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강하고 빠른 경영 행보 보여
‘고객’, ‘미래’, ‘실용’으로 ‘뉴LG’ 실현에 박차
구광모,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다”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지 2년이 됐다. 뉴LG를 실현해 가는 ‘그의 경영이 젊다’. (사진=LG전자)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지 2년이 됐다. 뉴LG를 실현해 가는 ‘그의 경영이 젊다’. (사진=LG)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마흔 두 살 젊은 기업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조용하지만 강하고 빠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이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지 2년이 됐다. 뉴LG를 실현해 가는 ‘그의 경영이 젊다’.

구 회장이 그리는 뉴LG는 ‘고객’, ‘미래’, ‘실용’이다. ▲고객가치 ▲미래준비 ▲실용주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들이 중시한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 등 그룹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 미래 성장 기반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고객’이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고객’이다. (사진=LG)

@ ‘고객 경영’…‘페인 포인트(Pain Point)’ 강조

이에 구 회장은 조용하지만, 그러나 강하고 빠른 경영 행보를 하고 있다.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고객’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강조했다.

‘페인 포인트’는 사전적 의미로 불평,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등으로 해석된다. 경영 관점에선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기능이 결여된 부문 등을 의미한다.

구 회장은 이 같은 메시지를 지난 1월 2일 전 세계 임직원 25만여 명에게 전달했다. 이는 이메일 신년 메시지 영상으로 전달됐으며 구 회장의 핵심 경영철학인 ‘고객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잘 만들어가기 위한 최우선 실행전략을 제시하면서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목소리는 페인 포인트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 개념을 더욱 확대하여, 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이나 생각 등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구 회장은 “페인 포인트는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라면서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의 행복과 감동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올해 고객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또한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뉴LG’로의 변화는 조직 문화부터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방식에 이르기까지 뼛속 깊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복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의사결정 속도다. 구 회장의 대부분 경영행보는 ‘미래준비’사업 추진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구 회장은 2년 전인 지난 2018년 6월 취임과 동시에 별도의 취임식도 생략한 채 ‘회장’이라는 호칭 대신 ㈜LG 대표로 불러줄 것을 당부했는가 하면, 올해 시무식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집중하는 분야는 경영을 동행하는 ‘경영 도반 100명’과 ‘보수적인 조직 혁신’이다. (사진=LG)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집중하는 분야는 경영을 동행하는 ‘경영 도반 100명’과 ‘보수적인 조직 혁신’이다. (사진=LG)

@ ‘젊은 경영’…‘경영 도반’ 100명과 보수적인 조직 혁신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집중하는 분야는 경영을 동행하는 ‘경영 도반 100명’과 ‘보수적인 조직 혁신’이다. 

구 회장은 먼저 보수적인 순혈주의 경영을 타파했다. 구 회장은 글로벌기업 3M에서 영입된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71년만에 회사 첫 외부영입 최고경영자(CEO)다. 

신 부회장은 LG그룹 모태인 LG화학 설립 이후 외부에서 수혈된 CEO로 유명하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그룹 변화의 아이콘으로 그를 선택했다. 구 회장이 2018년 6월 29일 취임 후 혁신적인 인사 단행의 새로운 젊은 피로 통하는 첫 수혈자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는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각 부서에 맞는 ‘실무형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뽑게 됐다.

특히 취임 후 조용하면서도 강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바삐 현장을 다닌 구 회장의 옆에는 항상 한두 명의 ‘특별한 동행’이 있다. 

지난해 10월에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내부 인재 100여 명과 LG인화원에서 직접 만나 도전을 강조한 것도 ‘젊은 경영’의 시발탄이 됐다.

LG의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100여명의 젊은 인재가 구 회장과 동행하면서 향후 10~30년 뒤 사업부장(경영임원)이 될 재목들이 최고 경영진의 시선에서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키울 수 있도록 구 회장이 직접 ‘경영 과외’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구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2년 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해온 차세대 리더 육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만이 LG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인재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 회장이 직접 챙기는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이며, 이 프로그램은 구 대표의 인재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미래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은 사업가 마인드와 스킬 교육, 선배 사업가로부터의 코칭과 멘토링,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도전과제 수행 등의 내용으로 짜여 있다. 

이와 관련 LG는 지난해 각 계열사의 추천과 3개월 간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임(대리~과장) 및 책임책임(차장~부장)급의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선발했다. 

이들은 앞서 말한 구 회장과 ‘동행 경영’의 도반이자 LG의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젊은 인재 100명이다.

이는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구 회장의 ‘젊은 경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영은 뉴LG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영은 뉴LG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 ‘미래 경영’…‘뉴LG’ 미래 앞당겨

구 회장의 미래 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영은 뉴LG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구 회장은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5G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의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했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의 인수로 유료방송 가입자 수 기준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에만 20조 원을 투자하는 등 ‘OLED 대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까지 중국 광저우 신규 패널 공장과 파주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연간 1천만 대분의 TV용 OLED 패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LG CNS의 경우 지난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맥쿼리그룹이 가진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뉴에이본, 일본 에바메루 인수, 유럽 피지오겔의 지역 사업권 인수 등 성장 사업에 대한 M&A가 지속 추진되고 있다.

반면, 구 회장은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여 사업적으로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주사 LG는 지난해 서브원 지분 60%를 팔아 60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4월 LG CNS 지분 35%를 약 1조원에 매각했다. 

또 LG전자 LG화학이 보유한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으로도 약 6000억원이 들어왔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중국과 경쟁에서 밀린 LCD사업을 접고 OLED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난해 평택공장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다.

물론 코로나19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계속된 만큼 산적한 과제들도 많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등 기존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은 LG화학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실현이 지연되고 있지만 지난 22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한 것을 기점으로 그간 지지부진하던 LG화학 합작사 설립, 배터리사업 분사 등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행보를 보면서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증권가 역시 LG가 부실사업 정리로 대량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로봇에서 ZKW·로보스타 인수 등 대형 M&A를 단행하는 등 그의 ‘뉴LG’ 실현에 대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그런 면에서 지난 2018년 5월 부친인 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총수 자리에 오른 구 회장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던 LG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게 대외적인 평가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젊은 총수’답게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을 위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젊은 총수’답게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을 위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혁신 경영’…“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다”

구 회장은 ‘젊은 총수’답게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을 위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R&D 분야 개방과 협업도 늘리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사업현장으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3개월 만인 지난 2018년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R&D 현황과 미래 먹거리 산업 등을 직접 챙겼다.

또한 구 회장은 지난달에 출범 2년을 맞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방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사이언스파크만의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앞서 준비하고, 그룹의 미래 시드를 찾아 기회를 선점하는 LG사이언스파크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아울러 구 회장은 개방, 소통, 도전의 문화를 정착시켜 LG의 혁신 문화를 이끌어 달라는 속내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대전 LG화학 기술 연구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벤처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4월 미국에서 열린 이공계 석·박사 대학원생 대상 ‘테크 콘퍼런스’를 직접 찾아 R&D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한편, 구 회장은 1978년생 1월 23일생으로 희성그룹 회장인 구본능 씨의 친아들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LG그룹의 후계 계획에 따라 2004년에 큰아버지인 구본무의 양아들로 입적되었다.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여 2018년 LG전자 상무로 재직 중 5월 20일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후 지난 2018년 6월 29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또한 구 회장은 지난 26일 지난해 12월 별세한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보통주 164만8,8887주(0.96%)를 상속받았다.

이번 상속으로 최대 주주인 구 회장이 보유한 ㈜LG 주식은 보통주 2753만771만주다. 지분율은 15.65%으로 늘어나며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상속받은 지분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1,182억2,500만원 규모다. 해당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6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구 회장은 ‘최대주주’라는 상징성을 배제하더라도 명실공히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지난 2년간 남다른 리더십으로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젊은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구광모 대표가 주도하는 ‘뉴LG’로의 변화는 조직 문화부터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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