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나는 이기적이었고, 거만했다"...야구 통해 변화하는 모습 보이고 싶어
야구할 '자격' 없다는 것 알지만, 야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밝혀

 

전 메이저리그 선수인 강정호가 23일 오후 취재진 앞에 섰다.(사진=방송캡처)
전 메이저리그 선수인 강정호가 23일 오후 취재진 앞에 섰다.(사진=방송캡처)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지난 5일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전 메이저리그 선수인 강정호가 23일 오후 취재진 앞에 섰다.

국내 프로팀으로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음주운전 논란 관련 입장을 밝히고 머리숙여 사과했다. 강정호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의 음주운전에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삼진아웃제' 적용을 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정호는 취재진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이어 강정호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사과문을 미리 준비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정호는 취재진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사진=방송캡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정호는 취재진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사진=방송캡처)

강정호는 사과문을 통해 "내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어떤 사과도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정말 죄송하다"고 재차 용서를 빌었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고 면허가 취소됐으나 구단에도 알리지 않았다.

삼진아웃제를 적용 받았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숙소로 바로 간 행동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팬들과 청소년들에게 사과했다.

음주운전 사고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도 머리숙여 사과했다. 강정호는 팬들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못했다는 것 때문에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떳떳하지 못했고 늘 빚을 진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대중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정호는 사과 기자회견 말미에 "구단에서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은 피해자 위해 쓰겠다며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내 마음이 이기적인 걸 안다고 했다". 그리고 재차 "나는 이기적이었고, 거만했다"고 여러 차례 자책하면서 야구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2018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음주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4년째 금주 중인 강정호는 지난 2006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강정호는 2014년까지 히어로즈 한 팀에서만 뛰다가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이적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중심타자로 인정을 받고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다 음주 사고로 그 꿈이 무너졌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결국 미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강정호는 2017년 한 시즌을 반납했다. 그리고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채 2019시즌을 마치고 구단으로 부터 방출당했다.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 사무국에 제출하고 국내 복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은 여론 등의 추이를 지켜보고 내부 논의를 통해 계약 문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현행 야구규약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KBO는 이 조항이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 뒤인 2018년 9월에 개정됐다는 것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낮춘 바 있다.
 
[강정호 기자회견문 전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어떻게 사과의 말씀을 드려도 부족하지만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9년 2011년 음주 검문에 적발됐고 당시 벌금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정지되고 취소됐습니다. 당시 저는 구단에 걸리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2016년엔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숙소를 가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정말 나쁜 행동이었고 해서는 안 될 행동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 잘못된 행동을 보고 실망한 모든 팬,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야구선수로 잘못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를 입었는데 저 때문에 사고를 떠오르게 된 모든 음주운전 피해자분들에게도 사죄드립니다.

야구 팬 및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이 자리에 서서 사과하는 시점도 늦어졌습니다. 공개적인 사과가 늦어지며 한국에서 미국에서 늘 빚을 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대중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며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을 여러번 했습니다. 어렸을 땐 아무것도 모른 채 야구만 바라보고 야구만 잘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못을 해도 실력으로 보여드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으로 책임감 없는 모습 보이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야구선수로서 공인으로서의 삶을 인지하지 못하고 제 자신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모습 후회하며 지난 몇 년간 스스로와 주변 사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순간들을 마주하며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저는 2018년부터 메이저리그 금주 실업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검사를 받아왔고 4년째 금주 중입니다. 앞으로도 금주를 이어가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어떠한 말로도 잘못을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한번 제 잘못을 돌아보고 야구선수 강정호로 인간 강정호로 성실하고 진실되게 살고자 합니다.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변해가는 모습 약속드리겠습니다. 지난 잘못을 용서받기에 부족하지만 KBO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속죄하고 싶습니다.

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모든 비난 감당하며 묵묵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KBO리그 팬들 국민 여러분 모든 분께 죄송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구단에서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돕는 데 쓰겠습니다.

또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돕는 캠페인을 펼치고 기부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 제가 할 줄 아는 것이 야구이니 은퇴하는 날까지 비시즌에 야구 재능기부를 하겠습니다. 야구장 밖에서도 저지른 죄를 갚으며 열심히 봉사하고 살겠습니다.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십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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