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메시지
기본소득 화두 긍정적
완벽하지 않아도 의제 대응 빨라야
3년의 개혁보수 실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12년 전(18대 총선)에는 보수정당이 압도적으로 이기는(한나라당+친박연대+자유선진당=185석) 시절도 있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2006년(4회 지방선거) 내가 정치권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서울에 있는 25개 구청장을 다 한나라당이 이겼고 시의원들이 96개 지역구에서 100% 다 됐다”며 “그때가 MB 뉴타운 바람과 노무현 정부 말기 때 압도적으로 반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순대타운 식당에서 오 전 의원과 청년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최원선 전 새로운보수당 부대변인, 우종혁 전 새보수당 대학생위원장, 크리에이터 이상민씨가 참석했다. 주로 오 전 의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오신환 전 의원은 12년만에 보수정당의 처지가 완전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진=우종혁 전 대학생위원장)

보수정당은 서서히 망해갔고 2016년 20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4연패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 전 의원은 “민주당도 늘 걸림돌이 되는 게 호남 정서다. 모든 의사결정권의 중심에 호남이 있었는데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출현하면서 벗어났다”며 “우리 보수정당으로 보면 맨날 TK 정당으로 욕먹는다. 영남권이 주류를 이루고 모든 결정을 그쪽 중심으로 하니까 수도권 민심과 괴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그 틀에서 여러번 깨지면서 그것을 한 번 완전히 뒤바꿨던 역사가 있고 우리는 여전히 탄핵 이후에 친박들이 친노 폐족 선언하듯이 친박 폐족 선언하고 다 뒤로 물러났어야 했는데 그런 것 없이 여전히 큰소리쳤다”며 “그들이 탄핵이 잘 했니 못 했니 이러면서 국민들 눈에는 여전히 탄핵 책임 정당으로 보이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심판당했다. 탄핵의 강을 여전히 못 넘어 갔다”고 정리했다. 

아직도 탄핵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은 모두가 지적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고질병이다. 알게 모르게 탄핵을 당했다는 정서로부터 탈피하지 못 한 상황에서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는 강성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

오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150석 이상을 하면 사회주의가 된다느니 우리나라가 뭐 공산화나 적화된다는 등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때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니까”라며 “당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싫어도 이미 들어선지가 몇 년인데 그런 식의 접근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본소득과 종일보육제 등 연일 굵직한 정책 의제를 이슈화시키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어쨌든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에 대한 이슈를 좌파 쪽에서 하던 것을 끌고와서 논쟁거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기본소득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정치적으로 우리가 맨날 발목잡고 못 하게만 했던 그런 정당의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을 논쟁의 사안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오 전 의원은 재원 마련책과 기존 복지체계와의 연계성 등 당장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의제를 선점해서 끌고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대단한 경험과 경륜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할 때 기본소득을 꺼냈기 때문(교섭단체 연설)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 얘기를 아무리 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김종인 위원장의 무게감이 실려서 논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사실 보수정당에서 이슈를 선점하는 것 자체가 진보진영에게 굉장히 위협이다. 왜냐면 보수가 50을 한다고 했을 때 저 사람들은 70 아니면 100 이렇게 간다. 더 진보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 항상 그래왔다”며 “그래서 보수 정당으로서 안정적인 재원 마련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대변인도 “이슈 선점 자체는 좋았으나 보수정당답지 않게 아무런 연구가 되지 않았음에도 키워드만 그냥 던져놓는 것 같아서 좀 불만이 있었다”고 호응했다.

오 전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오 전 의원은 “나는 좀 우리 보수주의자들은 뭐든 다 책임을 지고 우리가 뭔가 완벽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여권의 상황을 보면 무책임하지 않은가. 근데 우리는 이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까. 이런 걸 던져도 되나? 보수주의자인데?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야당인데 도대체 왜 그런 걸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권을 찾아온 다음에 뭔가 고민을 하더라도 하면 된다. 지금 그런 것들을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논쟁거리를 만들어내고 지금 전일보육제도 그렇고 과거 20대 국회에서 의제를 선점해서 우리가 주도해나간 적이 언제 있는가? 여권이 뭘 꺼내면 우리는 맨날 안 된다고 반대만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믿음이나 신뢰를 못 주니까 늘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상민씨)
오 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최원선 전 부대변인, 박효영 기자, 우종혁 전 대학생위원장, 이상민씨의 모습. (사진=식당 직원)

2016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3년여간 개혁보수 정당의 실험이 진행됐다.

오 전 의원은 “계기가 된 것은 아무래도 탄핵이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겪고 커다란 정치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특히 보수진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분열하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 논쟁이 있었다. 그렇게 탈당해서 바른정당을 만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전히 개혁보수니 무슨 보수니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수가 앞으로 수권정당이 되고 정권을 찾아오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개혁보수 정당 실험을 통해 가려고 했던)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통합당도 그 방향으로 가야만이 결국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30%의 극렬 지지자들만 놓고 선거를 못 치르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중도를 잡아야 한다. 

오 전 의원은 “중간지대에 있는 예를 들어 박근혜도 찍었고 문재인도 찍었던 사람들을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당을 쳐다보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으니까”라며 “중도에 있는 사람이 매력을 느끼게끔 하려면 뭘 해야 되느냐. 그게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숙제”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중도층을 잡기 위한 개혁보수 실험은 실패했다.

오 전 의원은 “나와서 (자유한국당과) 경쟁해서 이기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쪽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본 거다. 보수의 본류가 우리가 되면 결과적으로 그 방향성에 맞는 보수가 새롭게 탄생할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우종혁씨)
오 전 의원은 개혁보수 실험이 실패했다고 결론냈지만 그 방향성은 지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우종혁 전 대학생위원장)

2018년 2월부터 2019년 12월에는 중도적 색채가 강화된 바른미래당의 기간이 있었다.

오 전 의원은 “(2019년 4월 재보궐 선거 직후 리더십 교체 요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의 노욕이나 그런 것들이 작용하면서 더욱 갈등이 커졌다. 1년 후에 총선이 다가오는데 어떤 비전을 갖고 뭘 할 수 있을까를 보면 막막했다”며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4월달에 패스트트랙 국면으로 가면서 극단적으로 갈라지게 됐다. 태생적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온 사람들이 많고 바른정당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과거 보수정당 새누리당 출신들이기 때문에 그게 서로 완벽하게 합쳐질 것 같다가도 잘 안 되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손학규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결성됐고 2020년 1월 새보수당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 달 반만에 끝났다. 

오 전 의원은 “(끝까지 버티지 못 하고 한국당과 통합한 이유에 대해) 지속가능 하느냐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도 3석을 얻었지만 그게 그 당이 어떻게 운영이 되겠는가. 다음 총선까지 4년을 버텨야 하고 내후년 대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거기에 유승민 대표가 끝끝내 버티고 했었는데 우리는 어쨌든 총선에서 살아남고 이겨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보수 실험을 한 것도) 보수의 본류가 되고자 했던 것이지 그냥 아웃사이더가 돼서 바깥에서 손가락질하고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럴려면 바깥에서 우리가 못 했기 때문에 그냥 부딪쳐서 싸워서 해보자고 했다”며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우리가 말하는 소위 개혁보수도 해보고 그러지 총선에서 다 떨어지고 뭘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주류였다. 그게 또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8년을 버텨낸 정의당이나 진보진영과는 달리) 보수는 그걸 견디기 어렵다”고 풀어냈다. 

하지만 2월 중순부터 4.15 총선까지 두 달간 통합당은 새보수당의 뜻대로 환골탈태를 시도하지 못 했다. 일단 뭉치고 보자는 것만 있었지 기존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 전 의원은 “제대로 된 통합당이 됐어야 했는데 한국당이 너무 공룡화 돼 있고 화석화 돼 있으니 그걸 극복을 못 했다. 국민들 눈에는 전혀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황교안 대표가 인물도 다 바꾸고 그랬으면 뭔가 새로운 정당처럼 그나마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대로 한국당 체제에 새보수당이 밑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니까 새로운 통합에 대한 확장성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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