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면전환 의도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의 정치공학만 비판
전광훈 비판은 원론적인 수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 역전을 당한 이후 극우 선동가의 코로나 위협을 놓고 연일 통합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당은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초선)은 18일 정오 즈음 논평을 내고 “전광훈 목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전 목사는 정부의 방역 시책에 협조하지 않은채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특히 확진 이후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비판받아 마땅하고 책임있는 자리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못 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변인은 전광훈씨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논평으로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목사 자격이 박탈된 유사 종교인 전광훈씨는 광복절 전부터 집회 강행을 예고하고 참가를 독려했던 만큼 통합당은 4일만에 입장을 냈다고 볼 수 있다. 극우 태극기 또는 친박근혜계 세력 사이에서 전씨가 차지하는 지분이 있고 통합당의 처지상 이들을 마냥 손절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는 것은 민주당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김 대변인이 논평을 내기 이전 이날 오전에 연합뉴스 한지훈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더 이상 공식 코멘트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11시 즈음 출고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스스로 방역 준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건 그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그걸 정치적으로 자기네들(민주당)이 유리하게 이용해볼까 해서 통합당에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던데 그런 유치한 정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방역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것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도 한 기자의 전화를 받고 “코로나로 국민이 시름하는데 국민 건강을 여당이 정치 쟁점화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민 건강이 우선이고 정치는 뒤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성북보건소 차량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전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분명 통합당은 이슈에 민감한 제1야당인 것에 반해 전씨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그런 만큼 목소리를 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홍문표 의원 등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자당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이 그 지점을 파고들었고 통합당은 4일만에 비판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반격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에 묻는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온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을 왜 정치쟁점화 하는 건가”라며 “집권여당은 연휴 직전 정부의 대대적인 특별여행기간 독려, 할인쿠폰 대대적 발급 등 안이한 대응은 인정하지 않은채 오히려 국민 탓을 하고 있다. 주말에 모인 많은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호소하려는 것이지 전 목사를 보러 간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집권당이 본인들은 빠지고 오히려 국민들에 덮어씌우는 정략적 의도가 궁금해진다. 급했는가?”라며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마시라. 통합당은 전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또 함께 한 적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소속 이기중 관악구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분의 대상을 만들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가 안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모습(보건소 차량에 실려갈 때 마스크를 내리고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전씨의 사진 첨부)은 그야말로 enemy of the state(국가의 적)”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후자가 아닌 전자에만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싶어 한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정치는 국민들의 안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정쟁의 욕구를 내려놓으달라. 남탓 궁리할 시간이 있으면 방역 조치 하나에라도 더 신경쓰길 권한다. 국민 건강마저 정치공학으로 활용하는 구태 그간 충분히 하지 않았는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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