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와 2위
일단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 의식
덕담 외에 정치적 의미 중요
김부겸-이재명 연대 이미지 견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일단 당대표 레이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만났다. 하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서는 경쟁 관계다. 언론 카메라 앞에서 주고받는 덕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청을 찾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며칠 전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도 이 지사와 회동했는데 이 의원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고 해도 김 전 의원이 언더독 전략(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으로 열심히 전국을 돌고 있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권이 목표라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당권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의원이 회동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김 전 의원은 당권 단일화(우원식·홍영표 의원의 출마 포기)를 이뤄냈고 알게 모르게 이 지사의 지원 요청을 바라는 모양새다. 이 지사 입장에서 이 의원을 넘어서야 대권을 차지할 수 있으니 김 전 의원을 암묵적으로 돕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제 이 지사는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받아낸 직후 영남권에 기반이 강한 김 전 의원을 지지 선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 지사는 20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동서 화합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못 한 게 있다. 예를 들면 동진을 못 하지 않았는가? 사실 절반까지 밖에 못 갔다. 지금 지역색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에 이 고질적인 병폐가 지역주의고 그런데 그거를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의원이 보고만 있기 어려웠을테고 차기 대권 주자 경쟁에서 지지율 오차 범위(20% 초반 vs 10% 후반) 안으로 추격 중인 이 지사를 굳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 의원은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경기도의회 가는데 지사님 뵙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이 의원이 전국 순회 일정 와중에 이 지사에게 만남을 요청해서 이뤄졌다. 원래 이 지사는 6박7일 여름 휴가(7월30일~8월5일) 중이었지만 이 의원과 만나기 위해 휴가 첫 날 도청에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와 이 의원은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사진=연합뉴스)

앞에 기자들이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이 민감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당연히 피상적인 덕담이 오갔다. 

이 의원은 이런 말들을 했다.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이 지사의 지도 아래 때로는 국정을 오히려 앞장서 끌어주고 여러 좋은 정책을 제안해주셨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국회가 혼연 일체가 됐으면 한다.”

“(당권 주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들이)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는데 첫 걸음이 뒤뚱뒤뚱하는 것 같아서 국민에게 미안하다.”

“시도지사, 국회의원들이 총 집중해서 국민의 고통을 하루 빨리 덜어드려야 할 것 같다. 경기도가 앞장서달라.”

“(기자들과의 문답 중에) 한국판 뉴딜은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의 여러 역할을 기대하고 (이 지사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

이 지사는 이런 발언을 했다.

“총리로 재직 중일 때 워낙 행정을 잘 해주셨다. 경험도 많으시고 행정 능력도 뛰어나셔서 문 대통령의 국정을 잘 보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민주당이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차지해 국민의 기대가 높다.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중차대한 엄중한 시기여서 능력이 높으신 이 후보님께서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열망을 받아 안아서 빠른 시기에 많은 성과를 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

이 지사는 경기도정 최고결정권자로서 △청년 기본소득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토지세 △기본주택 등 대표 정책들에 대해 짧게 설명했고 이 지사는 간단히 메모를 겸해서 주의깊게 들었다. 10분 정도 공개 대담을 한 뒤에는 이 지사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배석자없는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

사실 두 사람은 2017년 2월 지금과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이 지사는 성남시장에 불과했지만 촛불 테크를 타고 부상 중이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지사가 전남지사였던 이 의원을 전남도청에서 만났던 것이다.

이번 만남은 완전 거꾸로다. 이 의원이 이 지사와 만나는 모습이 필요했다.

김경진 전 의원은 30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그래도 이 지사를 좋아하는 민주당 당원들은 과거 친노들(故 노무현 대통령)처럼 상당한 팬덤 현상이, 지지 성향과 방향성이 좀 강한 경향들이 있지 않나 싶다. 도와주면 강한 물길과 에너지가 쏠리는 것이고 만에 하나 안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그 물길과 적이 될 필요는 없다”며 “어떤 분(김 전 의원)은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가서 만나고 악수를 하고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어떤 분(이 의원)은 최소한 안 부딪치는 모습이라도 민주당 당원들에게 보이기 위해 만날 수도 있고 여러 경우의 수는 있는데. 어쨌든 만나고 의견 나눠서 당원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손해볼 것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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