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보수의 바른정당 기억
욕 많이 먹었고 너무 미안하다
바른정당 실패의 기억
바른정당 겪고 정치의 본질 깨달아
소신있는 정치 가능해야
적대적 대결정치 문제 많지만
상임위원장 7개라도 받자고 주장한 이유
분권형 개헌없이 먼저 비례성 선거제도는 안 돼
2022년 대선 이낙연 넘을 수 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2017년 5월2일 장미 대선이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개혁보수 실험을 이어가던 바른정당에서 13명(이은재·김성태·박성중·홍일표·김학용·박순자·권성동·홍문표·이진복·장제원·이군현·여상규·김재경)이 탈당했고 원래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묻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장 의원을 통해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봤던 사람들은 그를 가장 야속하게 여겼다. 

“바른정당 얘기나오니까 좀 짠해지는데. 잘 했었어야 했다. 젊은층이 탄핵 이후에 보수정당이 매력적이라는 걸 느꼈는데 이게 실험으로 끝났다. 너무 아쉽다. 소통하고 새로운 보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또 그런 걸 끝까지 지켜냈다면 젊은 청년들이 더 많이 유입됐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 과정에서 실패했다. 용기가 없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장제원 의원은 과거 바른정당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 대해 한탄스럽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장 의원과 청년들이 모였다. 

보수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 2시간 가까이 대담을 했는데 이 자리에는 최원선 전 새로운보수당 부대변인, 우종혁 통합당 청년조직특별위원회 위원, 이윤환 세움정책연구소 소장, 김수민 정치평론가 등이 참석했다. 대담은 멤버들이 미리 준비한 2~3개의 질문을 장 의원에게 묻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 최 전 부대변인, 우 위원, 이 소장 모두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건 바른정당이 맘에 들어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청년 보수다.

우 위원은 “개인적으로 내 얘기를 좀 하면 고등학교 때 탄핵 국면을 지켜보고 사실 그때 정치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주권자로서 나의 권리가 무엇인지 습득해가는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궁금증을 트위터로 문득 장 의원께 질문을 드렸는데 답변을 잘 해주셨다”며 “내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바른정당의 탄생이 되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깨끗하고 바른 보수에 대해 생각할 즈음 창당대회가 있으니 와보라는 멘션을 주셨다. 그래서 그때 갔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대학생위원장을 하고 부대변인을 하고 당에서 만난 청년들도 장 의원 또는 하태경 의원의 페이스북을 보고 들어왔다고 하더라”며 “이렇게 만나게 된 청년 보수들이 이대남 현상(20대 남성의 보수적 변화)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앞으로 청년 보수를 길러내고 유입시키는 방안들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 있는지”라고 질문을 던졌다.

장 의원 입장에서 구체적인 탈당 배경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장 의원은 “우리가 흩어지지 않고 사실 내가 그 중간에 있던 얘기들을 하면 너무 바른정당을 폄훼하는 것 같아서 중간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먼훗날에 하려고 한다”며 “그 안에 33명이 얼마나 많이 지긋지긋하게 싸웠는지 모른다. 친박과 비박(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 김무성과 유승민으로 싸우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초대 당대표였던 정병국 전 의원이 2017년 3월 한 달여만에 물러나게 되면서 균열이 났고 유승민계와 김무성계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마침 보수 통합을 모색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바른정당 탈당파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약속을 했다.

장 의원은 “(홍 후보가) 여러분들이 하는 개혁보수의 가치를 가져가고 통합에 나서겠다고 했다. 나의 조건은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가 깨지면 가겠다고 했는데 또 그 다음에 결정적으로 결단하게 된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자꾸만 답변이 새는데 (큰 웃음) 너무 가슴이 아프다. 바른정당이 원외정당이 될지언정 그 가치를 부여잡고 갔다면 참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33명이라도 똘똘 뭉쳐서 안철수쪽(구 국민의당)과 합치면 70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안타까운 게 그 38석과 33석이 합쳐서 그래도 기존에 있는 새누리당이나 자유한국당 보다는 나은 정당을 만들어서 그 당이 제1야당이 됐더라면 방금 얘기했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는 좋은 정치가 이뤄질 수 있었을텐데”라며 “우리도 양보가 없었고 그야말로 나만 옳다는 잘난 사람이 33명 모여가지고 한 명 한 명이 너무 스타였다”고 묘사했다.

최 전 부대변인은 “다 다선 의원들”이라고 맞장구쳤다. 장 의원은 당시 바른정당 대변인으로서 논평 하나 내는 일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의원들마다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장 의원과 대담을 하고 있는 청년 보수들의 모습. (사진=장제원 의원실 김경석 인턴)

장 의원은 5월2일 그날 국회 기자회견장(지금은 소통관이지만 그때는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 오른쪽 맨 끝에 섰다.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있었다.

장 의원은 “마지막까지 기자회견을 하는 그 사진을 보면 참 그렇다. 기자회견을 하고 부산 내려가서 왜 못 지켰을까. 그날 부산에서 우리 후원회장과 술을 왕창 마시고 폰을 꺼놨는데 영철이형(황영철 전 의원)한테 전화가 왔다. 나 돌아가야 되겠다. 폰 좀 봐라고 하더라”며 “온갖 문자에 실검 1위가 나네? 아니 사람으로 따지면 1위가 김성태, 2위 권성동, 8위쯤이 난데 내가 1위더라. 이상하다. 왜 나지? 난 숨어서 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위원장 김성태, 탄핵소추위원장 권성동, 3선 황영철 이 사람들이 1등 2등 해야 하는데 왜 장제원이 실검 1위인지 그게 3일 동안 가더라”며 “문자들을 쭉 보는데 심지어 내 안경을 보고 안경이 좋아서 안경을 샀다. 근데 이제 당신을 저주할 것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장 의원은 지금의 통합당을 좋은 정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훨씬 크지만 바른정당의 실패에 대한 회한이 깊다.
 
장 의원은 “우리가 개혁보수를 구현해봐야 하는데 우왕좌왕과 좌충우돌을 거치고 총선 참패하고 젊은이들이 떠나고 한탄 밖에 안 나온다. 죄송하다”며 “솔직히 내가 여러분들 가슴에 상처를 준 장본인이다. (사람들이 청문회에서 맹활약을 한) 장제원이 떠나? 어떻게 황영철, 장제원, 김성태는 아니잖아? 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문자를 엄청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름까지 밝힌 30대 직장인은 나를 통해서 보수라는 걸 새로 봤는데 이 배신감을 안겨준 장제원으로 인해 다시는 정치권을 믿지 않고 장제원에게 침도 안 뱉을 거라고 했다. 영남대 학생은 정말 대구에 오면 의원님 꼭 뵙고 싶었는데 잔인한 장제원이라고 하더라”며 “난 나를 몰랐던 것이다. 국민들이 장제원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스스로 과소평가를 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장 의원은 스스로도 바른정당 탈당 시기가 제일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캡처사진=KBS)

장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정치가 적대적 대결정치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장 의원은 “(보수정당이 주요 선거 4연패를 하게 된 것은) 보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데서 이미지가 문제였다. 단어만 내면 좌파폭정 그 단어 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무조건 본회의 표결 보장) 과정에서도 정치라는 게 꼭 모 아니면 도인 것은 아니”라며 논지를 전개했다.

그러면서 △2018년 연말 예산안 정국(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 등 협상 타결의 사례와 달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결국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상대가 존재하는 정치판에서 타협의 여지를 줬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원칙을 고수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 두 사례 중에 장 의원은 전자를 부각했다.

다시 돌아와서 장 의원은 “패스트트랙 얘기까지 나왔는데 참 용기없는 정치인들이 꿈만 꾸게 하고 실망을 안겨준 것에 대해 너무 너무 미안하고 정말 좋은 소통을 했고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다”며 “안타깝다. 참 아쉬운 시간들이 흘러간 것 같다. 또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는데 내가 좀 더 책임있는 자리에 갔으니까 앞으로 희망이나 꿈을 안겨주되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전 부대변인은 2017년 7월13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 의원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른정당을 탈당한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장 의원은 “그 당시 류석춘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유신은 어쩔 수 없는 역사적 일이었다고 합리화를 해버렸다. 아니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온 분이 유신을 합리화하는 걸 보고 내가 그때 김어준 총수와 방송할 때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나와버렸다”며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이 당을 개혁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그런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관련해서 장 의원은 당내에서 개혁 소장파 그룹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 하고 있는 점을 환기했다. 

장 의원은 “결국 (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당+바른미래당 일부가) 통합이 됐지만 그런 개혁적 가치들이 많이 사라졌고 그래서 포괄적 이념 정당에서는 개혁 기치를 내거는 분들이 못 세워지는 것 같다”며 “과거 한나라당 때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소장파가 세력화되어 있었다. (그들도 이명박 정부에서 살짝 중용됐지만) 계속 비주류에 비주류의 역할을 하다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이런 것들을 복구시키는 작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그것마저도 당에서는 분파라고 한다. 아까 얘기했는데 왜 중진 의원 모임을 안 하냐고 그랬는데 중진 의원들이 그런 모임 만들어서 정치적 발언을 하면 우리 당이 분파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며 “사실 나도 김종인 비대위원장 저격할 때 몇몇이 같이 정론관에 가면 파괴력이 컸을 것이다. 자제하는 이유가 그게 또 하나의 분파 작용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것과 인위적으로 그룹을 지어가지고 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으로 뭉쳤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모습. 왼쪽부터 정병국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바른정당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장 의원은 “아직까지도 그때 문자를 본다. 스마트폰 바꿨는데 그 문자들은 그대로 갖고 있다”며 “최고권력자를 끌어내렸는데 그것에 대한 역풍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인내하고 끝까지 세력을 모으고 설득하고 그런 끈기가 없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몇 년 한지 아는가? 6년 밖에 안 했다. 해수부장관 1년 몇 개월 하고. 기성 정치는 그것 밖에 안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통령이 된 것이 끊임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를 놓지 않고 가져갔다. 근데 우리 보수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가치를 가지고 끝까지 싸운 사람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무현이 꼬마민주당부터 시작해서 키워냈듯이 끊임없이 자기가 주장하는 가치를 동서화합을 위해 부산에 출마하듯이 우리 보수 정치인 중에서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핵심 지도부의 모습. 왼쪽부터 정병국 전 의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김무성 전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른정당 때 못 했다면 이제라도 보수정당에서 ‘사람’을 키우고 ‘가치’를 세워야 한다.

이 소장은 “내가 하고 있는 연구소 활동도 사람을 키우는 것인데 지금 비대위에서 청년정치캠퍼스Q를 하고 있다. 그게 사람을 키우는 당내 교육집단이 될텐데 이런 식으로 배출될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지 아니면 총선 때처럼 갑자기 외부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인재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지”라고 질문했다. 

장 의원은 투트랙으로 둘 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장 의원은 “국가 지도자를 키우는 방법이 있고 또 정말 어릴 때부터 정치적 학습을 통해 키워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병존돼야 한다”며 “기초의원부터 시작해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탄탄하게 풀뿌리 정치부터 시작해서 3~4000억원 수준의 기초단체 예산을 관리해보고 또 구청장이나 군수를 견제해보고 그런 학습을 통해서 인재를 길러내려면 국회의원의 갑질 공천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청년 학교에서 수료한 지역 인재들이 기초의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경선이 필요하다”며 “반면 지금 우리 당의 지도자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발굴해야 한다. 그게 병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양성’과 ‘외부 영입’ 둘 다 중요한데 상부에서 대권 주자들이 성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 의원은 “지금 내가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통해 원희룡·오세훈 선배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책이나 컨텐츠에서 대한민국을 맡겨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데 이들에게 마이크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자꾸 마이크를 제공하고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정치적 성장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우 위원은 “비대위에서 당을 재건하고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그와 맞물려서 중요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 보수의 가치 재정립과 재건이다. 장 의원이 보기에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듣고 싶다. 어떠한 가치들을 포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장 의원은 “늘 얘기했듯이 깨끗하고 따듯한 보수가 되어야 한다. 따듯한 보수는 자유시장경제 속에서 낙오된 분들에 대한 패자부활전을 만들고, 기회를 만들고, 그 패자부활전에서 또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촘촘한 복지를 만들어나가는 그런 것들을 구축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공동체를 지켜야 하는 책임, 약속에 대한 책임 등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고 자유, 공정, 책임, 기회 이런 것들이 다 우리 보수의 가치”라고 답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의원실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더니 “기호 5번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사진을 아직까지 벽에 걸어두고 있는 이유가 있는가?”라며 “같은 당 다른 의원이 혹시 보고 눈치를 주지는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장 의원은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그동안 부산에서 친박연대나 누군가 뒤에 업고 당선되는 무소속들이 있었지만 아마 3공화국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내 인생에 당 없이 순수하게 자랑스럽고 정말 당파성에 치우치지 않고 일해보겠다는 의미로 그대로 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7년 7월22일) 나 혼자 앉아서 추경(추가경정예산) 투표할 때 기억나는가. 그런 소신을 계속 가지고 싶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며 “당론도 권고적 당론, 강제적 당론 이런 것들을 느슨하게 해야 정치가 싸우지 않는다.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 나는 금태섭 사태를 보면 기도 안 찬다. 그런 것들이 좀 느슨해야 한다. 정책 분야는 정말 자유롭게 국회의원한테 표결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포괄적 이념 정당인 양당 체제 사이에서 중간에 만난다”고 풀어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론을 어겼다고 징계를 받았다. 

장 의원은 “차라리 내각제가 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어서 정말 다양한 정당들이 들어와서 연정이 되고 연정이 붕괴되면 선거를 다시 하고 그렇게 하면 내부 견제가 된다. 정책 연대가 가능하니까”라며 “근데 우리는 제왕적 권력 하나를 놓고 4년 내내 싸우는 것이다. 당론 안 지키면 징계받고 제명되고 공천을 안 준다. 이렇게 되는데 어떻게 안 싸우는가. 지역구가 탄탄하지 않은데”라고 정리했다. 

이번 원구성협상에서 끝내 양당 원내대표는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 왼쪽부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은 이번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협상 과정에서도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 당내 다수는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회)을 못 가져갈 바엔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포기하자는 입장이었다.

장 의원은 “왜 상임위원장 7개를 받아야 된다고 얘기했냐면 진짜 이거는 욕을 바가지로 먹을 얘기지만 첫째 민주당이 나쁜놈들이다. 자신들은 (18대 국회 2008년~2012년) 야당일 때 법사위원장 다 가져가놓고 지금 180석(176석)이라고 가져간다는 것은 정말 웃긴다. 단!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자해 정치”라며 “너네들 다 해보고 잘못되면 정권은 우리한테 올 것 아닌가라는 건데 우리 국민은 응원할 데가 없는 것”이라고 되물었다. 

이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잘못한 것에 대해 견제를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야당인데 이제 그래 니들이 다하고 잘 해봐! 이게 냉소의 정치이자 저주의 정치다. 자해의 정치”라며 “그럼 우리 국민들은 망하지 않기 위해 독선을 응원해야 한다.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저주를 응원해야 한다. 뭘 응원해야 하나? 이런 정치를 해야만 하는 민주당과 우리 당이 씁쓸할 뿐이고 우리 국민들만 불쌍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실익들도 있다.

장 의원은 “그나마 우리가 예결위를 가지고 있었다면 며칠까지 추경 심사 연장해주면 예결위 들어가겠다라는 그런 요구가 왜 필요한가?”라며 “우리가 약자 입장에서 이렇게 상임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과반을 내줬는데 상임위원장 권한의 의사진행마저 일방적으로 가면 자료 제출 요구라든지, 차수변경이라든지, 의사진행 발언이라든지 전횡해버릴 때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칩거 정치 이후 6월29일 최종적으로 원구성협상이 파행으로 끝났지만 민주당 측의 전언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강경론을 고수해서 그렇지 주 원내대표도 7개라도 받아내자는 입장이었다. 

장 의원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정개특위 간사로 치열하게 활동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궁극적으로 정치 구조를 바꾸는 차원에서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이 중요한데 장 의원의 스탠스는 둘 다 같이 가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권력구조 문제와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제 만큼 비례성이 없는 제도가 어디 있는가. 거의 40% 국민들 의사가 사장돼 버린다. 42% 대통령은 감사권, 입법권, 예산편성권, 인사권 싹 다 가지는 이런 나라가 어딨는가”라며 “그런데 국회는 포괄적 이념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정당들이 들어와서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묶음 묶음이 되면 똑같이 된다. 그래서 내가 볼 때는 대통령제 중심 하에서는 비례성 얘기하는 것은 조금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승자독식 체제가 아닌 권력 분산의 다원화된 정치 구조로 가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장 의원은 “어차피 대한민국 다원화된 사회를 양당제와 대통령제가 다 수용할 수가 없다. 아까 얘기가 나왔듯이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정당도 있어야 할 수 있겠지만 이게 포괄적 이념 정당으로는 될 수가 없다”며 “모든 목소리들이 국회에 들어와서 연정의 형태로 녹아나야 하는 건데 그것이 비례성과 일치되는 것인데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국회만 비례성을 얘기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상반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서) 김종민 의원(정개특위 민주당 간사)한테 최종적으로 얘기한 게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이해찬 대표에 분권형 개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워딩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만 나오면 한 번 고민해볼 수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설득해볼 수 있었다”며 “근데 그건 차기 정권이나 21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하더라. 근데 그것은 (2018년 연말 도출된)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권력구조 개헌 원포인트 논의)과도 다른 것 아니냐?”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 의원은 재차 “그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되기 위해서는 다원화된 가치들이 정치권에 다 반영되어야 하는데 (현행은) 그러한 선거제도는 아니”라며 “530만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국회 때 처음 국회에 들어와보니까 국회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난장판이다. 4년 내내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이 되는 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장 의원은 단호했다. 

장 의원은 “(집권 중인 민주당이 결코 대통령제를 포기하지 않을테니 선제적으로 비례성있는 선거제도를 주장하는 전략은 불가능한지에 대해) 그건 하면 안 된다. 정당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 얘기일 수는 있지만 대통령제의 권력을 놓지 않고 더 약한 국회 권력부터 놓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 적대적 공생관계인데 국회부터 놔라? 대통령 권력은 시퍼런데? 그건 현실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대학 강의실에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0.7.7
장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맡아 보수 대권 주자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에 두 번째 연사로 초청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장 의원은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 대세론에 대해 다른 전망을 내놨다. 대권이 통합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한테 유리하다는 낙관론은 자칫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어 금기사항이지만 장 의원은 4연패를 당한 통합당이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서로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름의 분석틀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이낙연 의원이 대통령 되는가? 나는 이번에 우리가 대통령이 된다고 본다”며 “진영이 이번 총선으로 복구됐다. 숫자는 작아도 (지역구 평균 득표율) 41%라는 진영이 복구됐기 때문에 4% 싸움이다. 이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41% 지지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있는 (2021년) 4월7일 골든크로스가 이뤄진다고 본다. 서울시장 우리가 가져갈 수 있다. 대선 후보군은 민주당이 더 셀지 모르겠는데 서울시장 후보군은 통합당 대권 주자들이 하향 지원을 하면 더 강력하다”며 “그 다음 부동산 정책이 화약고인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추미애·윤석열 날마다 싸움질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계속 겹치고 우리가 두 시장 선거만 이기면 (2022년 대선은)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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