‘집안’

최근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아동학대 방지책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신현지 기자)
최근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아동학대 방지책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인면수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9살 어린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의붓어머니에 이어 뜨거운 프라이팬에 9살 여자 어린이의 손가락을 지지는 의붓아버지의 학대행위가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경 천안 서북구 한 가정집에서 9살 어린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힌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어린이를 가방에 가둔 건 의붓어머니인 A(42세)씨. A씨는 이날 가방까지 바꿔가며 7시간 넘게 어린이를 여행용 캐리어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 A씨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 훈육차원에서 가방에 들어가게 한 것이다.”고 진술했다. A씨 조사과정에서는 아이에 대한 학대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식 없이 실려 온 아이의 온몸에는 멍 자국과 심하게 긁힌 듯한 상처가 있었고 담뱃불로 추측되는 외상도 발견됐다.

또 지난 어린이날에는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했다. 이 당시 몸 상태를 본 의료진은 아동학대가 의심돼 관할기관에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9살 어린이는 3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경찰은 친부의 학대 가담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학대 혐의 피의자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이를 가방에 가둔 의붓어머니 A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20분경에는 경남 창령에서 잠옷 차림으로 발견 된 여자어린이가 세상을 경악케 했다. 발견 당시 여자 어린이는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 심한 물집이 잡혀있었다. 또 머리가 찢긴 채 피가 흐르는 등 누군가로부터 학대 흔적이 역력했다.

경찰조사 결과 여자어린이는 의붓아버지 B(35세)씨부터 3년 넘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의붓아버지 B씨는 여자 어린이를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는 등 인면수심의 학대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친모 역시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아이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학대에 가담했으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와 함께 여자 어린이 목에 쇠사슬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이처럼 짐승보다 더한 가혹 행위를 당한 여자어린이가 발견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가 자신의 목에 감긴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같이 부모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는 학대아동이 이들 뿐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즉, 세상 밖으로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1만7789건에 달했다. 2013년 1만3076건에 비해 36%, 1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준으로 이는 아동학대의 인식의 변화 등 신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신고 사례 가운데 학대 혐의가 있다고 확인된 경우는 982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8살 미만 아동 1000명당 1명이 넘었고 학대 가해자 82.1%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발생 장소 역시 86.1%가 ‘집 안’으로  집안이 오히려 아동학대의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를 받은 10명 가운데 4명이 ‘매일’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확산에 어린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 발생건수도 늘고 있어 아동학대방지책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대면 조사나 상담이 어려워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관계부처는 최근 일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을 면밀히 분석해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추가로 보완할 점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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