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업...노동시간의 양극화 현상 뚜렷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 너무 커...대기업도 예외 아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렸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 현상 두번째 시간으로 일자리부분을 살펴본다.

일자리분야의 양극화 현상은 경제환경의 변화와 산업고용구조의 취약성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대응 미흡으로 생겨난 현상이라는 의미가 크다.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른 해외이주와 사회주의 국가(중국, 베트남 등)들의 급부상, IT 등 기술의 진보가 자동화를 불러왔고 중견 중소기업의 납품 경재에 따른 생산 원가의 하락으로 자본의 고갈과 자영업자들의 붕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개혁이 급속으로 진행되면서 인력투자 및 사회안전망 대책들이 미흡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저출산과 고령사회시대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및 취업자 수 증가율 둔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라지는 중간 일자리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중 가장 큰 것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사진=중앙뉴스 DB)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중 가장 큰 것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사진=중앙뉴스 DB)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중 가장 큰 것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 해가 거듭될 수록 뒤떨어지는 성장과 기업들의 성장 패턴 변화, 기업들의 해외 이탈, 재벌 위주 성장 등이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조사에 의하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6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 진다. 반대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저성장이 심화될수록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성장전략이 경공업 중심에서 '고용 절약 혁신주도형'으로 바뀌었다. 관련 산업의 성장은 수출을 크게 늘리는데 기여 했으나 생각보다 고용의 확대는 크지 않았다.

한국은행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기초화학업종의 고용계수(고용계수:매출 10억원을 늘리는 데 필요한 고용 인원)는 0.3명에 불과했다. 해당 업종에서 매출 10억원 늘리는 데 0.3명을 더 고용하면 된다는 의미다. 자동차(2.3명), 금속(4.3명), 기계·장비(3.1명) 등 다른 주력업종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중 가장 큰 것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사진=중앙뉴스 DB)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중 가장 큰 것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사진=중앙뉴스 DB)

최근 몆년동안을 빼고 우리 경제는 연평균 4%의 성장을 꾸준하게 이어 왔으나 일자리는 평균 1% 대에 그쳤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2000년대 중반 건설업이 호황을 누릴 당시 체감경기가 좋았던 것은 건설업 고용계수가 9.6명으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2020년 현재 한국 경제는 이런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우리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했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 투자가 부진했다는 것이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중에 하나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연평균 24%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연평균 3% 증가에 그치면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66만개의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우리기업들은 해외로 빠져 나가고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들은 우리 나라로 덜 들어오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사실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는 중소기업들의 영향이 크다. 

재벌 위주 성장은 일자리 증가에서 중소, 중견기업 만큼 크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 매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25.6%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 정도인 6.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 매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25.6%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 정도인 6.9%에 불과하다.(중앙뉴스=DB)
우리나라 기업 매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25.6%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 정도인 6.9%에 불과하다.(중앙뉴스=DB)

고용 기여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 또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재벌기업 소속 근로자 비중도 2~3% 떨어졌다. 대기업의 전체적인 종사자 숫자도 2만명 이상 줄어 들었다. 매출액에 비해 고용 기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벌기업이 해외 진출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장비에 대한 의존도도 더욱 늘리고 있다는 것도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소, 중견 기업들은 매년 오르는 인건비 때문에 근로자 임금을 올리느라 신규 직원의 채용에 여력이 없다보니 새로 뽑는 일자리에 대해서 임금이 높은 정규직 보다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채우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년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 사이 임금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생산직에 비해 서비스업은 취업자가 계속 늘고 있다. 중장년층이나 주부 계층에서 생계형 취업자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기업들은 저임금 근로자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에 대한 개선을 할 필요가 없다. 결국 경쟁력이 계속 퇴보하면서 저임금 근로자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기업간, 노동시간의 양극화

지난 5월 18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인 김유선 박사는 ‘코로나19 위기와 4월 고용동향’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2월과 3월 4월의 취업자 수가 나와있다.

2월의 취업자 수는 2,752만 명이고 3월의 취업자 수는 2,684만 명이다. 이어 4월은 2,65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월에 비해 4월에는 취업자 숫자가 102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맞이했던 2008~2009년의 6개월간 취업자 감소폭(25만 명)과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첫 2개월 감소폭(92만 명)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2020년 취업자 도표(자료=한국은행)
2020년 취업자 도표(자료=한국은행)

김유선 박사는 코로나19로 주당 총 노동시간(취업자 수×노동시간)으로 살펴본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지난 3월에는 주당 총 노동시간이 5,171만 시간(-4.8%), 4월에는 6,024만 시간(-5.9%)이라며 40시간 일자리로 환산하면 “코로나19로 일자리 280만개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의 분석처럼 대규모 실업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시간이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늘어난 노동시간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택근무와 유급휴가와 같은 혜택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일 때만 가능하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중에서도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가 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폭주하는 물량으로 적은 임금에 긴시간의 노동을 강요 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40대의 쿠팡 노동자가 새벽 배달을 하다가 한 빌라의 계단에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까지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사례 중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곳은 우편집배원들이다. 무려 46명이 사망했다. 집배원들의 열악환 환경은 끊임없이 알려져 왔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28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먼저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18년 7월 1일에 실시했다. 나머지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점차 확대하였고 내년(2021년) 7월 1일까지는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토록 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 연장을 인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월 31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적용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치료, 마스크를 제조하거나 방역용품 생산 업체들에게는 업체들이 근로기준 연장 신청을 해오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 조치했다. 비상상태에 놓인 방역관련 제품들의 신속한 공급 등을 위해서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근로시간(1주 최대 12시간)까지 초과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 40+12+12=64시간까지 허용된다.

사안에 따라 최소 4주, 최대 3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며, 연속근로는 2주내에서 허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31일 이후 5월 15일 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총 1,311건을 인가했다. 이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이 1,026건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이런 연유로 노동시간이 더욱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 정규직은 시간외 수당으로 임금을 더 챙기게 되는 등 정규직은 노동에서 독점을 꾀하게 된다. 그러면 많은 실업자와 비정규 파트타이머들은 정규직에 밀려 일자리 나눔(Work-sharing)과 사회적 연대에 대해 소외되게 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7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2,257 시간)와 코스타리카(2,179시간)에 이어 3위(2,024시간)에 머물고 있다. OECD 국가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은 1,753시간(2016년)이다.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1,363시간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에게 또 다른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증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 너무 커...대기업도 예외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양극화도 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가운데 정규직은 67.1%(1342만명), 비정규직은 329%(651만명)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98만원인데 비해 중소기업 정규직은 66% 수준인 264만원이다. 또 대기업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58만원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152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는 대기업 비정규직의 60% 수준이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대기업 정규직 월 임금 평균은 398만원 이고 대기업 비정규직 월 급여는 258만원으로 같은 대기업에 근무하더라도 정규와 비정규의 차이는 140만원이나 된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정규직 월급여는 264만원인데, 비정규직 월 급여는 152만원이다. 110만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양극화도 심각하다.(자료=통계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양극화도 심각하다.(자료=통계청)

저임금 근로자는 근로자 2명 중 1명 꼴이다. 고임금 근로자에 비해 저임금 근로자가 늘고있다는 건, 임금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간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200만~400만원대 근로자 비중도 2019년 기준 46.6%로 50%가 되지 않는다. 중간 일자리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가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한국 고용의 현실이다.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근로자가 어떤 업종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월급 간극이 크게 벌어진다.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도 1년 전보다 47.4% 증가했다. 500만원 이상 높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금융업에서 일하는 100만원 미만 근로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금융업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직업에 속한다. 따라서 종사자 중 18%의 인원이 5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있다.

좋은 일자리는 기존에 직장을 갖고 있던 경력직이나 ‘스펙’이 좋은 사람들의 몫이다. 새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대다수 청년은 중간 일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간 일자리 상황마저 부진해, 많은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백수에 머물거나 하위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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