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재건을 위한 시간
전략위원회
홍보위와 교육위
지방선거준비기획단
헌법제정위원회
중앙과 지역의 소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당 지도부가 당원 다수 여론과 괴리된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면 탈당했던 사이클이 있었다. 노동당의 이야기다. 실제 작년 내내 그랬다. 그래서 두 차례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섰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총선 끝나고) 노동당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정말 노동당의 시간들을 준비하는 각종 기구가 구성되기 시작했다”며 “별도로 각 지역과 부문에서 활동들을 서서히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린 대표는 노동당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여러 기구들을 발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린 대표는 노동당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여러 기구들을 발족시켰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동당의 총선 성적표는 3만4272표(0.12%)다. 4년 전 총선(9만1705표 0.38%)에 비해 정당 득표율이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패배주의적 분위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이제부터 잘 준비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 

현 대표는 총선 직후 4월16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노동당의 정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과거보다 선명한 사회주의 노선 아래 과거와는 다른 조직으로 다른 정치를 시작하겠다”며 “제안했던 (10대) 총선 공약은 국회가 아닌 각 지역과 부문 현장에서 채워가고 실천해가겠다.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모르느냐 묻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의 노동자를 얼마나 아는지부터 자문하겠다.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느냐 탓하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와 함께 얼마나 싸웠는지부터 자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동당의 시간은 그런 작업을 해나가는 기간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략위원회 △교육위원회와 홍보위원회 △지방선거준비기획단 △평등·생태·평화 사회주의헌법제정위원회 등의 기구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먼저 현 대표는 “중장기 당 발전과 관련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전략위 구성에 들어갔다. 중장기 전략이니까 단순히 2022년 대선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그것보다 더 장기적으로 적어도 10년 정도 바라보고 장기적인 당 전략을 생산할 것”이라며 “10월말이나 11월 정도에 정책 당대회를 열고 전략위가 내놓은 전략안을 논의하고 당 차원의 결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위는 선거 전략도 있겠지만 조직 재건, 홍보, 무엇보다 당의 방향성 같은 것들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방향성은 절대 급하게 설정해서는 안 되고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지난 10년의 노동당 활동들이 있는데 사실 잘 해왔다라고 하기엔 굉장히 많이 부족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필요하다. 사회주의 정당을 표방한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장기간의 로드맵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정국을 지나면서 지금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안이라고 나오는 것들도 불평등을 더 키우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노동당만의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위는 사회주의 이념을 공고히 하는 작업을 한다. 

현 대표는 “우리 당은 이념 정당이다. 아무나 다 와라? 그렇게 해서 권력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왜? 누가? 이런 것들을 중시하는 노동자 계급 정당이기 때문에 정체성과 사상 교육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그게 없었고 정체돼 있었다. 당의 역사와 강령을 간단하게 동영상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교육위라고 하면 보통 강연회나 토론회를 생각하는데 현장 탐방으로 지역에 들어가보려고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같이 준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홍보위는 당의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잘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 대표는 “늘 얘기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당의 기관지나 외부 방송 채널 같은 게 없었다. 빨리 만들어서 당원들 사이에서도 당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충분히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 개인적인 아이디어인데 당원들 중에서 정말 여러 분야에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무대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분들이 당에 대해 발언을 하고 그게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이라는 게 피상적일 수 있지만 당의 실체는 당원들이다. 이런 당원들이 모인 이런 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자본주의 비판을 하더라도 너무 이론적으로 추상적으로 할 게 아니라 대중들이 훨씬 더 공감할 수 있을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 밖에도 설득력있는 내용을 갖고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초대해서 당원들과 한국 사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풀어냈다.

2022년 8회 지방선거(6월1일)까지 1년 10개월 남았다. 노동당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현 대표는 “아무래도 선거 경력 있는 분들을 위주로 지선기획단을 구성하게 될텐데 특히 전략위와의 협의가 잘 돼야 한다”며 “왜냐면 전략위에서는 장기 계획을 짜고 지선기획단은 당장의 2022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하는데 아마도 전략위 논의가 준비되고 나서 지선기획단이 따라가는 형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 대표는 사회주의헌법제정위원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동당이 보기에 현행 헌법은 자본주의적 색채가 너무 강하다.

현 대표는 “헌법도 하나의 이념을 담고 있다. 이데올로기이자 국가의 운영 원리나 철학을 담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헌 헌법에 비해 이른바 진보적 가치에서 봤을 때 후퇴해 있다. 무엇보다 시장경제와 경쟁에 방점을 둔 헌법”이라며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사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고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게 법 제정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소유권을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데 거기서 부딪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굳이 헌법위라고 해서 당 정책위원회에만 맡기지 않고 각 부문 당원들이 같이 모여서 헌법이란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중간 중간 결과들을 당 전체에 공유할 것”이라며 “어느정도 논의가 이뤄지면 당 밖에서도 논의를 할 수 있는 틀을 제안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2022년 대선을 준비하는 노동당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대표는 각 기구들이 지금부터 곧바로 활동에 들어가고 연말 안에 성과를 낸 뒤 해산될 수 있도록 활동 기간이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현 대표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내년이 되면 지방선거 때문에 바빠지기 때문에 지금 집중해야 한다”며 “교육위나 홍보위 같은 경우는 그동안 당의 중점적인 사업에 결합하지 않던 분들 하지만 각 단위에서 전문적으로 활동을 해온 분들 이런 분들을 많이 영입할 것이다. 심지어 공개 모집을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이 간부라는 사람들만 모이지 않게 할 것이다. 새로운 분들이 많이 모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노동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서울·경기·인천·강원·충북·대전·충남·대구·경북·울산·부산·경남·전북·광주·전남·제주)에 지역당을 보유하고 있다.

현 대표는 “이미 지금 전국위원회에서 공유된 중앙당의 사업안이나 대표단의 입장들이 지역당에도 꽤 많이 공유돼 있다”며 “많은 당원들이 우리 당에 무엇이 부족한지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당의 주요 사업들도 비슷한 계획과 고민들이 반영되어 꾸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차원에서 각 지역의 활동상과 의제들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로 광역당보가 있다. 매주 당보에 활동 보고나 활동 계획을 받는다. 그걸 상집회의(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같이 검토한다”며 “(지역당의 사업이) 가능하면 중앙당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이면 같이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데 공식 문서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내용이 어떤 것인지 더 궁금하면 연락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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