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과열 완화
금융시장 반등
미국 기준금리와의 밸런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코로나19 정국 이후 연일 돈을 푸는 기조를 표방하고 있고 사상 최초 제로 금리 시대를 열었지만 또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았다. 연 0.5%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한은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오전 현재의 연 0.5%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한은은 3월과 5월 두 차례나 금리를 내린 바 있다. 1.25%의 금리를 0.5%로 낮췄는데 사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한은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경기 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 총재는 △제로금리 △한국판 양적 완화(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 등으로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 총재도 또 다시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여전히 경제는 어렵다. 하지만 이 총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시장 △과열 상태인 부동산시장 △기축통화인 달러 금리와의 밸런스 등을 고려해서 동결을 결단했다.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특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초저금리(0.00%~0.25%)로 낮춘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달러와의 금리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 국내 자산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빼서 나갈 수도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도 1203원으로 고환율 상태다. 원화 가치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발행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4%인데 이미 내릴 대로 내린 수준이라 기준금리까지 더 내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한은이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출렁이는 부동산시장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연일 집값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서울 지역에서는 이미 풍선 효과에 따른 집값 폭등 현상이 심심치 않게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안정돼야 하지만 주식시장은 침체되지 않아야 한다. 최근 코스피 흐름은 코로나 정국으로 진입한 이후 5개월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금융 투자를 복돋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요인이 덜 해진 것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부동산을 보고 통화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동성이 서울 같은 부동산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몰릴 가능성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또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 정책의 목적에 넓게는 자산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동산 과열 상황도 금통위원들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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