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갤러리초대석 최한나의 맛있는 시239]우리는 서로에게 섬이다 / 김서은
[중앙갤러리초대석 최한나의 맛있는 시239]우리는 서로에게 섬이다 / 김서은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0.06.17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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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위대한 브런치』 펴낸 김서은 시인
사진 제공 / 김서은 시인
사진 제공 / 김서은 시인


 

우리는 서로에게 섬이다.

김서은

 

  빛나게 튀어 오를 수 없는 우리는 서로의 등 뒤에서 비수를 꽂으며 진실을 말하라고 종주먹을 들이댄다

 아장아장 걷던 아기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다시 아기가 되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필름처럼 인화되는 것들만 역사로 기록되는 것일까

 

  하늘과 땅 사이에 직립보행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보호색으로 스스로를 위장하여 거대한 숲의 군락을 이룬다

  푸른 날이 지나고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떠밀려 아득한 벼랑 위에 섰을 때 하늘 한 귀퉁이 무너져 깊은 바다에 몸을 묻으며 분화구처럼 돌출하는

 

  섬. 섬섬

 

  아주 차거나, 뜨겁거나

  서로에게 그 아무것도 되어주지 못할 때

  우리는

  먼 바다 깊숙이

  뿌리를 내린

  완벽한 섬이 된다

 

                                                         - 김서은 시집 『위대한 브런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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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문장이 떠오른다. 생활 속에서 혼자만의 완벽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현대인들은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느낌에 소외나 고립감을 참을 수가 없다. 외로울 틈도 없이 살아온 나날들, 어느 한 날 돌아보니 난 혼자 떠 있는 섬이라는 것을 절감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옆의 섬 당신, 바로 뒤에 서 있는 섬 당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어 하며 나의 무엇이 되어줄 누군가를 손짓하며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려니. 섬이 섬을 불러주며 쓰다듬고 안아줄 때 세상이라는 바다에 몰아치는 광풍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려니. 오늘도 먼 바다에 홀로 뿌리내린 누군가가 부르는 이름은 바로 내 이름이요.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다. 섬은 섬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섬이 되고 싶다. 이것이 깊은 화자의 마음임을 읽는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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