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촉구 기자회견
민주당의 공식 입장과 기류
당 지도부와 문재인 정부
문재인, 양향자, 이인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진보적인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한다. 박용진 의원 등 개별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 외에 당의 입장이나 전반적인 기류가 중요하다. 그래서 김수민 평론가,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은 민주당 차원의 목소리를 요구하곤 한다.

관련해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4선)은 1일 오전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 장소에서 기자와 만나 “(민주당 의원들이) 당연히 같은 뜻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선 것 뿐이지 민주당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같은 뜻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의원은 이날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 박 의원만 이 부회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던 것과 달리 노 의원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월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를 내린 것에 대해 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1년 8개월에 걸쳐 110명 소환, 50회 압수수색, 20만쪽의 수사 자료,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8명 임직원 전원 유죄. 그럼에도 이 부회장에 대해서 수사도 기소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무사 무전유사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지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대법원이 뇌물액 86억원을 인정해서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에서 파기환송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기소 여부 검토) 등 2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노 의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가 안 이뤄진다면) 이건 뭐 동쪽에서 해 뜬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혐의가 입증될만한 증거가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기소하고 재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불구속과 구속은 또 다른 문제(6월9일 구속영장 기각)다. 이제는 사회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살리는 것과 죄있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같이 연계해서 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봐줄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 번 봐주면 그 다음에는 이것보다 작고 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가 변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는 수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증거 입증자료가 제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회에 내놓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5월6일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가 있었지만 노 의원 입장에서 법적 처벌을 수용하는 것이 포함돼야 제대로 된 사과라고 볼 수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장 단상에 오른 민주당 의원들은 5명(노웅래·박용진·이용선·양경숙·조오섭)이었다. 허나 현장에서 배포된 기자회견문 문건에 참석자로 등재된 의원들은 7명(노웅래·박용진·이용선·양경숙·조오섭·윤재갑·신동근)이었다.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11명(노웅래·이학영·신동근·어기구·박용진·윤재갑·이용선·양경숙·조오섭·이수진·임오경)이 동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의 기류와 공식 입장이 궁금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내가 시민사회측과 협의해서 이런 취지의 기자회견이 열릴 것이라는 문자로만 우리 의원들께 공지를 했다”며 “민주당 의원들 중에 먼저 의견을 밝혀준 노 의원을 비롯 많은 의원들이 개별적인 의사를 내게 보내주신 거라 당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참여의 뜻을 밝힌 의원들의 입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지금은 기소되느냐 마느냐에 있지만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유죄다. 양형만 지금 하고 있는데 양형 재판부(파기환송심)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두면 좀 봐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기억하실 것”이라며 “20대 국회 마지막이긴 했는데 우리 당 국회의원들 43명(정확히는 진보 야당 의원들 포함)이 그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명을 올리고 동참했던 일이 있다”고 환기했다.

1월17일 정준영 파기환송심 재판장(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은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를 설치해서 삼성의 사회적 반성 행보를 잘 해내면 양형에 참작하겠다는 시그널을 공식화했다.

이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이 1월21일 발표됐고 여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34명(강창일·권미혁·기동민·김두관·김상희·김성환·김영진·김영호·김철민·김현권·노웅래·박용진·박정·서삼석·송갑석·신동근·신창현·안호영·어기구·오영훈·우원식·위성곤·유승희·윤일규·이석현·이재정·이종걸·이학영·이훈·정성호·정은혜·정춘숙·제윤경·표창원)이었다. 그 당시 민주당 의석수 기준 4분의 1 정도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박 의원은 “여러가지 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과 다른 당의 많은 의원들도 사법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용진 의원은 준법감시위원회 논란 당시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비판 성명에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럼에도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이유가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는 김태동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 있을 때도) 이건희씨를 다른 재벌 총수들과 봤는데 지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셀 수 없이 10여차례 이재용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다”며 “그러니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데에도 간접적으로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후인 5월7일 마지막 공식 회의석상에서 “삼성그룹의 어제 선언을 사법적 회피를 위한 얕은 눈속임으로 절대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 출신이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당대표였을 때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양향자 의원이 “(이 부회장이) 4년간이나 이렇게 재판을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가”라고 발언해서 논란이 일었다.

양 의원은 6월29일 방송된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글로벌 기술로 첨단 글로벌 기술로 세계 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그런 기업이 어떤 오너의 이런 상황에 있어서 의사결정 구조가 상당히 이제 조금 예전과 같지 않다”며 “바로 결정해주어야 하는 일들이 워낙 많은데 나와 가깝게 일했던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의사결정이 바로 바로 되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 밝혔다.

일단 박 의원은 양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 4년 동안 기업의 총수가 재판받는 일은 전무후무한 있기 어려운 그런 일이다. 근데 그 재벌 총수가 자기가 운영하고 장악한 기업으로 하여금 뇌물을 갖다 바치게 한 일도 대한민국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며 “국민들이 균형있게 봐주실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나아가 당 지도부나 문재인 정부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대하는 스탠스에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한테 나중에 따로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회견에는 시민사회, 학계, 노동계, 정치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은 오늘 모인 △시민사회(경실련/경제민주주의21/민변/YMCA전국연맹/참여연대) △학계(지식인선언네트워크) △노동계(민주노총/한국노총/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노동·정치·사람) △정치인들(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18명)이 반기업 집단으로 비춰질까봐 우려스럽다면서 입을 뗐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공식 발언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가 3800억원 회계 부정으로 상장 폐지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수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지르고도 수사도 재판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며 “독일계 핀테크 업체인 와이어카드 같은 경우 투자자와 시장을 속이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CEO(마커스 브라운)가 경찰에 체포되고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한 상태다. 무엇이 기업과 시장질서를 위하는 길인지 검찰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누가 기업과 시장질서를 옹호하고 있는지 잘 판단해주면 좋겠다”고 풀어냈다.

양경숙 의원도 백브리핑 장소에서 “분식회계와 인수합병 두 가지 과정에서 탈법을 저지른 재벌에 대해 검찰이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준법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는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며 “검찰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을 또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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