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특강에 9분간 문제제기 질문
미국이 1990년대에 북한과 수교했다면
워킹그룹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 고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미 워킹그룹으로 상징되는 북미 관계의 현실을 역사적으로 비판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 문제 발생, 원인과 해법> 강연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위원장)의 강연을 90분간 듣고 첫 질문자로 나서서 9분 동안 이야기했다.

이낙연 의원(오른쪽)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미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 아래 “뒤늦게 생긴 한미 워킹그룹이 한미 공동선언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느냐 그 반대인가 하는 문제제기를 피해갈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 의원은 1972년 대선 당시 故 김대중 대통령이 꺼내든 ‘4대국 안전보장론(미국·중국·소련·일본)’이 2003년 8월 6자회담(한국·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으로 펼쳐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던 그 언저리(1991년)에 북미 수교와 북일 수교가 있었다면 평양에 미국대사관이 상주해서 일상적으로 접촉했다면 북한 핵 문제가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북미 수교를 견제하는 음직임이 미국 내에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의 그런 상태는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며 “미국 분석가들의 분위기도 그렇게 기울었다. 현실에는 맞지 않고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상태가 지금도 계속되는데 우리가 그것을 돌파하지 못 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미국에서 대북 매파 세력이 득세하게 된 것 자체가 한반도에 비극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이 하자는대로 안 하면 무슨 손해가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의원의 구상은 남북 협력이 워킹그룹에 발목잡히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사진=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북미 관계가 1990년대에 풀렸다면 지금 이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래도 국정 최고 책임자를 기대하는 자로서 대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데 정 전 장관은 “캠프를 이미 시작한 것 같은데”라며 “세상에서 자꾸 그런 (전당대회 출마) 얘기를 하니 농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상대로 한 발짝 앞서갈 수 있는 참모를 쓴다면 우리가 미국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정 전 장관은 강연에서 이 의원의 질문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을 짚어냈다. 

정 전 장관은 “1990년대 초에 미국이 북한과 수교했다면 한반도의 냉전 구조가 해체됐을 거고 그렇다면 북핵 문제는 근원적으로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의심스러운 군사 행동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부가 한미 워킹그룹이 생겼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때 족쇄를 찼구나 생각했다”며 “미국이 워킹그룹을 만들 때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를 상대하기 힘드니 전부 한 그룹으로 묶어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거기 걸려 헤어나지 못 한 결과 북한이 이런 패악질을 부리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시킨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4.27 판문점 선언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고 워킹그룹 틀 밖에서 족쇄를 풀고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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