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의 속내 노출 “삐라와 한미 워킹그룹” 때문
김여정의 속내 노출 “삐라와 한미 워킹그룹” 때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17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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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
최고존엄 비난
남북 협력 이행된 것 없어
하노이 노딜 이후
극심한 경제위기
군비 증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북 연락망을 전면 차단하고, 무력 도발을 공언하고 급기야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켰다. 그 직후 청와대는 다급해졌다. 

16일 18시 즈음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급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나고 김유근 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은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고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7일 아침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어제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총리도 북한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아침 북한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 15일 우리 정부가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사실을 공개함과 동시에 김 부부장이 비난 담화문을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 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고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며 “김 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북한 당국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연대급 군부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통일부는 이러한 행위가 한국 정부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놓고 삐라 살포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부부장은 대놓고 삐라 살포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별도의 담화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6.15 선언 20주년 메시지에 대해 “본말은 간데 없고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를 범벅해놓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일관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대북전단(삐라) 살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독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못 하게 만든 미국 의존 등을 거론하며 대남 강경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엄중한 현 사태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과 그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삐라 살포 행위와 이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처사는 추상적인 미화분식으로 어물쩍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남관계의 기초이자 출발점인 상호존중과 신뢰를 남측이 작심하고 건드렸다는데 근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신성시하는 것 가운데서도 제일 중심 핵인 최고존엄 우리 위원장 동지를 감히 모독하였고 동시에 우리 전체 인민을 우롱하는 천하의 망동짓을 거리낌없이 자행했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훌륭했던 북남 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 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 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다.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요구사항의 내용만 담는 게 아니라 선을 넘는 김 부부장의 말폭탄에 대해 청와대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윤도한 수석이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해 청와대의 반발 브리핑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시 즈음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이러한 취지(문 대통령의 6.15 선언 20주년 메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그간 남북 정상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북측은 또한 우리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전례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2017년까지 핵 발전을 완성하고 이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실험을 자행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 받았다. 

북미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김 위원장은 2018년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문을 열어젖혔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①평창 동계올림픽 협력(2018년 2월) 
②1차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③판문점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2018년 5월)
④1차 북미 정상회담과 싱가폴 합의(2018년 6월) 
⑤3차 남북 정상회담과 평양 공동선언(2018년 9월) 
⑥2차 북미 회담과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⑦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2019년 6월) 
⑧스톡홀롬에서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2019년 10월)

김 위원장 입장에서 ⑥은 너무나 뼈아픈 대목이었다. 

북한은 당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유엔 대북 제재 5가지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며 영변 플러스 알파(강선 등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요구했다. ⑥ 이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지속됐지만 ⑧이 무위로 끝나면서 장기 교착 국면에 빠졌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북 간의 자체적인 교류협력을 바라는 눈치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제대로 받아안지 못 했다. 

바로 거론됐던 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나아가 남북 철도 협력인데 한미 워킹그룹 체제 이후 제대로 된 승인을 이끌어내지 못 했다. 

남북미 깜짝 회동이 열렸던 작년 6월 판문점에서의 모습. (사진=청와대)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국에 처하자 북한 내부에서 ‘주체파’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사인 남문희 기자는 1월14일 출고된 분석 기사를 통해 “주체파는 북한의 당·정·군 내에서 핵 포기 신중론을 주장해온 일군의 사람들을 뜻한다”며 “(⑥) 이후 기존 통전부식 접근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덕분에 주체파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발언권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미국을 어떻게 믿고 핵을 포기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뭘까.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15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중요한데 통계를 보니까 2016년 1~2월 북중 교역량이 7억불 정도 된다. 작년 1~2월에는 3억불로 줄었다. 그 얘기는 뭐냐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라며 “연말에 북한이 남한에 대해 극렬한 비난을 했는데 그게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2월에는 2억불로 줄었다. 경제난이 심해졌다. 코로나가 준 경제적 영향을 보면 3월에 (북중 교역량이) 2000만불로 더 줄었다”며 “북한은 정기 무역 말고 밀무역이 많다. 국경에서 이뤄지는 밀무역도 많지만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것도 많다. 코로나 이후 국경 폐쇄는 물론이거니와 공해상의 밀무역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으로 거의 완전히 고립됐다”고 진단했다.

탁 박사는 “김 위원장이 6월7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시민들의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이런 말을 했다. 그 얘기는 무슨 말이냐면 평양시민들의 일상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북한이 건국 이래 없었던 경제 위기”라고 재차 환기했다.

탁석산 박사는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 대해 경제위기와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으로 설명했다. (캡처사진=MBN)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증가세다. 

탁 박사는 “문재인 정부 4년차에 국방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40조원에서 시작해서 올해는 50조가 넘었다. 연평균 7.4% 올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4~5%였다. 더 심각한 것은 국방비 구성을 보면 무기 구매비가 엄청 늘었다. 무기 구매가 3년간 증가한 비율이 11%가 넘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5% 정도였다. 2배가 넘는다”며 “북한이 볼 때는 위장평화 공세 아니냐. 겉으로는 평화를 얘기하지만 뒤로는 군비 증강을 하고 있었다(고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북한 정책은 평화 정책인데 앞에 단서가 붙는다. 힘에 의한 평화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전혀 갑이 아닌 것이다. 무기도 거의 80% 이상이 미국산 무기다. 그래서 미국과의 관계도 아주 돈독하고 그래서 말로만 평화이지 사실은 더 힘을 키우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간을 봤을 때 오히려 북한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 사무총장을 지낸 신장식 변호사는 12일 방송된 MBC <정치人싸>에서 “갓끈 잘못 고쳐맨 것은 맞는데 어찌보면 굉장히 풀기 쉬운 과제를 준 것이다. 미사일 안 된다는 그런 큰 게 아니라 법 하나 만들면 되는 거니까”라며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에 있어서 풀기 쉬운 과제를 하나 준 것이다. 오히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를 줬을 수도 있다. 요구가 더 무겁고 깊은 과제를 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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