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 한다면 한다? 법사위 못 지킨 주호영 원내대표 ‘관둔다’
민주당 ·· 한다면 한다? 법사위 못 지킨 주호영 원내대표 ‘관둔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15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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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성협상 파행
6개 상임위원장 표결 
통합당 보이콧
주호영 원내대표 물러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진짜 이뤄졌다. 통상 국회는 이해관계 상충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곳이라 거대 양당이 초긴장 상태로 싸우다가도 이내 막판 합의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선택은 제1야당 없는 밀어붙이기였다. 이에 제1야당 원내사령탑은 사퇴 의사를 표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5월8일 선출된지 5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2당이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회)을 가져가는 전통을 지키지 못 했다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며 만류했지만 그의 뜻을 꺾지 못 했다.

법사위를 지키지 못 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법사위를 지키지 못 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15일 저녁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표결 절차가 완료되자 직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선출된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같은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표결을 진행하기 직전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늘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의사일정으로 올리고 우리당 의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여야 합의없이 의사일정을 올린 것도 잘못이고 1948년 개헌 국회 이래 개원 국회에서 상대 상임위원을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배정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뭐가 그리 급하냐. 국회는 운영해오던 룰과 원칙이 있다. 법에는 상임위 배정표를 내지 않으면 (의장이 강제로) 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온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가 이런 나라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발언을 마친 직후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선언했다.

의원들은 재신임 결의를 했으나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사퇴 의지는 확고하다”고 못박았다.

사실 20대 국회에서 장외투쟁 등 각종 명분없는 국회 보이콧을 일삼았던 통합당이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철퇴를 맞았기 때문에 아무리 타이밍상 강경 투쟁을 할 때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즉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에게 법사위를 못 지켰다고 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석수가 103석으로 민주당(176석)에 비해 현저히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날 박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 및 소수당 의원들(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은 18시4분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윤호중), 기획재정위원장(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송영길), 국방위원장(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한정애)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마쳤다.

원내 1당이 홀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사례는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67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통합당은 의장단 선임을 포함 원구성협상을 타결한 뒤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사위원장이 양당의 최대 충돌 지점이었다. 법사위로 줄다리기를 하던 와중에 통합당 소속 정진석 국회부의장 내정자를 제외한 의장단 선출이 완료됐다. 그 이후 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를 수시로 불러 원구성협상 합의를 재촉했지만 매번 법사위가 걸림돌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법제위와 사법위의 분리, 상임위 정수 조정 특별위원회 등 온갖 카드를 구사하면서 협상력 제고를 모색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피켓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항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장은 이미 두 차례 예고한 본회의 일정을 미루면서 양당의 타결을 촉구했지만 무위로 그치자 이번에는 그대로 강행했다.

박 의장은 “오늘 여야가 합의하지 못 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부터 구성하게 된 것은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회의장으로서 본회의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까지 협상을 촉구했고 나 자신도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며 “코로나 3차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고 남북관계 또한 다시 긴장 상태다. 국회가 이런 위기에서 시급히 관련한 상임위를 열어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번 4.15 총선에서 국민들께서는 대립과 파행으로 얼룩젔던 20대 국회를 반복하지 말고 싸우지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고 민주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176석을 확보한 다수당으로 안정적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를 책임져야 한다”며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면 관례에 따라 또 시간을 끌고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일하는 국회는 요원해지고 21대 국회는 대립과 파행이 반복될 것이다. 민주당은 오늘 선출하지 못한 상임위원장 선거 절차도 신속히 진행해 국회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 피켓을 들고 서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은 점자로 된 입장문을 낭독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든 피켓에는 “단독 개원 강행 국회 독재의 시작 이제 대한민국에 국회는 없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법사위를 강탈하나”,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 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동시에 의원들은 “개헌 강행 협치 파괴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재하라”며 “국회 독재 야당 탄압 문 정권을 규탄한다”며 구호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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