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만 7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22년까지 만 65세 이상 전체 어르신까지 단계적 폐지
소득‧재산 기준만 해당되면 자녀‧손자녀와 살더라도 지원 대상

탑골 공원 인근에는 노숙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사진=신현지 기자)
탑골 공원 인근에는 노숙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서울시가 부양의무자 소득과 재산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어르신들을 위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생활은 어려우나 부양의무자 등 법정 기준이 맞지 않아 정부의 기초보장제도 지원대상이 되지 못한 비수급 빈곤층에게 서울시가 생계 및 해산‧장제급여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 '13년부터 8년째 시행 중이다. 

실제로 82세 김 노인은 영등포 쪽방촌에서 혼자 기거한다. 김 노인의 소득은 노령연금과 근근이 폐지를 주워 모은 돈 합해 27만 원 가량. 여기에 매달 내는 방 값은 24만원, 병원이라도 한번 다녀오는 달은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김 노인은 정부의 기초보장제도 지원대상이 아니다. 그의 부양의무자인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들이 김 노인을 보살피는 것도 아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아들의 얼굴은 언제 본지 가물가물 까마득한 옛일이다.   

이처럼 부양의무자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서울시는 만 75세 이상이면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기준을 보지 않고 생계비를 지원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8월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8월부터는 자녀나 손자녀와 함께 살고 있더라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약 6,900명의 어르신이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형 기초보장 대상자 선정기준 비교표 (자료=서울시)
서울형 기초보장 대상자 선정기준 비교표 (자료=서울시)

그동안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서울형 기초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던 만75세 이상 어르신은 오는 8월3일부터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동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청시 사회보장급여 신청서, 금융정보 등 제공동의서 등을 제출하면 서류가 구청으로 송부되어 소득과 재산 등 공적자료 조회 후 지원여부 결과가 신청인에게 서면으로 안내된다.

처리기한은 공적자료 조회 회신 및 신청인 추가 서류 제출 등을 감안해 40일 이내이며, 생계급여는 신청일 기준으로 지원된다. 단, 주민등록이 신청일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실제 거주자에 한하여 신청 가능하다.

지원금은 생계급여 등 현금으로 1인 가구 기준 월 26만4000원, 2인 가구 44만 9000원, 3인 가구, 58만1000원, 4인 가구인 경우 월 최대 71만3000원을 지급된다. 

생계급여 지원 금액 : 소득대비 차등지원
생계급여 지원 금액 : 소득대비 차등지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전에는 대상자의 소득과 재산․부양의무자 소득과 재산 등 3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했다. 즉, 신청자의 소득이 중위소득 43% 이하(1인 가구 기준 75만5593원·4인 가구 기준 204만2145원)여야 하고, 재산이 1억3500만원 이하여야 했다.

또 자식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6억원 이하여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됐다.하지만, 앞으로는 대상자의 소득과 재산 등 2개의 기준만 충족하면 지원받게 된다.

다만,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이 연 1억 원 이상이거나 9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서울시는 위와 같은 기준으로 올해 만75세 이상 어르신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만70세 이상, '22년에는 만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빈곤 사각지대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가족 등 사적 부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 사회안전망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오는 '22년 기초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시가 이보다 2년 앞서 기준 폐지에 나서 코로나19로 급격히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적기에 지원하고, 새로운 표준을 선도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가 시행된 '13년 7월부터 작년까지 총 1만7,285가구의 2만4,559명에게 생계급여 등으로 총 786억 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12,400명에 총 197억 원을 지원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그동안 빈곤 사각지대 발생의 주 원인으로 꼽혔던 부양의무자 기준을 올해부터 서울시가 단계적인 폐지를 추진해 서울형 기초보장의 수령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증가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하는 취지이기도 하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 삶을 최우선으로 삼아 다양한 현장형 복지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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