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이념이 아닌 실용 택한 아이젠하워
공화당이 당 외부로 눈을 돌린 배경
김종인과 미래통합당도 눈길을 외부로
인국공 사태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으로 이미지 메이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6월23일 난데없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방송인 백종원씨(더본코리아 대표이사)를 거론했다. 황교안 전 대표가 퇴장한 뒤 대권 주자 가뭄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당 바깥에서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는 통합당의 처지가 부각됐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씨는 지난 25일 오후 국회 소통관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공화당이 당 내부 인사가 아닌 아이젠하워(34대 미국 대통령 1953년~1961년)라는 외부 인사를 수혈해서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현재 통합당도 기성 정치인으로는 도저히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시대정신을 담보하지 못 한다고 평가받는 정당은 상대적으로 중도 후보나 기성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그런 후보를 내서 대선 승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당시 정운찬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살짝 나왔었다. 정운찬은 정치인이 아니었고 서울대 총장이자 거시경제학자였는데 이명박 대항마로 거론된 적이 있었다”면서 “그만큼 당시 민주당 내에 인물군이 없었고 당의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는 굴지의 대권 주자 △이낙연 의원(30%대)을 비롯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있고 전체 지지율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반면 통합당에는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부 지지율 10% 미만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의 명분으로 2021년 초까지 통합당의 대권 주자를 발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반대로 보면 현재 당내 인사들에 대해 대권 주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국진씨는 아이젠하워와 백종원 사례를 비교하면서 보수 정당이 당 외부에서 대권 주자를 찾는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씨는 “사실 직썰 코너에서 백종원이 차기 주자로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를 원래부터 해보려고 했다. 사람들이 이심전심으로 대안적인 대권 주자를 생각했을 것”이라며 “예전에 안철수가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 사람들 속에 그런 마음이 생겼는데 결국 2011년에 주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백종원도 방송(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2018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에서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서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자기 소신을 잘 말해줬고 사람들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에서 횃불 작전, 시칠리아 상륙작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을 진두지휘한 전쟁 영웅으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높은 인기로 공화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미국 민주당 소속 故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고사했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줄기찬 요청에 수락했다.

정씨는 “루즈벨트의 뉴딜 이후에 민주당이 20년 가까이 집권(1933년~1953년)하게 됐는데 공화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젠하워 때문”이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루즈벨트의 민주당 기조를 이어받은 측면이 있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된 것은 도저히 기성 정치인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했던 공화당의 절박함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화당은 2차 세계대전의 영웅들을 물색했는데 그중에는 맥아더 장군도 있었다”며 “맥아더와 아이젠하워의 차이가 뭐냐면 맥아더는 너무 강력한 우파 반공 인사였고 아이젠하워는 좀 더 유연하고 미국 민주당의 정강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인사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인종차별 철폐 노력 △국방비 감축 및 효율화 △보건사회복지부 신설 및 사회보장제도 확립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고속도로) 건설 등 보수 정당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인 업적을 많이 성취했다.

김 위원장도 “보수우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실용적인 정책 정당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 걸맞는 대권 주자를 옹립하는 일이다. 

정씨는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이미지 메이킹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정씨는 “현 정부에 대해서 다들 가장 실망하는 부분이 공정성이다. 기대치 자체가 낮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부분들을 해소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했던 것이 공정성 부분이 많이 차지했다”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같은 경우도 권력에 의지해서 운좋게 메달 따고 이화여대를 갔다는 불공정이 탄핵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걸 잘 해소해줄 수 있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와 과정의 공정을 어필했었다”고 환기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성에 대한 기대감만 엄청 높여놓고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번번이 그걸 깨트리는 짓을 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나 한국도로공사라든지 이런 데에서 이미 무리한 정규직화가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됐는데 그때는 불타지 않았는데 이번에 불탄 이유는 카톡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인국공 논란은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로 직종 전환을 한 후 직고용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례는 종종 있어왔지만 20~30대 취업준비생이 인국공 사태에 반발하게 된 배경이 있다.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22살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천국제공사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만원. 소리 질러!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나와서 뭐하냐”라는 확인되지 않은 메시지가 올라왔고 이게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알바생에 불과한 저스펙자가 누구나 선망하는 공기업 정규직이 됐다는 정확하지 않은 서사가 형성됐고 이는 “로또 취업”으로 불리며 청년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26만여명의 동의를 받은 관련 청원글까지 등록됐다.

정씨는 “이게 옳은 표현은 아니지만 청년들이 서울 사이버대생을 서울대생으로 쳐준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문재인 정부가) 그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금 취준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의욕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 부분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캐이스 바이 캐이스 일 수 있고 다 다르다”면서도 “이런 걸 추진할 때 좀 더 공정성의 부분에서 신중하고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서열화된 구조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사회 구조에 편승해서 더 이용해먹으려고 했던 것이 현 집권층이다. 조국 사태만 봐도 부모 찬스로 자기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스펙을 안겨주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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