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이 선거제 개혁에 나서는 길
위성정당 방지
비례대표와 지역구 후보 출마자 수 연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시민사회(정치개혁공동행동과 비례민주주의연대 등)에서는 총선 끝나고 뭘 해야 할지 답답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1등당선제를 고수해왔던 미래통합당은 세가 쪼그라들었지만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너무 없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내부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시민사회 내부의) 체감되는 분위기가 (4년 후) 다음 선거 때 다시 한 번 노리자는 쪽”이라며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나 좀 뜰까? 아니면 개헌 얘기가 나오면 좀 편승할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비관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 만약 의원정수를 안 늘린다면 2015년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했던 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은 1석도 늘리지 못 했고 연동형 의석도 47석 중 30석에만 적용하는 캡이 씌워졌다.
김 대표는 “(시민사회의 운동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느 것이 옳은 선거제도인지 그걸 알리고 그 방향으로 전개해가는 이상적인 방법이고, 또 하나는 현실적으로 정치적 상황에 맞게 가는 것”이라며 “이런 두 가지 축이 있다면 지난번 준연동형은 완전 후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로 시작했던 것 자체가 (30년 가까이 대국민 공론화 과정을 밟았던) 뉴질랜드 사례와 너무 멀었다.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너무 약했고 시민들도 잘 몰랐다. 그렇게까지 세세한 것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었다”며 “지금은 양당 의석이 전체의 93.3%(177+103)인데 그런 현실을 갖고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고 해도 민주당이 안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통합당 너네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지금보다 더 얻었다는 걸 설득하는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비례대표제가 최초로 도입될 때의 배경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식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더 이상 통합당 지지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정말 어르신들을 빼고는 거의 없다. 어제 중앙일보 기사(장강명 작가의 ‘대한민국 주류 교체와 두 파산’)를 보면 신주류와 구주류로 표현하던데 이미 보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며 “현실적으로 통합당이 절대 지역 정당이나 늙은 정당을 벗어날 수 없다.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비례대표제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래 비례대표가 그렇게 도입됐다. 1917년~1918년 유럽에서 처음 생길 때 (공산주의 열풍에) 자본가 정당이 다 죽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다. 30% 정도만 얻어서 생존하자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된다”며 “통합당이 토론회를 열어서 우리를 불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김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직접 시리즈 칼럼(비례위성정당 어떻게 막을 것인가1~3)을 싣고 알바니아와 레소토의 선거법 변천사 및 위성정당 방지 방법을 정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통합당이 구 자유한국당 시절 연동형 도입을 반대하기 위한 논리로 알바니아 사례를 든 것에 대해 반론했다. 알바니아에서는 별도의 위성정당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한 정당이 그렇게 활용됐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근거를 들면서 연동형을 반대했지만 자기들 스스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그 위험성을 증명해보였다.
김 대표는 위성정당 방지 방법으로 ①1인1표제(지역구 득표율을 정당 득표율로 환산) ②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최소 기준 이상 무조건 내도록 강제 ③비례대표 후보 명부의 크기를 지역구 출마자 수와 연동해서 결정 ④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 ⑤석패율제 ⑥중대선거구제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가장 실질적이고 좋은 방법은 ③이다.
김 대표는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도 그에 맞게 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구 절반만 냈으면 비례대표 후보도 그만큼만 내도록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리스트 비율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지역구를 3명 냈으면 비례대표도 253분의 3(1.18%) 정도만 내는 것이다. 거대 정당은 많이 내야 하고 소수정당은 적게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현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민주당이 또 위성정당을 만들면 폼이 안 난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안 하면 자기들도 안 할 것이니까 민주당이 나서서 낯뜨겁게 위성정당을 만들진 않을 것”이라며 “통합당이 못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유효하다면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통합당이 전통적으로 주장해왔던 ⑥에 대해 “오해가 많다. 과거에도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여당이 1명 뽑히고 야당이 1명 뽑힌다. 근데 민주정의당 시절 당선되는 야당은 사실상 여당에 우호적인 위성정당 격인 경우가 많다”며 “대선거구제도 12명을 뽑는다고 하면 막 나온다. 1등~12등까지 당선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선거법을 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선거구제라는 말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전면 비례대표제)를 전제한 개념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따라 35석을 배분한다고 했을 때 개방형 명부로 할 수도 있고 폐쇄형 명부로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