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현 ‘검정감각 360’, 임샛별 ‘안녕하신가요’, 김찬우 ‘하드디스크’

스텝업 '검정감각 360'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스텝업 '검정감각 360'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국립현대무용단 안무 공모 및 레퍼토리 개발 프로젝트인 ‘스텝업’이 오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로 3년째 실시하는 ‘스텝업’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정적 창작 시스템을 통한 지속가능한 레퍼토리 개발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 신작이 아닌 기존 창작물이 보완 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유튜브와 네이버를 통해 매일 온라인 생중계되며 티켓 오픈 여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방침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 스텝업에서는 총 3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황수현 안무가의 ‘검정감각 360’, 임샛별 안무가의 ‘안녕하신가요’, 김찬우·최윤석 연출의 ‘하드디스크’가 무대에 오른다. 올해 스텝업은 공모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추천을 통해 최종 작품이 선정됐다.

최근 주목받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국립현대무용단 플랫폼을 통해 선보임으로써 각 작품의 선명한 주제의식을 발전시켜 다양한 예술적 시각으로 현대무용에 대한 다채로운 흥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10일 무대에 오르는 ‘검정감각 360’은 2019년 초연된 ‘검정감각’의 확장판으로, 안무가 황수현은 이번 공연에서 소리의 울림과 자취를 통해 공간의 깊이와 무게, 밀도, 텍스처의 층위를 더하고자 했다. 이에 관객은 눈을 감은 퍼포머의 시선으로 무대 공간을 감지하고, 이때 눈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미세한 촉각자극으로 감응하는 공연을 제안 받는다. 

안무가는 극장 공간에 퍼지는 소리와 잔음, 진동을 통해 객석에 기묘한 멀미감이 번지도록 의도했다. 여기서 관객은 익숙하지만 낯선 ‘검정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황수현은 이 작품에 대해 "공연 예술에서 신체를 매개로 하는 작업은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밝혔다.

하드디스크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스텝업의 '하드디스크' (사진=국립현대무용단)

김정현 미술평론가는 “황수현의 ‘검정감각 360’은 관객에게 움직이는 모습의 ‘시각적 형태’가 아니라 눈을 감은 상태에서 더욱 예리해지는 다른 감각을 체험하도록 했다.”며“ 무용수들의 신체 감각에 이입한 관객은 상상적으로 눈을 감는다.” 라고 말했다.

임샛별의 ‘안녕하신가요’는 2016년 선보인 ‘HELLO’를 발전시킨 작품으로, ‘HELLO’는 스페인 마스단사 무용축제 ‘안무가상’ 수상 이후 체코·헝가리·이탈리아의 주요 현대무용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안무가 임샛별은 '안녕하신가요'에서 타인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인사방식을 통해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외적 상태와 내적 심리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작품은 감정노동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를 짚으며 관객의 감정을 재조직하고 인식전환을 제시한다. 

임샛별은 "핀마이크를 사용하여 감정노동자들이 감추고 있는, 나타나지 않는 그 감정과 무용수들이 공연 중 아주 호흡이 가쁜 상태에서 참아야 하는 이미지를 연결해 표현했다"고 작품에 대해 말했다.

김찬우의 ‘하드디스크’는 몇 해 전, 안무가 자신이  허리 디스크 질환을 겪으며 경험했던 일상을 무대 위로 옮겨냈다. 이에 ‘하드디스크’는 김찬우가 질병을 얻기 이전과 이후의 삶을 그가 수행해 온 작업을 통해 반추하고 위태로운 신체에서 비롯되는 움직임의 감각을 상기했다.

공동연출의 최윤석은 "절망에 빠져있는 순간에서도 예술적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고 실천하는, 자신한테 주어진 제약에서 작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김찬우는 조형예술을 전공,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9년 신촌극장에서 ‘하드디스크’를 공연하면서 무대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최윤석은 2019년 신촌극장에서 초연한 ‘하드디스크’의 기획자이며,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편 안무가의 선명한 주제의식을 발전시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프로젝트인 ‘스텝업’에 선정된 작품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소개될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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