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사모펀드특위 라임 연루된 기동민 압박 
라임의 돈줄 김봉현은 어떤 피고인인가
무척 이상한 입장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5월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초대로 진행된 국회 특강에서 “요즘 비리 양상을 보면 신라젠, 라임 등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쪽으로 변화됐다”고 발언했다. 

실제 작년부터 올해 내내 DLF,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팝펀딩 등 연달아 대규모 금융투자 피해 사례가 터지고 있다. 이중에서 라임과 옵티머스는 정권 차원의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된 것은 라임의 뒷배를 봐준 것으로 의심됐던 김정훈 전 행정관(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전부였다. 

그런데 21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이 라임 사태의 돈줄 역할을 한 김봉현씨(스타모빌리티 회장)와 뇌물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동민 의원이 라임의 돈줄인 김봉현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 사모펀드특위(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 의원은 라임 사태 주범인 김봉현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고 당선 축하 명목으로 고급 양복도 선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기 의원은 소환장을 받아들고도 검찰 출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나는 라임 사태에 깊이 관여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검찰의 거북이 수사 진행은 신중한 수사라기보다는 여당 의원 봐주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늑장 소환”이라고 비판했다.

특위 소속 유상범 의원은 여당 재선 의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에 대해 “라임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고 기 의원이 그 주범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국민에게 신속히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기 의원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이다. 입건을 하기 위해 소환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남부지검이 김씨 등을 통해 어느정도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여당 재선 의원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김씨는 이미 5월에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이종필씨(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와 함께 고객들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종자돈처럼 굴려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대로 투자되지 못 하고 비자금처럼 조성된 검은 돈 때문에 라임 펀드 종목의 기업들은 매우 부실해졌다. 부실 기업의 헐값 주식은 유착된 회계 전문가들에 의해 고평가 세탁되어 재판매됐다. 라임 사태로 야기된 피해액만 1조 6000억원이다. 그동안 김씨와 이씨가 이처럼 대담한 금융사기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 여권과의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끝없이 제기됐다. 

김씨는 남부지검 조사에서 2016년 총선에 출마한 기 의원 쪽에 수천만원의 현금 봉투를 건넸고 당선 이후에는 고급 수트를 사줬다고 진술했다.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수원여객 횡령 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만큼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후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그를 넘겨받아 라임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이어간다. 2020.4.26
김봉현씨가 지난 4월2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 의원은 이날 16시 즈음 입장문을 냈다. 뇌물 수뢰 의혹이 제기됐을 정도인데 입장문의 톤이 강경 부인하는 느낌이 아니다. 그리고 뭔가 흥미롭고 이상하다.

기 의원은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의 출석 요청이 있었다. 예정된 공무 일정이 있어 변호인을 통해 일정 조정을 요청한 바 있다. 따라서 불응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과 다르기도 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가 있었다면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명한 사실은 라임 사건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는 것이다. 정치 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고 지난 국회 임기 4년간 김봉현씨와 단 한 번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연히 조사에 응하고 소명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조율되는 대로 성실하고 정확하게 조사에 임하고 의혹을 해소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공무 일정이 있어서 출석을 안 했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고 아마도 시간을 벌어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과 다르기도 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와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대목도 왜 사실이 아니다 또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표현할 수 없었는지,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지 못 했는지 의문스럽다. 완곡하게 에둘러서 문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김씨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부분도 대리인을 통해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어서 법적으로 결백하다는 진술이 전혀 될 수 없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도 당사자가 직접 뇌물을 주고받는 위험을 감수할 바보는 없었다. 항상 누군가를 시키기 마련이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특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이영·유상범·유의동 의원(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특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이영·유상범·유의동 의원(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라임 사태와 무관하다는 것은 죄의 성립 여부와 아무 상관이 없다. 공직자가 청탁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더라도(부정행위X) 뇌물을 받았다면 그 자체로 단순뇌물수뢰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보통 로비관계를 맺으려는 자들은 추후 자신이 저지를 범죄 행위의 포괄적 보험 성격으로 뇌물을 사전에 찔러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청탁이나 현안을 전달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뇌물을 갖다바친다. 

통상 정치인은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과잉 표현을 사용한다. 

예컨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 자살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 실형을 확정했다. 정치인은 자기 치부를 감추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강하게 손사레를 쳐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상존하는데 기 의원은 그저 ‘그런 적이 없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부정이 곧 긍정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 약한 부정도 긍정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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