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출마선언
이낙연과의 차별화
영남표 300만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부겸 전 의원은 영호남 대결 구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면서도 영남표를 확보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도 비문재인계 포지션이지만 김 전 의원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자신감이 있다. 호남이 집토끼라면 영남이 산토끼인데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영남 표심 공략을 내세웠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주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권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이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 어떤 대선 후보를 내놔도 40%를 득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이번 정당 투표에서 우리는 영남에서 20%의 지지 밖에 얻지 못 했다”며 “대통령 선거란 건 전국적으로 진영 대결로 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밀리는 건 대선 전략상 대단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내가 떨어진 선거(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기본적으로 40%(41만8891표) 지지를 받을 만큼 나름대로 우리 당을 불신하는 분들도 설득할 만한 노하우가 있다”며 “우리 당이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도 40%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 대선 후보를 모시더라도 이길 수 있고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다. 그 점은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영남 300만표를 책임지겠다. 지난 총선에서 750만명이 영남에서 투표했다. 그중 40%를 내가 얻어오겠다”며 “당대표가 되면 대선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다. 그 1년 6개월 동안 영남에서 정당 지지율 40%를 만들겠다”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김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는 명분 자체도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김 전 의원은 “총선 결과를 보니 대선 준비 등으로 한 발 멀어져 있기에는 취약 지역의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시기에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당의) 폭을 넓히고 외연을 확장해 튼튼한 반석 위에 세우는 일이다. 그건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 중 내가 제일 낫지 않나 생각해 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2008년~2012년)까지 경기도 군포시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가 그 이후 故 노무현 대통령처럼 스스로 가시밭길로 들어갔다.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고 네 차례의 선거에 도전해서 평균 40%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자신의 정치 스토리를 그대로 살려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이 의원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의원과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랜 정치적 인연이 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호흡을 맞춰 일해왔다. 차별성을 드러내기 대단히 힘들다”며 “이번 선거가 대선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당대표를 뽑아서 그 대표가 안정적으로 2년간 우리에게 닥쳐올 귀중한 과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중요하다고 말한 데 내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3개월 연속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2021년 3월에는 당대표를 관둬야 한다. 김 전 의원은 당대표가 된다는 전제 하에 2022년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싸움을 언론에서 대선 전초전, 영호남 당내 대결이라고 하는데 그런 시각은 가져주지 말아 달라. 그건 이 의원이나 내가 살아온 삶 자체, 정치적 자산 자체를 부인하는 못 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전망,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비전으로 대결하고 싶다. 대선 전초전, 영호남 대결이 돼 버리면 상처뿐인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의원은 여러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김 전 의원은 △부동산 대책 △당내 민주주의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의 후보 불출마 문제 △차별금지법 △한미 워킹그룹 △청년층의 분노 등에 대한 자기 소신을 피력했다. 

먼저 부동산 대책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지금 문제가 되는 정치권 인사 및 고위 공직자들은 3개월 이내에 (다주택) 부동산에 관한 국민적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고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따라야 한다. 3개월 정도 여유를 주고 그 다음에도 정리하지 못 했을 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부동산이나 아파트가 주거의 개념인데 우리나라는 소유의 개념이 너무 강하다. 이런 국민의 심정 자체를 부정하지 말아달라는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풀어냈다.

세부적으로 김 전 의원은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수도권 공급 확대 등을 거론하며 “싱가폴이나 영국을 봐도 왜 내 사유 재산을 건드리냐고 반발할 만큼 강하게 하지 않고는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없다고들 이야기 한다”고 환기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표결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은 뒤 당내 소신 발언이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다.

김 전 의원은 “대표가 워낙 엄숙한 분이라서 당내에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는 좀 분위기가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76석 한 분, 한 분이 헌법기관으로 자신의 권리가 있고 말할 기회가 있다. 다만 우리가 한 팀이 돼 해야 할 제도 개혁,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는 목소리를 어느 정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추행을 저지르고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인해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못 내도록 돼 있다.

김 전 의원은 “당헌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따른 여러 당 조직 내 고민들은 들어보겠다. 하지만 우리들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 자체를 편의에 따라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는데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혐오 표현 금지법을 냈는데 보수적인 기독교의 강한 비판을 받고 철회한 아픔이 있다”며 “성적 지향에 관한 건 우리나라에서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합의 타령과 나중에 하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김 전 의원은 “(성소수자의 보편적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면서도) 개인적 경험을 말했으니 차별금지법 자체에 대한 찬반을 밝히지 않는 것은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미 워킹그룹이 엄한 시어머니 노릇을 한 게 아니냐 비판이 많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남북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우리가 적극적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한다.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남북관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확신한다. 새 외교안보팀이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20~30대 청년들의 지지 철회 흐름이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청년층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이 문호를 열고 그들과 수시로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틀을 만들겠다. 더 활발하게 그분들과 현장에서 접촉해 의견을 듣고 법제화 할 수 있는 것 외에도 다른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겠다”며 “그 세대가 가진 공정과 공평에 대한 희구가 무언가 잘못 인식해 화만 낸다는 차원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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