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정치 평론
통합당은 손해를 봤나
민주당은 독배를 든 것인가
민주당의 당권과도 연계
문재인 대통령의 운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1대 전반기 국회 원구성협상 결과는 결렬이었다. 5월초부터 약 두 달간 거대 양당이 치열하게 수싸움을 벌였지만 타결되지 못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했다. 정보위원장도 곧 민주당 몫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29일 저녁 원구성협상 결렬에 대한 ‘정치 톡방(텔레그램 그룹대화방)’ 멤버들의 평론은 △미래통합당이 과연 정치적 손해인가 △민주당의 독주인가 독배인가 △문재인 정부의 운빨 △향후 국정 전망 등 다양하게 전개됐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과 미래당 등에서 활동 경험이 있는 전상민씨는 “통합당 입장에서는 결렬이 되든 안 되든 손해될 것은 딱히 없다고 보여진다”며 “18대 0이 됐지만 민주당이 (국회 운영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당초 합의된 배분안으로 알려진 11대 7에서) 7개를 받았더라도 민주당이 청년정책이나 경제정책 관련 주요 상임위를 어리석게 내준 것을 쉽게 받는 거라 그것대로 큰 이득”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에게 배분될 것으로 예정됐던 7개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정무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교육위·환경노동위 등이다.

전씨는 “다만 통합당이 (원구성협상 결렬과 무관하게) 상임위 명단을 내고 참여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특히 후반기에 집권여당이 되는 쪽(2022년 대선 승리 정당)이 법사위를 맡는 제안을 걷어찬 것은 좀 멍청한 선택이라고 본다. (대선 결과에 연계시키는 것이) 국회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고리타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금요일(6월26일)까지만 해도 양당은 ①후반기 법사위를 통합당이 맡는 방안 ②대선 승리 정당이 후반기 법사위를 맡는 방안 등 2가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주말 협상에서 사실상 ②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 초안이 만들어졌고 서명만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당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29일 오전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한다. 

물론 주 원내대표는 초안 같은 것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나아가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장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불승인 요인에 대해서는 “저희들은 당내 많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주 원내대표는 도저히 ②을 받을 수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씨는 “민주당이 대선과 법사위를 놓고 한 판 뜨자고 제안을 한 건데 그걸 물리치면 국민들은 쟤들 왜 저렇게 자신이 없나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지 국회 독립성이 침해된다?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비어있는 본회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가 현재는 민생당 소속인 정국진씨는 민주당의 독주를 우려했다.

정씨는 “2008년 총선에서 우파 정당들(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무소속)이 200석(210석) 넘게 많이 가져도 의회 민주주의와 합의 민주주의 그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며 “18개 전체를 다 가져간다는 것도 엄포였지 결국은 나눠줬다. 민주당이 다수당의 독주로만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구성협상의 핵심은 법사위다.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과 발을 다 자르고 연일 압박하고 있는데 검찰 뿐만 아니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법을 바꿔서라도(야당 몫 공수처장추천위원 몫)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이런 민주당의 행태를 견제할 곳이 법사위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장악했기 때문에 일방통행을 제지할 수단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국회 운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만큼 언제든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독배론에 대해 정씨는 “독배라고 보진 않는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전성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소 대선까지는 이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씨는 “민주당 내 친문(문재인 대통령) 당권파가 이낙연을 무리하게 쳐내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무난하게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것”이라며 “이낙연 의원도 무리하게 친문쪽과 대립 구도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이고 아마 절대 튀지 않게 안전하고 무난하게 대권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녹색당과 미래당 등에서 활동했던 민철식씨도 “(원구성협상 자체는) 예상되었던 결과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승리로 정리할 수 있다”며 “다음 정권도 민주당이 창출할 것으로 본다. 통합당이나 보수가 워낙 저질”이라고 호응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해찬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운빨’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촛불 효과, 대북 효과, 코로나19 효과 덕을 봤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정적인 지지율을 쉽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총선 전에도 운빨이 다됐다고 했지만 코로나 운빨이 있었다. 최근 북한발 악재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봤는데 볼턴이 욕을 대신 먹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운빨은 범인의 감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대선 즈음에 가면 또 어떤 운빨이 생길지 모른다. 통합당은 운빨이 끝났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안 끝나니까 통합당 입장에서는 입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대세 흐름은) 이미 맷집이 높아져 있고 프레이밍이 잘 돼 있어서 웬만한 것으로도 안 흔들린다”며 “(민주당 친문그룹이) 몇 차례 무리한 행동을 해봤는데 전체 지지율 판도는 깨지지 않고 있다. 어지간하면 별 문제가 아니라서 이젠 마음대로 할 것 같다. 윤미향 케이스도 일반적이라면 정권이 붕괴될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끝끝내 방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정씨는 “민주당 독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 같다. 민주당은 원구성협상 정국에서 독배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막 밀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전씨는 민주당이 아무래도 독주 프레임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봤다.

전씨는 “민주당은 이제 2년 안에 밀어붙일 것은 다 밀어붙이긴 할 거다. 본전을 뽑아야 하니 몰아치기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상임위원장 명단을 보면 장관 경험자는 배정 안 한다고 했는데 한 것으로 봐서 원포인트 아니냐(일시적 상임위원장 선출하고 추후 통합당에 양보)는 추측 기사들이 있더라”며 “김태년 머릿 속을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지만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국회 사무총장까지 여당 차지라 독주 프레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환기했다.

이어 “이해찬 대표가 뭐 공수처 밀어붙인다고 해도 그 사람은 이제 두 달 뒤면 당대표도 아니니까”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전씨는 “강공 80% 온건 20% 정도 비율로 놓고 국회 운영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제 이낙연이 당대표로 출마해서 거의 될 것 같긴 한데 혹시라도 민주당에서 강경 주자가 당권을 맡지 않는 이상 통합당과 어느정도 대화를 해나갈 것이다. 극한 대치로 2년이 흐를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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