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다가 너무 걱정돼서
말폭탄 정치가 비효율적인 이유
말이 아닌 법과 제도로 
제도화로 거버넌스를 해야
천정배 법무부장관 사례
진중권, 대통령 결단 촉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요일(28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조 의원의 글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어드바이스다.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금태섭 전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이 원외 인사가 된 뒤에 민주당은 내부 비판이 거의 없는 단일대오 정당이 됐다. 추 장관은 최근 폭주기관차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조 의원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메시지를 내기까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조 의원은 “우선 나는 윤 총장의 임명 당시(2019년 7월) 여당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었고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활동 내내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극히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며 “(검사·법무부 공무원·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법조 부근에서 30년 가까이 머문 사람이다. 최근 상황에 대해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만에 하나 나의 발언이 오해나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동시에 느끼고 고심하고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책임감이 더 앞섰다. 추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두괄식으로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은 추미애 장관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의 결론은 법과 제도에 따른 거버넌스를 추구해달라는 것이다. 그 말은 현재 추 장관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먼저 추 장관이 올초 임명되자마자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들을 좌천시킨 것에 대해 조 의원은 “추 장관 취임 전 66명의 법무부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했다”고 발언했다.

추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강공 수사를 진행한 핵심 검사들을 윤 총장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인사 조치했다는 것이 조 의원의 생각이다. 검찰 인사권이 ‘행(Action)’이라면 윤 총장에 대한 말폭탄이 ‘언’이다. 

조 의원은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이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자신들의 언행을 자제했다”면서 추 장관이 자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추 장관이 지난 25일 열린 <공수처 설립 방향 공청회>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서 윤 총장에게 쏟아낸 가시돋힌 말들은 아래와 같다. 

“검찰총장이 며칠 전 내 지시를 어기고 내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

“장관이 이런 총장과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 해본 적도 없다.”

“검찰청법엔 장관이 구체적 지휘를 검찰총장에게 할 수 있다. 지휘를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따라야 되는데도 (총장) 본인이 다시 지휘해 이것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가 하라고 하더라.”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이런 식으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검찰의 치명적 오류로 장관이 재지시를 내린 것이 검찰사에 남으면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글이 아닌 영상으로 보면 추 장관의 웃음짓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말을 하면서도 뭔가 스스로 너무 세게 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겸연쩍음이 느껴진다. 사실 추 장관의 주장이 원론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도 노무현 정권이던 2005년 검찰청법 8조에 따라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있었다(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 천 전 장관의 지휘는 노무현 정권의 이익과는 별개로 사상범 혐의자에 대한 인권 보호의 차원이었다. 

그러나 추 장관의 인사권이나 감찰 지휘권 행사는 객관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이익과 직결돼 있다. 검언유착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관계자 증언 회유) 모두 부도덕한 검사를 징계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혜택을 입는 곳은 여권이다. 

조국 사태 이후 △라임 게이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신라젠 등 여권이 곤란해 할 여러 사안에 대해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이 강경하게 수사할까봐 사전에 기선제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추 장관과 민주당은 현 정권에 매서운 칼을 댈 것으로 예상되는 한동훈 검사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윤 총장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의지를 갖게 된 숙주로 한 검사(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를 지목한 바 있다.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한 검사를 본보기로 짓밟는 데에 여권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검사는 조국 사태 이전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적폐청산에 부합하는 수사를 가장 충실히 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구속시킨 것은 모두 그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은 거의 대부분 파트너십을 발휘했고 협력했다. 문재인 정권 초대 법무라인 파트너였던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그랬다.

(사진=연합뉴스)
초선의원 강연에서 웃음을 보이며 윤석열 총장에게 날을 세웠던 추 장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에 마냥 따르지 않는 것은 그게 정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훈범 중앙일보 대기자는 27일 출고된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했고 여당이 극찬하던 검찰총장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못 내쫓아 안달이다. 인사권을 휘둘러 수족을 자르고 꼬투리를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며 “이유도 웃긴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던 대통령 당부를 잘 따른다는 이유다. 그러니 권력 행사에 설득력이 있을리 없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력이다. 설득되지 않은 힘을 사용하는 건 다름 아닌 독재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도 설득력없는 말의 향연으로 압박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진단을 하고 있다. 

조 의원은 “꼭 거친 언사를 해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호하고도 정중한 표현을 통해 상대를 설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 문제만이 아니”라며 “정치적 역효과와 갈등의 문제도 있다. 추 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 그래서 당초 의도한 바와 반대로 나아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일 총장을 거칠게 비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에 원구성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이 진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민생에 집중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은 법 절차적 거버넌스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말이 아닌 법 절차로 하면 된다.

조 의원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은 정해진 절차와 제도에 따라 차분하고 내실있게 진행하면 될 일”이라며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장관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말 걱정이 크긴 컸던 것 같다. 

조 의원은 추 장관의 말폭탄 정치에 대해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이어 “집권 세력은 눈 앞의 유불리를 떠나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솔직히 우리가 거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당장의 현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야당이나 또 일부 국민들은 우리의 정책이나 기조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에 따라 거버넌스가 진행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설파했다. 

결론적으로 조 의원은 “신뢰가 높아질 때 지지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장관께서 원래의 의도나 소신과 별개로 거친 언행을 거듭한다면 정부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 장관께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보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 의원은 올바른 검경수사권조정을 통해 제도적인 검찰개혁을 이뤄내면 자연스럽게 검찰의 일탈도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검경수사권조정 모델에 대해 조 의원은 △검찰의 수사 총량 줄이지 않음 △정보력을 독점한 경찰의 1차 수사권에 대한 견제 없음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은 추 장관의 말폭탄 정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의 쓴소리는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런 일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빠질 리가 없다.

진 전 교수는 29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씨의 문제는 법무부장관의 임무에 대한 완전한 오해 속에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며 “대통령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다.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 역시 여당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아니라 여야를 뛰어넘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미애씨는 장관이 되어서도 아직도 자신이 여당 국회의원이라 착각하는 듯하다. 정의로워야 할 법무부를 당파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최강욱·김남국과 같은 막장 의원들 수준”이라며 “그러다보니 법무부가 아예 친문 패밀리의 민원을 처리해주는 흥신소가 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진 전 교수는 “출세욕에 사로잡힌 법무부장관이 비리 인사들의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의를 무너뜨리고, 공정을 깨뜨리고, 법을 능멸하는 일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장관이 팔에 완장을 찼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일이 있나?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