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위기상황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지속성장하는 기업 만들 것”
DB하이텍, DB그룹 황금날개로 성장 가능성 커…비메모리반도체 수익률 증가

“ON택트 하라!”며 ‘뉴DB 김남호호’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사진=DB그룹)
“ON택트 하라!”며 ‘뉴DB 김남호호’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사진=DB그룹)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ON택트 하라!”며 ‘뉴DB 김남호호’가 출범했다. 

김남호(45) 신임 회장이 지난 1일 취임식을 통해 ‘김준기호’에서 ‘김남호호’로 갈아타면서 DB그룹 2세 경영이 막이 오른 것이다. 

이로써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온 김준기(76) 회장의 창업자 시대에서 김남호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을 구축하면서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DB그룹은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하고 지난 1일 오전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이‧취임식을 가졌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식에서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두려움을 뒤로 하고 제가 회장직을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영자로서 저의 꿈은 DB그룹을 어떠한 환경 변화도 헤쳐 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을 치밀하게 연구해 새로운 업을 창업한다는 자세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각 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on-tact) 사업영역과 사업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의 취임식 메시지는 “ON택트 하라”는 것이 주요 키워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시대 등의 상황을 인지하고 언택트(비대면)에서 이제는 ‘온택트’ 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금융‧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화 추세가 거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DB그룹의 미래를 밝게 내다볼 수 있는 DB하이텍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파운드리란 생산 시설을 갖추고,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생산 시설 구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수 조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높은 사업이다.

DB하이텍은 2001년 본격적으로 비메모리반도체를 주요 사업으로 택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10년 넘게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점차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 김 회장의 “온택트 하라”는 선언과 맞물려 DB그룹의 황금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매출 2258억원, 영업이익 6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8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9%에 달한다.

 

DB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사진=중앙뉴스DB)
DB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사진=중앙뉴스DB)

@ DB그룹, 국내 ‘알짜 금융사’로 자리매김

김남호 회장 선임은 이근영(81) 회장의 퇴임으로 인해 이루어졌다. 

김 회장은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 퇴임 후에 이근영 회장을 보좌하며 DB그룹 경영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다.

이근영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그룹 회장에 취임해 당시 김준기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인한 리더십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에 그룹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그룹은 2000년대 철강, 반도체, 금융, 물류 등을 중심으로 한때 10대 그룹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나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현재는 금융과 제조 두 축으로 축소됐다.  

김 회장은 금융과 제조 두 축의 핵심인 DB손해보험과 DB Inc의 최대주주이며,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DB그룹의 자산규모는 2019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특히 DB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 

DB그룹은 외형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알짜 금융사’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DB그룹 금융 부문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 원을 올림으로써 국내 ‘알짜 금융사’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한편, 김 회장은 1975년 8월 23일생으로 아버지 DB그룹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과 할아버지는 제9대 국회 부의장을 지낸 다선의 국회의원이다. 

김 회장은 1994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1999년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고, 2009년 1월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5년부터는 DB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빠르게 접목시키는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키워왔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역임하면서 DB그룹의 보험·금융 혁신TF를 이끌며 영업·마케팅 다변화와자산운용 효율화, 해외시장 진출 등에 진력했다. 

특히 날로 악화되고 있는 업황 속에서도 DB금융부문이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 김 회장이 ‘DB그룹 황태자’에서 ‘DB그룹 총수’의 자리에 올랐지만 급변하는 대외적인 환경과 앞에는 놓인 상황은 녹록치 않아 DB그룹 젊은 총수로서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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