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및 설명 의무
손보업계 일반 원칙?
피보험자가 인지 못 하면 무소용
대법원 판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약관을 내세우며 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손보사(손해보험)에 대해 지급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1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하위 기구인 분조위(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암 보험금 관련 결정 사례를 소개했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한국소비자원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60대 여성 알파씨는 2016년 전화로 L손보사의 보험상품 2개에 가입한 뒤 2018년 갑상선암과 전이암 판정을 받았다. 알파씨는 두 가지 암에 대한 보험금을 각각 청구했지만 L사는 거부했다. 최초로 발병된 갑상선암이 소액암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급 가능하지만 이로 인한 전이암은 일반암이라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이는 보험 약관에 명시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분조위는 약관법(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L사가 일반암 보험금 374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알파씨의 손을 들어줬다. 고지 의무를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면 약관에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 보험금 지급 거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L사는 손보사들이 통상적으로 따르는 룰이 있다면서 전이암은 1차 갑상선암으로 인한 2차 발병 요인이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강조했고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나아가 알파씨도 이 조항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조위는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①L사가 해당 약관에 관한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점 
②약관 내용이 손보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 법칙인지 그 여부와 상관없이 알파씨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점 
③명시 및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계약의 경우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 

알파씨는 L사 외에 다른 보험사 두 곳의 상품에도 전화 가입을 해놓은 상태였고, 그 두 곳은 보험금 중복 지급에 대한 약관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서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했다. 사실상 L사만 지급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한국소비자원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보험설계사는 고객에 대한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분조위는 소비자기본법 67조 4항에 따라 “(당사자들이) 분쟁 조정의 내용을 수락하거나 수락한 것으로 보는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발생시키는 공식 기구로서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분조위는 이와 관련 2015년 3월26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선고 2014다229917)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는 피보험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상품 내용, 보험료율,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 변동, 보험자 면책사유 등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지고 있다”며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약관의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약관 내용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분조위는 “이번 결정은 보험사가 약관의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는데도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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