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 제시
한국전쟁 참전 종군 화가부터 동시대 국내·외 작가 50여명의 250여 점

김성환, 6.25스케치 1950년 6월 27일 돈암교부근, 1950, 종이에 연필, 채색, 19.3×2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성환, 6.25스케치 1950년 6월 27일 돈암교부근, 1950, 종이에 연필, 채색, 19.3×2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올해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문화계가 그날의 비극을 작품을 통해 재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낯선 전쟁’전을 오는 25일 오후 4시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낯선 전쟁’전은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말하고자 하며, 또한 이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과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에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전쟁과 함께 살다’‘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먼저 1부에서는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김우조, 양달석, 임호 등의 작품 등이 공개된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John Rich)와 AP 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Max Desfor)의 사진도 소개된다.

김환기, 판자집, 1951, 캔버스에 유채, 72.5×90.3cm
김환기, 판자집, 1951, 캔버스에 유채, 72.5×90.3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Ivor Hele)와 프랭크 노튼(Frank Norton),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Edward Zuber)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된다.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당시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련 자료도 공개되어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2부는 ‘전쟁과 함께 살다’의 주제로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이다.  노순택의 ‘좋은, 살인’,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에르칸 오즈겐, 어른의 놀이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에르칸 오즈겐, 어른의 놀이,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부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보는 장으로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 에르칸 오즈겐,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와 안토아네트 드 용등 동시대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를 선보인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또한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이 외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 마커의 ‘환송대’와 디앤 보르셰이 림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아울러 전시 도록에는 역사, 문학, 미술사, 전쟁사,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하여 전쟁과 재난 속 미술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안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낯선 전쟁’전은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라며,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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