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책임론 공세
전광훈 탓 아닌 ‘정부의 방역 완화’ 때문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투머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사 종교인 전광훈씨의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키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여권에 대해 미래통합당이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광복절 집회 자체에 문제가 있긴 있지만 그게 아니라도 방역 수위를 낮추고 있는 추세 속에서 언젠가는 재확산 문제가 터졌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광복절 집회와 전씨에 대한 비판을 왜 하지 않느냐고 통합당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방역 준칙을 정부 스스로 허문 결과가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번창하게 만든 요인이 되니까 정부여당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코로나 재확산에 당황해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부 스스로 방역 수위를 낮춰서 이렇게 됐음에도 자꾸 여권에서 방역 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날(20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번 1~2주간의 대응이 코로나 2차 확산을 막아내는데 중대한 기로라고 생각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 통제를 흩뜨리고 혼선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며 “방역 실패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도 확진자 급증을 국민 탓으로 돌리고 국민 갈등의 분열을 부추기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을 현명한 국민들이 기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방역과 확산 차단에 1순위를 둬야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물론 전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대처한다면 이번 코로나 2차 확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전문가들이 방역 혼선을 만드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지침과 통제에 따라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숨김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께 협조를 구해야지 코로나를 국민 통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확실히 전씨를 규탄하면서도 정치적 지형상 보수우파 진영과 연결짓고 싶어 한다. 

현재 민주당 홈피에는 “전광훈 목사와 미래통합당에 방역 방해와 갈등 조장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한다. 전 목사와 통합당에 경고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정부의 방역-예방 조치를 방해하는 경거망동을 당장 멈춰주길 바란다”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방역 조치 차원에서 회의실에도 아크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개최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감염 폭발은 사랑제일교회(전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 등 일부 극우단체에서 시작되어 8.15 광화문집회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라며 “이미 광화문집회에 출동한 경찰까지 확진이 된 상황에서 광화문집회의 책임을 부인하는 통합당과 보수언론, 일부 교회의 행동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제1의 코로나 방역 선진국”이라며 “(일부 교회와 교인 등 종교단체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고 건전한 기독교인들과 국민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논조에 대해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은 너무나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방역에 어깃장을 놓았다는 식의 전형적인 남탓 메커니즘에 기인한 발언”이라며 “국민을 방심하게 만든 것은 정작 문재인 정부 아닌가. 조급하고 안이한 정책이 자충수를 빚었다. 정부는 7월부터 여행 주간을 적극 장려했고 숙박, 영화, 공연장 할인 쿠폰까지 대책없이 대량 발행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발행한 영화 쿠폰으로 이미 50만명이 극장가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정책이기라기에 마음 놓았던 국민들은 이제와 공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여당 지도부의 으름장에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긋지긋한 남 탓 그만하고 이제라도 일관되고 안정된 방역 정책으로 국민을 안내해야 한다. 일주일 뒤면 정계를 은퇴하는 이해찬 대표께 요청한다. 반 백년 정치 역정을 곁에서 지켜준 국민들을 위해 남은 시간은 독설이 아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로 채워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폭우 피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실 양당의 정치적 노림수는 뻔하디 뻔하고 상호 인식 격차가 너무도 크다. 양당 모두 투머치인데다 딱 중간이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1월말 3번 확진자 △2월 신천지와 대구 △5월 이태원발 확산 등이 불거졌을 때 매번 그들의 탓으로 떠넘기는 비난 기조를 보이지 않았다. 맹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해당 그룹 내의 코로나 확진자들이 투명하게 나오지 않고 숨게 되기 때문에 그저 방역당국의 일원으로 책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통합당은 솔직히 콘크리트 지지층인 태극기 세력 등 극우 개신교 지지세력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이번 재확산은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라기보다는 전씨와 사랑제일교회로부터 기인했던 점이 매우 컸다.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극우 지지층의 눈치를 너무 보지 말고 분명히 당 차원에서 비판을 하고 명확한 입장을 신속히 냈어야 맞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당이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서 공세를 펼치기 보다는 야당도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바라봐줄 필요도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문구. (캡처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통합당도 질병관리본부 지침과 통제에 적극 협조하며 자체노력에 나설 것이다. 토론회, 세미나 등 연기하고 비대면으로 진행할 것이며 실내 모임 20인 이상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실제 당내에서 이러한 방역 협조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배 원내대변인은 20일 자정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코로나 확진 여부)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인가”라며 “당장 자리에 임직해 있지 않더라도 본인이 국정 책임의 직권을 맡았던 주목받는 인물일수록 정부의 방역 조치에 더욱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중에 노출되는 공직자나 곁에 계신 영향력있는 분들은 더 큰 책임감으로 모든 방역 단계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도 이날 출고된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게 통합당의 일관된 입장이다. 통합당과 아무 상관이 없는 광화문 집회에 대해 사전적 조치를 했냐 안 했냐를 따지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양당이 각각 방역에만 집중할 때라면서도 서로를 향해 ‘방역 정치’를 하고 있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코로나가 여야 좌우 가리며 전파되나? 여당은 야당과 함께 바이러스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여당의 방역 정치가 위태롭다. 바이러스보다 빨리 움직이는 방역 대책이 시급한 마당에 느닷없이 야당에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같은 시간 종로에 있던 2000여명의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병 잠복 시기를 감안하면 코로나 감염은 광복절 이전에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월에 이어 7월 말 또 다시 방역 상황에 자만하며 임시 공휴일 지정, 소비 진작책 발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전국적 이동을 확대시킨 시기였다”며 “여당의 방역 편 가르기 정치 속에 지역에서는 확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신상 공개 등 2차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확진자들도 피해자이고 이들은 여야 좌우와 무관한 시민들”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역별 방역단계 상향, 병상 확보, 의료기관 동참 유도가 시급하다”며 “정부와 여당은 보건소나 병원의 검사 대기 줄을 줄이고 10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 보급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에 수출하는 국산 자가진단 키트를 우리 국민에게도 시급하게 유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야가 바이러스 방역 전선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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