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종이 문서로
보험사와 병원 간의 협업 잘 안 돼
입법적 뒷받침으로 중계센터 설립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나 다름없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를 간소하게 제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험연구원은 17일 CEO 리포트를 통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용운 연구위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손보사(손해보험)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건수 가운데 76%가 종이 서류로 이뤄졌다. 즉 전체 실손보험 고객 75% 이상이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를 △팩스(31%) △보험설계사(23%) △직접 방문(16%) △우편(6%) 등의 경로를 통해서 보험금 청구를 했다는 것이다. 

작년 9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즉시 도입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조 위원은 고객이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서 앱(21%)이나 이메일(3%)로 보내도 결국 보험설계사가 그걸 보고 다시 손으로 기입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디지털 청구 케이스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현재 전산 청구 비율이 0.002%로 극히 미진하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핀테크 시대(금융기술)에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 너무 뒤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8년부터 주요 손보사가 일부 병원과 협약을 맺고 무인 단말기나 앱을 통해서 증빙 서류를 발급해서 전달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긴 했지만 추가적인 전산망 설치에 비용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 위원은 이런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환자가 보험금 청구서와 증빙서류 전송을 병원에 요청 →병원이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과 보험중계센터에 전송 →최종적으로 손보사에 전달 등이다. 조 위원은 이미 병원과 심평원 간의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으므로 보험중계센터만 설립하면 간단하게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병원은 심평원이 적정 진료비를 책정했는지 먼저 들여다보는 것을 걱정할 수 있는데 조 위원은 심평원이 사전 검토를 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고 전산망을 통해서 바로 데이터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환자의 의료정보 역시 암호화하면 된다.

다만 보험중계센터 구축은 입법 사항이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심평원 전산망 활용과 중계센터 설립 간의 찬반 의견이 엇갈려서 합의되지 못 했다.  

조 위원은 “실손보험 청구체계 구축은 38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 편의를 늘리고 병원과 보험사간의 행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리 청구에 따른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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