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예방
전국민이 논의해야 한다
당 체계 확립 작업
기본소득 반대론과 치열하게 토론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현실화됐고 그 이후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몇몇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는 자료만 나와있지 대체적으로 일부 지식인들과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5일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정의당(6월17일) △미래당(6월25일) △녹색당(6월26일) △여성의당(6월26일) △시대전환(7월3일) 등 정당 예방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지금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국민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는데 온국민 기본소득 추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에 고민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대선 주자들을 통해서만 기본소득이 이슈몰이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에 다들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신지혜 대표는 6월 한 달 동안 각 정당들을 예방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예방하는 정당들은 어떻게 선정됐을까.

신 대표는 “정의당을 제외하고 저희가 예방한 다른 정당들은 지난 총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들이었다”며 “정의당은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내가 지난 총선에서 고양시갑으로 등록했다가 고양시정으로 선거구를 옮겼고 그 과정에서 심상정 대표에게 질의서를 보냈는데 전향적이고 진지한 답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 대표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굉장히 많이 느끼지만 정의당은 당내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취지로 정의당을 방문했다. 신중하게 잘 논의하시고 논의의 결과가 긍정적이길 기대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미래당과의 회동에 대해 신 대표는 “미래당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히 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반기고 있고 일반 국민들과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민사회와 함께 국민들과 같이 기본소득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그런 걸 시도해보자고 제안드렸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시대전환과의 회동에 대해 “기본소득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정당들과 티타임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시대전환과 가장 마지막으로 해서 구체적인 제안들이 나왔다”며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공동 대응도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필요하면 같이 힘을 모아보자고 했다”고 알렸다.

여성의당의 경우 여성의 자립에 기본소득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 대표는 “여성의당에서도 기본소득 정책을 냈었다. 여성의당이 기본소득을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여성의 경제자립도의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재난지원금처럼 어떤 세대주에게 지급하지 않고 개인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한다고 말씀을 주셨다”며 “기본소득당도 이번에 젠더정치특별위원회(신민주 위원장)가 만들어졌는데 디지털 성폭력 등 여성의당과 함께 발 빠르게 대응해야 될 일들에 대해 같이 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기본소득당 못지 않게 기본소득 정책에 관심이 깊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기본소득 논의를 전체 국민들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린뉴딜 관련해서도 앞으로 계획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기본소득당은) 그린뉴딜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탄소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으로 나누는 이 방안이 없으면 그린뉴딜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뉴딜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일자리 정책에 집중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의 중점 의제는 △기본소득 △성평등 △부동산 문제 △기후위기 등인데 신 대표는 “젠더정치특위를 제일 먼저 만들었지만 기후위기와 관련 당원 모임이나 특별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이나 올해 하반기에 만들어질 것 같다”며 “그 전에 정책을 먼저 정비하고 다른 정당들이나 단체들에서는 어디까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 대표는 당의 체계를 확립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본소득당은 올초에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그래서 아직 정당의 체계를 확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5일에 당선되고 나서 두 번의 워크숍을 했고 전국운영위원회에서 하반기 사업 계획을 결정했다. 저희가 총선 치르고 본격적으로 당 활동을 하는 것이라서 당무를 체계화시키자고 논의하고 있다”면서 각 부서들의 고민 지점을 풀어냈다.

이를테면 △(총무실)당원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실)기본소득이 만들어낼 사회상에 대해 어떻게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대변인실)현안에 대한 빠른 대응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홍보실)당의 여러 일들을 어떻게 잘 알리고 마케팅 할 수 있을지 등이다.

신 대표는 “각 부서마다 더 협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다”며 “창당할 때는 당헌만 필요했는데 저희에게 남은 것은 강령 작업이다. 무엇보다 당헌당규가 있다고 해서 일들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2기 기본소득당이 되면서 새롭게 온 분들과도 맞춰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 인트라넷 툴도 교체했다.

신 대표는 “저희가 새로운 업무 틀을 쓰기로 했다. 보통 텔레그램과 이메일 정도를 사용하다 보니까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 협업이 잘 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저희 홍보실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알아보시고 우리의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해주셨다.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고 업무 성공률도 체크해볼 수 있다. 홈페이지도 개편하고 있는데 어떤 기능들을 살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당 정치인 자격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토론회다. 

신 대표는 “용혜인 의원실에서 두 번의 토론회를 주관했다. 국회에서 토론을 하는 것으로 당의 정책을 드러내거나 혹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하고 있고 토론회를 기반으로 여러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작업들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뀐 기본소득당의 당색과 로고. (이미지=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의 당색과 로고도 코랄핑크에서 에메랄드로 바뀌었다.

신 대표는 “너무 잘 나가는 코랄핑크로 했었는데 색감이 다른 정당과 비슷해서 그런 불편함이 한 가지 있고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당이 더 국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정당이 된 만큼 밀레니얼 정당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디자인했다”며 “(전문가 외주없이) 당직자들이 다 했다. 거의 한 달간 작업하고 피드백한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근래 들어 기본소득 담론에는 여러 반대 논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더 좋은 미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윤영 사무국장(빈곤사회연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대대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 또는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자칫 기본소득이 실현됨에 따라 기존에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 재정이 축소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는 것이다.

신 대표는 “복지 예산이 확장된다면 기존의 복지를 강화하는 게 낫지 기본소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지금도 모자란데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굉장히 많이 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엄청난 벽이 있다. 그 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노동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왜 예산이 한정적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등 수많은 전제들을 파헤쳐야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역설했다.

이어 “물론 상호 공통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보고 거기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설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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