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날짜 픽스
개최 로드맵 제시해야
거대 담론 NO
민원과 고충 해결하는 실용으로
손박정천과 금태섭 추대론 
지지율 5%만 성취하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민생당은 구 국민의당 때부터 시작했지만 3년째 싸우고 있다. 원외정당 처지라 언론의 관심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당권파와 비당권파 둘로 쪼개져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인선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은 3일 오후 국회 주변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나는 비대위를 인정한다. 다만 이수봉 비대위원장은 혁신형 비대위를 해보려고 하는데 나는 관리형 비대위가 맞다고 본다. 대표성이나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며 “당원들이 투표로 권한을 위임한 당대표 같으면 정해진 2년 임기를 수행하는 게 맞지만 말 그대로 비상대책위원회다. 전당대회를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치를 수 있게만 준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의 말처럼 이수봉 비대위원장은 관리형이 아닌 혁신을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미래혁신특별위원회 △정책정당추진위원회 △젊은정당추진위원회 △스마트정당추진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민인선 비대위원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 위원은 “젊은정당추진위 등 온갖 기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한 30명 정도 급여를 주고 2년간 키워서 뭔가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호위무사를 키우려고 계획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당협(민생당 재건을 위한 전국당원협의회)이나 내가 주장하는 것은 딱 하나다. 전대 날짜를 픽스하고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실질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런 로드맵이 없다. 다른 비대위원들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결국 이것도 물타기다. 말을 했으면 정확하게 어떤 형태로 전대 준비를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며 “물론 신뢰 문제인데 나는 나의 직을 걸고 (이 위원장이 전대) 날짜를 픽스하고 로드맵을 내놓는다면 당협이나 전직 의원들과 자리를 만들어서 나는 비대위원을 관두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민생당은 6월 이후 현실적으로 이 위원장을 물러나게 하려는 비당권파의 움직임은 어려워졌고 큰 틀에서 조기 전대파와 내년 전대파로 나뉘게 됐다. 이 위원장은 절충안으로 연내 전대를 제시했다.

민 위원은 “내가 비대위에서도 욕먹고 당협 쪽에서도 욕을 먹을 것이다. 이 위원장이 11월 전대를 얘기하면 당협에서는 9월에 하자고 했는데 왜 미뤘냐고 할 수 있다”며 “근데 나는 11월도 좋다. 구체적인 로드맵만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전준위 같은 경우는 3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허수가 많은 당원수도 정리하는 이런 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 위원은 6월17일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이 위원장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기득권 카르텔’에 균열을 내야 한다면서 거대 담론 차원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민 위원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는 거대 담론만 가지고는 안 된다. 한국 정치의 카르텔이나 이런 것은 기존의 거대 정당도 하지 못 한 일인데 우리는 원외정당인데 그걸 어떻게 하는가”라며 “조배숙 전 의원이나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민생고충처리위원회 형태로 과거 갑대위(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위원회)처럼 사회적 약자나 소상공인들의 민원들을 들어주고 이런 것들을 해야 한다. 그런 쪽으로 가야 국민들과의 스킨십도 늘릴 수 있고 문제 해결 정당으로의 변모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종배 전 민생당 선거대책위원장은 6월초 ‘금태섭 추대론’을 띄웠고 이는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실현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살짝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민 위원은 “외부에 쓸만한 인재를 데려오려면 우리 그릇이 쓸만해야 한다”며 “금태섭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경진 전 의원(무소속), 김해영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 이 정도의 인물들을 설정했었다. 그 정도 사람들이 들어와서 비대위원장을 하면 언론에서 주목을 해주고 (당의 미래 전망에) 긴가 민가하는 당원들이 가능성을 보고 탈당을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태섭 얘기는 총선 전에 한 번 시도한 적이 있다. 김경진 전 의원은 내가 아끼는 동생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비대위가 젊은정당? 스마트정당? 이런 걸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민 위원은 이 위원장의 인지도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민 위원은 “안철수 현상 때처럼 대국민 바람이 불면 그런 깃발이 통할 수도 있지만 이수봉을 누가 아는가 국민들이”라며 “자꾸 그런 쪽으로 가면 전직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곧 탈당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빨리 전대 날짜를 잡고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 위원은 전당대회 날짜를 픽스하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만약 이 위원장이 11월까지도 전대를 개최하지 못 하면 비당권파는 중대한 결단을 할 수도 있다.

민 위원은 “11월이 되어서도 준비가 안 됐다고 하거나 다른 비대위원들이 반대한고 그럴 핑계를 댈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 민생당에 있는 돈은 당비가 아닌 의원 숫자로 모인 국고보조금인데 나는 민생당을 해산하고 나머지 재산을 국고로 반납하는 것이 그나마 다음에 명예롭게 제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국고반납운동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 위원은 현 비대위 체제의 정통성이 취약한 배경을 부각했다.

민 위원은 “지난번에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대표들(손학규·정동영·최경환)이 대리인을 지명해서 수렴청정식(2월말 민생당 창당을 위해 3당이 공동대표 지명)으로 했다”며 “그 다음에 대리인(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몫으로 지명된 김정화 전 민생당 대표)이 또 대리인(김 전 대표가 지명한 이 위원장)을 지명했다. 처음에 당대표들이 대리인을 지명해서 한 3개월 했는데 그 대리인이 또 대리인을 지명해서 계속 간다? 이것은 야합과 타협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성도 정통성도 없다. 계속 이렇게 가면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 위원은 나름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민 위원은 “(민생당에는) 손박정천(손학규·박지원·정동영·천정배)이라는 대주주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 정치사의 어른들 아닌가. 이분들이 화합을 이뤄야 한다”며 “지금 정당 자금 60~70억원을 허투루 안 쓰고 모아놓은 뒤 올 연말 즈음 민주당은 분화가 된다.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로) 돼도 안 돼도 분화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민생당이 연말까지 잘 버티면 2022년 대선에 가서 양대 진영 간의 싸움으로 갈라질 때 5%가 중요해진다. 안철수는 저쪽(보수)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우리는 대선 때 승패를 좌우할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 지금 우리가 내년까지 (지지율) 5% 정도만이라도 만들어놓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손박정천과 밖에서 금태섭, 김경진, 김해영 등 이런 친구들 모으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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