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0%…한달만에 마이너스 하락 멈춰
긴급재난지원금 물가에 미친 영향...일부 있지만 제한적

소비자물가의 반등을 견인한 것은 농·축·수산물(4.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 끌어올렸다.(사진=윤장섭 기자)
소비자물가의 반등을 견인한 것은 농·축·수산물(4.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 끌어올렸다.(사진=윤장섭 기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P씨(여, 58세)는 가계부를 적을때마다 계산기를 몆번이고 두들겨보는 버릇이 있다. 행여 계산이 잘못된 것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하기 위해서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P씨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P씨는 큰아들 내외를 1년전에 집으로 들어와 살도록 허락 했다. 현재 손주와 둘째 아들, 남편 이렇게 6명이 한집에서 살고있다.

식구가 많다보니 한달한달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가족 모두가 직장을 나가고 있다는 것,

P씨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비록 작은 돈이라도 식구 모두가 밥 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S씨(남 56세)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17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S씨의 부인은 프리랜서다. 전문직에서 지난해 까지 큰 어려움 없이 일을했고 수입도 괜찮았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 지자 수입이 줄었고 남편마저 퇴직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자영업자를 비롯해 중소.중견기업들, 심지어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마저 잃게 만들고 있다. 우량 기업으로 알려진 기업들 조차 긴축 경영에 나서고는 있지만 우리 경제는 점점 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전 국민들에게 지급했던 국가 재난금의 효과도 1달도 가지 못한채 모두 사라졌다.

통계청은 2일  '2020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보합을 기록했다.(자료=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보합을 기록했다.(자료=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보합을 기록했다. 지지난달인 5월에 기록한 마이너스(-) 물가로는 이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한 달 만에 하락을 멈추었고 1년전과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사실 정부는 지난달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시장에 반영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 반등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마이너스 상승을 억제하는 데 그쳤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물가에 미친 영향은 일부 있긴 했지만 제한적이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에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4월에 다시 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5월에는 마이너스(-0.3%)로 내려갔다.

5월 마이너스 물가는 작년 9월(-0.4%)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이었다.

소비자물가의 반등을 견인한 것은 농·축·수산물(4.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실제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생활방역 전환 등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축산물 가격이 10.5% 상승한 영향이 컸다.

돼지고기가 가장 많이 오른 16.4%)였고 국산 쇠고기는 10.5%였다. 내구재 중에는 소파가 12.1% 올랐고 식탁(10.8%) 등 가구 물가 등도 재난지원금 효과로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1.0%, 집세는 0.2% 각각 올랐다. 채소류 가격도 9.7%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배추(58.1%), 고구마(30.2%) 등 가격이 올랐으나 고춧가루(-13.1%), 마늘(-21.0), 쌀(-1.9%) 등은 내려갔다. 고등어(14.5%), 명태(18.0) 등의 가격 상승으로 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6.9% 상승했다. 햄 및 베이컨(8.0%) 등 가공식품도 1년 전보다 1.3% 올랐다.

하지만 석유류(-15.4%)와 공공서비스(-2.0%)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각각 0.68%포인트, 0.28%포인트 끌어내렸다. OPEC의 감량없는 석유 생산으로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 가격이 1.4%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13.8%), 경유(-19.3%), 자동차용 LPG(-12.1%), 등유(-16.2%) 등 석유류가 15.4%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68%p 끌어내렸다. 다만 전월보다는 4.8% 오르면서 하락 폭은 축소됐다.

한편 통계청은 7월 물가도 지난달과 엇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마의 영향으로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 식탁 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부들의 지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걸까?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농산물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4월에는 저온 현상과 5월에는 예년보다 많은 비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축산물의 가격 오름세도 농산물 오름세와 다르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고기를 사 먹는 가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잠시 잠깐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식탁이 풍성 했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이 다 소멸된 지금은 식탁의 빈곤은 예전과 같다. 식탁 물가를 잘 조절해야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다. 그래서 주부들의 고민도 깊다.

P씨는 식탁 물가를 줄이기 위해 목표를 설정했다. 1달 동안 목표금액을 정해놓고 하루에 최소 비용만을 지출하기로 한 것, 그리고 옥상 화단에 고추와 호박, 가지, 상추 등을 심어 채소는 자급자족 하기로 했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나라는 물가 추이와는 별개로 식료품비의 기본 비중이 원래 좀 높은 편이다. 따라서 통계청의 조사를 참고로 당분간은 먹거리 물가에 대해서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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